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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 Father - 사이의 세대 편

About a Father - The In-Between Generation

  • 2020.08.13
  • Editor. 김하민
  • Photographer. 김하민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각 세대 아버지들에게 회사와 가정에서 마주하는 세대 차이를 물었다. 우리 주변 아버지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포착한 생각들.

오도경 / 태양광 업계 생산관리자 / 28세

순간, ‘아, 회사 그만 둘 수도 없고 어떡하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니까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대기업에 비해 체계가 부실해요. 상사의 말이 곧 회사 규율이 되기도 하죠. 입사 초기, 제 딴에서 노력한다고 10분 일찍 출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상사 한 분이 ‘막내가 왜 집도 훨씬 먼 선배보다 늦게 오냐’며 나무라는 거예요. 결재를 올리면 본인이 원하는 단어나 어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자꾸 반려를 시키고요. 업무 강도 보다 상사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하지만 6시 ‘땡’ 퇴근만 하면 나만의 시간이 보장되니까 어찌저찌 참을 수는 있겠더라고요.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서 평일 뿐 아니라 주말에도 낚시·볼링·풋살·보드 등 온갖 취미를 즐겼어요. 덕분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죠. 그러다 지난달, 제가 아빠가 됐어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웃음) 순간, ‘아, 회사 그만 둘 수도 없고 어떡하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니까요. 보드 타고 싶다고 만삭인 아내를 두고 혼자 무주 가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하다못해 이젠 푼돈도 내 맘대로 쓰면 안 될 것 같고요. 아무래도 당분간 퇴사는 꿈도 못 꿀 것 같아요.


이효준 / 제약회사 회사원 / 33세

가족 같은 회사? 말도 안 돼요. 회사가 어떻게 가족이에요. 가족은 집에 있죠. 하지만 지금 월급 보다 두 세배 주면 가족이죠. (웃음) 제사도 드릴 수 있을 텐데….

입사하고 4년이 지난 지금, 회사 문화가 많이 달라졌어요.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회식 메뉴나 장소 모두 위에서 정한 대로 찍 소리 못하고 따라가야 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날짜부터 메뉴 심지어 주종까지 투표해서 정하더라고요. 요즘 신입 친구들과 나이 차가 그리 많이 나지 않는데, 생각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상사 분들은 회사 돈을 자기 맘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요즘 친구들은 조직원 모두가 함께 쓰는 공금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달라진 문화가 더 좋다고는 말 못할 거 같아요. 훨씬 민주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천편일률적이고 상명하복 문화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제가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랄까? 저도 꼰대인가 봐요. (웃음) 한편으론 저도 요즘 친구들과 비슷한 점이 하나 있어요. 가족 같은 회사? 말도 안 돼요. 회사가 어떻게 가족이에요. 가족은 집에 있죠. 하지만 지금 월급 보다 두 세배 주면 가족이죠. (웃음) 제사도 드릴 수 있을 텐데….


김원덕 / 건축사무소 <지음건설> 대표 / 42세

상대방이 욕심이 없다고 재촉하려 들면 꼰대가 되는 건 한순간이니까. 아쉽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

12년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사업을 운영한지 어느덧 4년 차예요. 직업 특성상 자기 사업을 하지 않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가족들과 충분히 시간을 못 보낼 것 같았거든요. 최근에는 사무실에 일손이 필요해 젊은 직원 한 명을 채용했어요. 진심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새로운 걸 시도해 보라고 이런저런 조언을 건넸어요. 하지만 매번 수긍하는 척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도 ‘받은 만큼 일한다’라는 말에 동의해요. 하지만 욕심이 없으면 그냥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어요. 직원이 성장 욕구가 크면 빠르게 성장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겠죠.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쩌면 손해일지 몰라요. 하지만 회사에서도 얕게라도 인간관계를 맺으니, 기왕 성장해서 나가면 서로 좋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그 욕심까지 강요해선 안 되죠. 상대방이 욕심이 없다고 재촉하려 들면 꼰대가 되는 건 한순간이니까. 아쉽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


김청호 / 엔지니어링 회사 건축 공사감리 업무 / 66세

잘못을 꾸짖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지, 우리의 몫은 아니야.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요즘 시대에, 조부모의 역할이 분명하다고 봐. 애 키우는 게 처음이다 보니 서툴러서 훈육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아이가 이기적으로 자라지 않으려면 부모가 정신 차리고 아이를 잘 타일러야 하거든 사실 나도 쌍둥이 두 딸을 키울 때 생각하면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회사 다니기에도 정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한 발짝 물러나 볼 수 있거든. 우리가 할 일은 자식들한테는 재촉하고, 손주들은 이뻐해 주는 거라 생각해. 나는 되도록 손주들과 스킨십을 자주 하려고 해. 손도 잡고 안아주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정을 많이 느끼며 자랐으면 하거든. 다정다감하게 부대끼다 보면 아이들도 분명 사랑받는 느낌을 느낄 거야. 잘못을 꾸짖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지, 우리의 몫은 아니야. 

  • 2020.08.13
  • Editor. 김하민
  • Photographer. 김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