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Eyes — Issue 16. 필환경 생활

오늘의 풍요는 어디서 오는가?

Where Does Today’s Prosperity Come From?

  • 2020.06.08
  • Writer. 박예진

삶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2050년을 상상하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는 물고기 개체 수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거예요.”

“2050년이 되면 기후 이상으로 자연재해가 지금보다 2배 더 늘어날지도 몰라요. 국제적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나겠지요.”

“2050년 서울 평균기온은 스페인 그라나다와 유사한 12.5°C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대기 정체는 일상이 되고, 우리는 공기 오염을 점점 더 심하게 느낄 거예요. 아마도 30년 후 아이들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로 공기가 순환되는 실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재난’의 프레임을 가져와 미안한 마음입니다. 기후변화, 환경오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요. ‘미래’라는 화두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재난의 스펙터클은 이제 수없이 언급되어 ‘재난 피로(Apocalypse Fatigue)’라는 말까지 생길 지경입니다. 재난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접할수록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마음은 조금씩 옅어지고 그 속에 무감각이 들어차게 되지요. 그래서 굳이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아도 지금 역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환경 재난의 전조 증상(2018년 한국을 강타한 폭염, 매해 찾아오는 미세먼지, 6개월간 지속된 호주의 산불 등)을 직시하기보다 되레 회피하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그리고 당장 내일을 살아내기도 바쁜데, 미래를 생각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까마득한 미래를 상상하는 건 미래학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환경문제에 심각하게 반응하기엔 아직까지 세상은 그럭저럭 살 만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아갈 이들을 위한 이타심을 가질 여유가 우리 일상 속엔 정말 없는 걸까요?

2020년을 사는 아토피안의 고백

아토피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30대 중반인 지금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먹는 것, 사는 곳, 일하는 것 등 여전히 많은 제약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 해 전 리모델링한 직장의 사무실, 이사 간 집에서 겪은 새집증후군으로 몸은 급속도로 망가졌습니다. 가구, 페인트, 건축자재 등에서 뿜어져 나온 환경 독소가 원인이었지요. 그 이후 카페나 식당, 도시의 어디를 가든 코와 눈을 시큰거리게 하는 화학물질에 유독 예민해졌습니다. ‘보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듯 유행 따라 철 따라 새롭게 생기고 허물어지고 다시 새롭게 단장하는 도시의 공간들. 턱없이 부족한 규제 속에 1급 발암물질을 내뿜는 건축자재들을 남용하는 사회에서 아토피안으로 사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입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아토피는 생소한 질병이었지요. 한 학년에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한두 명 정도이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토피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금 아토피는 아주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지요. 어른이 되면 낫는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런 준비 없이 성인 아토피안이 되었습니다. 성인 아토피안이 되면 영·유아·청소년기와는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집니다. 성인으로서 나를 온전히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 일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몸 상태일 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제도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러합니다. 일을 멈추든, 그 외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든, 한 사람이 오롯한 생애주기를 통과할 수 없음에도 그 결과와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됩니다. 특히 그 질병의 원인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오염 같은 외부 요인일 때조차도 말이지요.

나와 같은 미래를 맞이할 다음 세대를 생각해봅니다. 개인화된 질병의 체험을 떠나 무엇이 문제인지 발언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을 때의 결과도 상상해봅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도시 환경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되겠지요. 이것이 내가 환경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우리가 누린 풍요의 대가

“만약 제가 100세까지 산다면 저는 2103년에도 살아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미래에 있을 오늘을 생각할 때, 아마 2050년 너머를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그즈음이면 전 기껏해야 제 인생의 절반도 살지 못했겠네요. 그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78년에 저는 제 75번째 생일을 축하할 겁니다. 자녀나 손주가 있다면 저와 함께 생일을 보낼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여러분에 대해 묻겠죠. 2018년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서요. 여전히 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음에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볼지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제 평생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리고 제 자녀와 손주들의 생명에도요. 지금 당장 하고 하지 않은 일들은 저와 제 세대가 미래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 16세 기후변화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의 2018년 TED 연설

사회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Roman Krznaric은 우리가 ‘미래’를 마치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식민지처럼 다루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미래의 그 땅은 현재 기술로는 처리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자유롭게 버리고, 오염 물질을 실어 나르고, 막대한 사회적·생태적 부채를 전가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결과가 고스란히 다음 세상을 살아갈 세대에 전가된다는 말이지요. 우리 이전 세대와 지금 우리가 누린 풍요의 대가로 아이들은 선택할 수 없는 세상의 결과물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근시안적으로 만들었을까요? 정치에서는 임기 기간 동안, 패션과 문화에서는 계절이, 기업에서는 분기가 그리고 금융 시장에서는 단 몇 초가 앞다퉈 새로운 결과와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년마다 바뀌는 트렌드 리포트까지 출간되고 있지요. 시간은 효율적으로 분절되고, 세상은 당장의 보상으로 우리를 만족시킵니다. 우리가 단기적 목표에만 고군분투하며 공회전할수록 미래를 상상할 힘은 점차 유예되기 마련입니다. 얼른 돈 벌어 우리 가족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사는 것,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우리에게 상상할 여유를 앗아가는 것일까요? 우리가 아이에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안정적인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생태적으로 안전한 환경 또한 물려줘야 함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것은 분명 물질적 풍요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거대한 문제 앞에 선 개인은 무력해지기 쉽습니다. 기후변화, 플라스틱 문제, 핵폐기물, 미세먼지, 해양 산성화 등 각 문제가 지닌 중압감과 무게는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되겠어?’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입니다. 종종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해결책’을 논하기 전에 ‘문제의 시작’부터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환경문제를 부추기는 가장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성장 만능주의입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그토록 올라가는 것이 좋다고 믿는 GDP의 허울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말 그대로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지요. GDP가 올라가는 것이 그 나라 경제성장의 척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도,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숲이 파괴되어도 GDP가 여전히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무기를 생산해야 하고,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파괴된 곳을 복구하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됩니다. 숲을 파괴하면 종이를 만들고 골프장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또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현금으로 거래되지 않는 것이 그렇지요. 물, 공기, 토양, 숲, 생물 다양성 같은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졌다 여기는 것들, 그리고 돈으로 거래되지 않는 노동(돌봄, 물물교환, 자급적인 생활 방식, 자원봉사 등), 경제성장으로 발생한 생태·사회적 비용(환경오염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즉, 자기가 밭에서 손수 기른 채소를 먹는 게 아니라 머나먼 나라에서 생산해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건너온 외국 농산물을 사 먹는 게 경제성장에는 훨씬 이로운 행위가 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에 따르면, 산업화가 급속히 이뤄진 1970년대 이후부터 인간은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생태 능력을 초과해 자원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전 인류가 한국인의 생활 방식대로 살면 지구가 3.5개(2018년 기준)나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가져야, 얼마나 더 생활이 편리해져야 만족한다 말할 수 있을까요?

한계를 모르는 경제 발전과 부의 추구를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수용하기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이 이런 시스템을 작동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국가나 기업이 대신해주리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유권자 또는 소비자로서 우리가 변화할 용의가 있다는 시그널을 충분히 보낸 후에야 정치와 기업이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면에서 개인은 결코 환경문제 앞에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김영사)를 쓴 환경운동가 애니 레너드 Annie Leonard의 말을 빌리면 “우리 안의 시민적 자아, 부모·어른으로서의 자아가 소비자적 자아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어,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지역사회에서 큰 목소리로 풍부한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이 될 테니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TV에 나오는 유명한 제로웨이스트 실천가들은 손바닥만 한 유리병에 담긴 소량의 쓰레기를 보여주며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이것이 지난 2년간 제가 배출한 쓰레기의 총량입니다.” 몇몇 기후변화 위기 활동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비행기 대신 시간이 곱절이나 걸리는 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지요. 심지어 스웨덴에서는 비행기를 타는 행위를 수치스러움으로 여기자는 ‘플라이트 셰임 Flight Shame’ 운동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의기양양한 메시지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심리적 위축감을 주기도 합니다. 누구나 당장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건 겁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환경보호를 실천할 때 처음부터 어려운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긴 여정을 떠난다 생각하고, 삶의 면면에서 환경에 발자취를 덜 남기는 선택을 하나씩 취해나가면 되지요. 샤워 짧게 하기, 자가용 타는 일수 줄이고 되도록 대중교통 이용하기, 퇴근하거나 자리 비울 때 모니터 끄기, 검색엔진 에코시아로 바꾸기(45회 검색마다 1그루의 나무를 심어주는 검색 서비스) 등 삶의 모든 면으로부터 환경보호 실천의 근력을 조금씩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작은 실천을 습관화한 평범한 100명이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실천가 1명보다 더 필요한 세상일지 모르니까요.

사실 환경문제 앞에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 커뮤니티, 기업, 국가 차원에서 무궁무진하지요. 아쉽게도 짧은 지면 안에 모든 걸 열거할 순 없어, 이곳에서는 가족이 아이와 함께 생각해보면 좋은 실천이나 생각거리를 보태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작은 실천을 통해 나와 아이가 생태적 한계 내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식사에서 채식의 비율을 높여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 사료 생산과 목초지를 위한 벌목,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축산업은 전 세계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배출량을 차지합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 또는 하루 한 끼 채식 같은 선택적 채식을 통해서도 환경보호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건강에 이롭기도 하고요.

2. 실천할 수 있는 환경에 이로운 습관을 기릅니다
변화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될 수 있어요. 가정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전기 스위치는 끄고, 이를 닦을 때는 수도꼭지를 틀어두지 말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갖고 싶은 물건이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님을 상기하기 등을 실천해보세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러한 작은 습관을 실천할 때, 아이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연결되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를 줄여 빙하가 녹는 걸 막을 수 있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요.

3. 미디어 독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합니다
미디어 속 정보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정보를 누가 만들고 퍼뜨리는지, 왜 그 정보를 만들었는지, 그 정보를 만들고 퍼지도록 누가 비용을 지불하는지, 그 정보를 대표하는 관점은 무엇이고 반대로 배제되는 관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 같은 훈련은 우리 아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옵션과 소비의 자극 그리고 가짜 정보에 성숙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박예진

미니마이즈 임팩트 Minimize Impact 운영자이자 문화 예술 기획자. 오래 앓아온 아토피를 계기로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 환경,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환경에 최소한의 발자취를 남기려는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도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미니마이즈 임팩트를 시작했다. 헌 옷을 화폐 없이 교환하고 수선하는 ‘수선장’,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축제 ‘손잇는날 2019’ 등의 행사를 공동 기획·운영했다.

  • 2020.06.08
  • Writer. 박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