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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s — Issue 16. 필환경 생활

깨지 않는 깊은 밤

A Good Night’s Sleep

  • 2020.03.30
  • Editor. 성정아
  • Photographer. 이주연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에 약이 더 이상 듣지 않게 된 어느 날부터 평화롭던 일상이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알사탕 하나 물고 걷는 유치원 하원길, 즐거운 거품 목욕, 푹 자는 밤 같은 것들. 먹는 것, 바르는 것, 생활하는 것, 모든 환경을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은조네 가족은 도시를 떠나 물과 공기가 좋다는 강원도로 터전을 옮겼다. ‘한 번만 깨 아침까지 푹 자는 밤들’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김상아·조남조 부부는 그저 오늘 같은 하루를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기 전에 우리의 작은 실천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도시에서 시골로 터전을 옮겨 생활하고 있어요. 더 ‘안전한 환경’으로 옮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들었어요. 은조네 가족의 안전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상아) 당시 우리가 생각한 선택지는 ‘어딘가의 시골’이었어요. 맑은 공기, 산과 들, 바다 같은 자연이 있는 곳을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환경이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를 치유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남조) 모두가 아이 키우며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말하던 서울 근교 신도시에 발령을 받았어요. 동료들은 그 지역에서 일하는 절 부러워하기도 했고요. 대형 쇼핑센터는 물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리하고 쾌적한 곳이었죠. 하지만 당시 미세먼지로 외출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어요. 실내에서 생활하는 날이 늘었고, 언젠가부터는 그게 보통의 날이 되어버렸지요.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면서 비교적 더 나은 청정 지역을 찾아보곤 했는데, 그게 강원도와 제주도였어요. 현실적으로 제주는 어려워 강원도로 지원했고, 운 좋게 속초의 아담한 산 밑에 자리한 오래된 아파트를 구했어요. 그게 2018년 9월이니 1년 반 정도 되었네요. 맑은 날에는 설악산이 보이는데, 매일 새가 지저귀고, 산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곳이에요.

지역을 옮긴 후 미세먼지 수치나 환경 변화에 대해 얼마나 체감하나요?
(남조) 지금의 환경이 저희 가족에게 더 나은 것만은 분명해요. 미세먼지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겠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딱 절반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발령지를 옮길 때 왜 굳이 힘든 곳을 지원하냐고 했던 지인들도 요즘 들어서는 부럽다고들 해요. “거기는 공기 맑지?” 하면서 말이에요. 물 좋고 공기 좋은 환경이 이제 우리에게 당연하지 않아졌어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와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아내가 결정해준 것이 늘 고마워요.

지역을 옮긴 후 미세먼지 수치나 환경 변화에 대해 얼마나 체감하나요?
(남조) 지금의 환경이 저희 가족에게 더 나은 것만은 분명해요. 미세먼지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겠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딱 절반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발령지를 옮길 때 왜 굳이 힘든 곳을 지원하냐고 했던 지인들도 요즘 들어서는 부럽다고들 해요. “거기는 공기 맑지?” 하면서 말이에요. 물 좋고 공기 좋은 환경이 이제 우리에게 당연하지 않아졌어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와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아내가 결정해준 것이 늘 고마워요.

요즘 많은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그 원인을 유전이나 환경 요인의 복합적 작용이라고 추정할 뿐이에요.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상아) 생후 15개월, 이사한 직후였어요. 그 전에는 전혀 증상이 없었고, 저희 부부나 가족에게도 전혀 병력이 없었으니 새집증후군이 원인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신도시의 새 아파트에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긁기 시작했거든요. 요즘은 전보다 친환경 자재 사용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현대인은 여전히 부족한 규제 속에서 다양한 화학물질과 독소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 지은 건물에 가면 눈이 따갑고 아이 피부가 바로 반응을 하니까요.

아토피피부염의 강력하고 유일한 처방은 스테로이드제라고 하잖아요.
두 살부터 다섯 살까지, 3년간 병원에 꼬박꼬박 다니며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랐어요. 스테로이드 약은 7단계에서 1단계까지 있는데, 처음엔 7단계의 약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어요. 약을 바르면 감쪽같아요. 마치 지우개질을 한 것처럼 사라져요. 그런데 며칠 있으면 그 병변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아이 손이 까맣게 곪아갔어요. 너무 무서웠죠. 병원에 가니 더 독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주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죠. ‘1단계까지 이르러 약이 안 듣게 되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예요. 스테로이드제를 끊기로 맘먹었어요.

스테로이드제를 끊고 치료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상아) 스테로이드 연고를 완전히 끊는 것을 ‘탈스’라고 하는데,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각오는 했지만, 약 1년간 호되게 고생을 했지요. 몇 달은 진물이 끊이지 않았고, 자고 일어난 자리엔 각질이 수북하고요. 호전과 악화를 수십 번 거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더 힘든 건 주위 시선이었어요. 아이와 바깥에 나가면 큰 소리로 “어? 얘 아토피예요?” 하는 건 너무 흔한 말이고, 어떤 사람은 저희를 코앞에 두고 “쟤 너무 심하지 않아?” 했어요. 졸졸 쫓아다니면서 가엾다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고요. 아이가 그런 말을 하도 들어서인지 자기소개를 할 때 손등을 내보이면서 “저 아토피예요!” 하더라고요.

아토피피부염은 물음표에서 시작해 느낌표를 거쳐 마침표를 향해 간다고 표현하셨어요.
(상아) ‘뜻을 알 수 없는’, ‘비정상적 반응’ 등의 의미를 지닌 아토피 atopy가 어원이라고 하잖아요. 그 원인을 뚜렷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병원에 가면 왜 약을 안 쓰냐며 의사에게 꾸중을 들어요. 한의원에 가면 양약을 먹이지 말라고 하고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우리는 낫게 하려고 노력 중인데, 엄마가 아이를 방치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그래도 1년을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어떤 처방도 하지 않고 생으로 버티던 시기도 있었어요. 사람들은 아이의 피부를 쉽게 판단했지만, 24시간 옆에서 지켜보는 제 눈에는 보였거든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비록 애벌레가 나뭇잎을 이동하듯 그 변화가 눈에 띄진 않았지만, 1년이 지나니 정말 손바닥 뒤집듯 피부가 제자리를 찾았어요. 그런 지 한 달쯤 되었어요. 이제는 잠도 제법 푹 자고, 일상생활이 가능해 졌어요. 물론 안심할 수는 없지만요.

당시 아내분은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이라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어요.
(상아) 결혼 전 라디오 작가로 일했어요. 아이와 늙은 개를 함께 키우는 엄마로 살면서 내면에 꽉 찬 감정, 마음에 고인 말들을 기록한 책이었어요. 한 녀석은 점점 자라고, 한 녀석은 점점 늙어가는 모습을 곁눈질하며 쓴 1녀 1견의 성장과 퇴화의 기록이랄까. 처음에는 아기 키우면서 책을 내고, 작가로 활동을 이어가려고 했어요. 첫 책을 내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에 약이 듣지 않게 되었어요. 아픈 아이를 보면서도 ‘나는 왜 들러리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신경질이 많이 났지요.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도 아주 오래 걸렸고요.
(남조) 아이보다 아내한테 더 미안해요. 밤마다 우는 아이를 돌보며 늘 “출근하는 사람이라도 자야지” 하며 배려해줬어요. 며칠 휴가를 내고 아이와 함께 지내며 이 상황에 대해 비로소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그땐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이 전부 내게 올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당시 개를 함께 키우고 있었는데, 그게 원인이라는 책망도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줄곧 살 부비고 지냈으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자꾸 스스로도 그 원인을 찾는 거예요. 어느 순간은 저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마저 들었고요. 아내가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몸소 부딪쳐야만 알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느꼈나요?
(상아)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잖아요. 저희도 꼭 그랬어요. 그전에는 꽤 자신만만했던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했고, 많은 걸 누리고 살았으니까. 세상이 내 맘대로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아이가 오래 아프고 나서 그동안의 오만함을 제대로 걷어차인 느낌이랄까. 일곱 살 아이가 다시 걸음마하는 심정으로 격려하며 하루하루 감사히 지내요. 잘 먹어서 칭찬, 잘 자줘서 칭찬, 잘 싸서 칭찬,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낸 나 스스로에게 칭찬.

배달 음식과 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있고 식사에 대한 선택지도 많아졌어요. 매 끼니와 간식까지 집밥으로 차려내는 일에 대한 부침도 있을 것 같아요.
(상아) 온종일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설거지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요. 외식, 당연히 하고 싶어요. 솔직히 너무 고되거든요. 그런데 시판 음식은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먹을 수 없는 식재료가 더 많으니까요. 아이는 음식 알레르기도 굉장히 심했는데 한때 고기, 달걀, 유제품, 콩에도 반응이 심하게 나타났어요. 슈퍼에서 파는 과자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놀이터에서 친구들이 먹는 ‘마이쮸’를 하나 먹고 호되게 앓은 적이 있어요.
사실 먹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신경을 썼는데, 주로 한살림이나 친정에서 직접 텃밭에서 키운 식재료를 공수해 와 삼시 세끼 집에서 해 먹었어요. 근 1년 가까이 외식은 거의 하지 않았고요.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몇 가지 꼼수를 부려 간장 대신 양파 진액에 올리고당을 섞어 비슷한 맛을 낸다든지, 밀가루 대신 현미 가루를 사용하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며 울상인 아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토마토와 양파를 한 박스씩 사다가 천연 소스를 만들어 현미 국수에 말아주기도 했고요. 아이는 시판 스파게티 맛을 잘 모르니까 잘 먹더라고요. 간은 소금, 새우젓만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요.

어성초 진액을 내려 호두 기름을 섞은 미스트, 해독 주스 등 다양한 민간요법을 시도해봤어요. 효과는 어땠나요?
(상아)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사람들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을 만큼 간절해요. 여기저기서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는 말에 휩쓸리기도 쉽고요. 저도 그랬어요. 지금도 창고에 약재가 가득한데, 어떤 건 효과가 있고 어떤 건 맞지 않았어요. 장기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은 자연식으로 먹는 것, 매일 천일염 섞은 물에 통목욕도 했으며, 건조해지지 않게 보습도 철저히 했어요.
최근에 효과를 본 건 효소 찜질이에요. 아이가 태어나서 땀 흘리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효소 찜질을 6개월간 꾸준히 하니 땀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저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에요. 개인마다 아토피피부염을 치유하는 방법이 달라요. 어떤 사람에겐 맞고 어떤 사람에겐 안 맞죠. 스테로이드제로 이겨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요. 가장 필요한 건 적절한 상황 판단,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만 깨 아침까지 푹 자는 밤들”에 감사하다는 표현에서 아주 당연하게 해온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상아) 아이를 부둥켜안고 지새운 수많은 밤을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어요. 낮에 이런 전쟁을 치르면 밤에는 쉬어야 회복이 되는데, 아토피피부염은 낮보다 밤이 진짜 심하거든요. 아이가 10시간을 잔다고 치면, 1시간에 한 번씩 열 번은 깨서 긁어요. 그냥 긁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파헤치는 느낌으로, 피를 볼 때까지. 아파서 울고, 또 긁고, 울고 그러다 보면 동이 터요.
해 뜰 때까지 아이를 만져주다가 까무러치듯 아침에 잠이 들죠.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땐 따가워서 울고, 옷을 갈아입을 땐 아파서 울고, 밥 먹을 땐 좋아하는 달걀말이를 먹을 수 없어 또 울어요. 외출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면 아이가 몇 시간씩 정신없이 긁어서 금세 자리를 떠야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목욕 시간에는 눈물의 샤워를 해야 하죠. 일상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이런 일을 겪은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이제는 웃어주고,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곱 살 은조의 하루는 어떤가요?
(상아) 단체 생활이 전혀 안 돼서 유치원은 작년에 4개월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저와 집에서 보내요. 하루에 1~2시간 해를 보며 걷는 일, 혹은 1일 1바다, 또 설악산을 오르는 바깥 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요즘은 그동안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는 건지 아주 늦게까지 자요. 그저께는 오후 1시까지 자길래 흔들어 깨웠는데, “엄마, 나 잠이 너무 좋아” 하더라고요. 덕분에 무척 게으른 아침을 보내고 있어요. 스케줄은 없지만 할 일은 많아요. 아이는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고, 읽고, 질문해요. 그러다 지루해지면 일단 손잡고 사람 많은 곳으로 가요. 놀이터나 시장, 온천 어디든. 아이는 그런 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또래 친구들을 무척 좋아해요. 3월이면 유치원에 재입학을 해요. 저도, 아이도 기대가 커요.
(남조) 도시에서 저도 키즈 카페를 자주 다녔어요. 아이도 잘 놀고, 부모는 뒷짐지고 커피 마시면서 육아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속초에는 키즈 카페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주로 바다로 산책을 나가요.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다가 쭉 이어지는데 그 짧은 구간마다 바다가 다 달라요. 자주 다니다 보니 아이가 미세하게 다른 바다의 특징을 알아보더라고요. 물색, 바람, 모래알의 감촉 같은. 그중에서도 은조는 모래가 부드럽다며 송지호 해변을 가장 좋아해요.

지금 가장 바라는 일이 있다면요?
(상아)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우리 가족 소원은 ‘잠 푹 자보기’였어요. 그게 지금 거의 현실이 되었으니 더 바라는 건 없어요. 아토피피부염은 완치가 없다고 해요.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면서 지내려고 해요. 은조는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100개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네요.
(남조) 제가 라면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이 몰래 라면을 끓여 먹다 들키면 “이거 매운 거야. 정말 맛없어”라고 둘러대곤 했어요.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아빠, 나 다 알아. 맵다고 하는 거 사실 맛있는 거지?” 가슴이 철렁해 젓가락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아빠가 끓인 라면은 다 맛있다고 하잖아요.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더 개선된다면 은조랑 같이 아빠표 라면을 끓여 먹어보고 싶어요. 하나 덧붙이자면 스스로에 대한 것인데, 항상 쫓기듯 일에 매여 있던 저에게 올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규모 도시 개발, 빠르고 편리한 소비 환경 속에 살고 있어요. 그렇다고 과거로 회기할 수는 없잖아요.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상아) 우리가 누린 것에 대한 대가를 아이들이 치르지 않기를 바라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좀 더 불편해져야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 환경을 경계해야 해요. 슈퍼에서 장을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포장지들이 수북해요. 그걸 분리수거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요.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이는 이미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에 너무 익숙한 거예요. 이 시대의 편리함을 요즘 아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거예요. 플라스틱에 익숙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요즘 우리 집 화두예요. 사소한 일이더라도 열심히 장바구니 들고, 텀블러 사용하고, 택배도 최대한 덜 시키려고 해요. 저는 천 기저귀를 채웠고, 물티슈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집에서 항상 양말을 신고 보일러도 거의 안 틀어요. 최근에는 삼베 마스크를 주문해봤어요. 매일 버리는 일회용 마스크 대신 사용해보려고요.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환경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남조) 제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영향이 죄다 아이에게 가는 것을 느껴요.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잖아요. ‘부모 환경’이라고 할까? 내가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되어주고 있는지 늘 생각하려고 해요. 기관을 다니지 않아 생기는 학습에 대한 공백보다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결핍을 채워주고 싶어요. 또 몸으로 많이 놀아주려고 하고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빠와 딸 사이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상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먹거리예요. 지금처럼 최대한 집밥을 먹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일회용품 줄이기는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요. 도시의 획일화된 키즈 카페나 놀이 시설보다는 아이가 좀 더 흙을 만지고,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안 돼”, “긁지 마” 같은 부정적 말을 많이 하게 돼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저랑 아이의 사이가 한참 좋지 않았어요. 어느 날은 아이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나는 불량이야”라며 툭 내뱉더라고요. 그 말이 참 아팠어요. 아이다운 감정 표현을 엄마에게 해주는 기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내면을 잘 살피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 2020.03.30
  • Editor. 성정아
  • Photographer.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