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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트립, 우리만의 지도 만들기

Roadtrip of This Couple

  • 2020.09.24
  • Editor. 김명연
  • Photographer. 이형종
  • Writer. 이형종

텅 빈 것 같은 세상을 달리며, 매년 우린 낯선 곳으로 로드 트립을 떠난다.

©Nomadic IAN
©Nomadic IAN

결혼 10년차, 나는 아직 ‘파더’는 아니다.

지금 나와 아내의 처지는 ‘군대를 가야 하는 시기가 지났는데도 아직 입영 통지서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겠다.
우리는 같이 일한다. 아예 사무실도 집안에 만들었다.
지하 1층에서 나는 사진 프린팅 작업을 한다. 주로 내가 촬영한 풍경 사진을 프린트한다.
취미였는데, 이젠 일이 되었다. 아내는 1층 한쪽 방에서 기획서를 만들고, 글을 쓰고, 우리가 함께 만든 책과 나의 사진을 팔기도 한다.
아무튼 1년 365일 중의 360일은 붙어살다시피 하는 우리의 가장 큰 숙제는 아이를 갖는 것이다.
만 나이로 마흔셋인 나와 마흔인 아내, 우리는 아이를 가지려고 병원도 여러 차례 다녀보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입영 통지서 받고 빨리 군대를 다녀와야 제대 후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텐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갑자기 떠나고 싶었다.

2016년 11월, 지금과 비슷한 처지였으나 마음은 더 지쳤던 시절의 얘기다. 보통의 여행보다는 좀 긴 시간 동안 이 갑갑한 상황을 잊게 해줄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속초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볼까? 제주도로 가야 하나? 아니야, 그런데 말고 좀 더 낯선 데 없을까? 그래, 호주! 서호주로 가자.’

그곳은 나의 로망이다. TV를 보다 아내에게 “한 달 정도 서호주 갈래?” 한마디 툭 던지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가겠다 했다. 이후로 우리는 ‘호주 한 달 여행’에 초점을 맞춰 일과 생활을 조절해 나갔다.

©Nomadic IAN
©Nomadic IAN

여행의 컨셉은 로드 트립이었다.

호주는 로드 트립의 성지다. 캠핑카 빌려 타고 호주 구석구석을 다녔다.
2017년 2월, 35일 동안 호주 로드 트립을 한 데 이어, 그다음 해에도 또다시 50일의 호주 로드 트립을 다녀왔다.
낯선 차를 몰고 낯선 길을 달려 완벽하게 낯선 세상으로 들어가 첫 목적지인 울루루(Uluru)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아내는 울루루를 보고 나오던 날 “살면서 여기를 또 올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난 “이제 TV로 봐” 했는데, 그다음 해에 울루루를 또 갔다.

©Nomadic IAN

로드 트립은 뻔하지 않다.

매 순간 긴장되고 적당한 스릴과 모험을 즐기게 해준다.
또한, 남들이 흔히 가지 않은 길과 텅 빈 것 같은 세상을 달리며 지도 위에 우리만의 루트를 새긴다는 의미도 있다.
이런 순간을 아이와 함께 느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은근슬쩍 로드 트립에 맛 들여 첫 번째 여행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두 번째 여행을 계획했고, 두 번째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아예 로드 트립 다니기 좋은 시스템을 갖추려고 회사를 정리하고, 사무실과 집을 합쳐 이사했다.
그리고 이사 뒷정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세 번째 로드 트립을 계획했다.

©Nomadic IAN

모던패밀리 이형종, 김명연의 로드트립 이야기는 '아이슬란드'편으로 계속됩니다.

모던패밀리 | 이형종

로드 트립을 하며 풍경 사진을 찍고, 사진 프린팅을 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고, 프로페셔널 프린팅 랩을 운영하며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30대 때의 기억과 노하우를 되살려 개인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풍경 수집 작업실 마이케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책과 사진 액자를 만든다. 지난 7월에는 개인전 〈여름에 만난 겨울, 아이슬란드〉를 열었고, 책 〈아이슬란드, 얼음 땅에서의 일상 기록〉를 출간했다.  

  • 2020.09.24
  • Editor. 김명연
  • Photographer. 이형종
  • Writer. 이형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