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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s — Issue 2. 휴가

아빠와 함께 떠나는 모험

An Adventure with Dad

  • 2016.09.01
  • Editor 이재위
  • Photo 이주연
  • Film 최소명

강호는 바위조차 밀어내는 강한 급류와 수 미터의 폭포 속으로 뛰어들길 주저하지 않는 프로 카야커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물길을 찾아 일본, 네팔, 칠레 등지에서 카약 투어를 해왔다. 10년 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카약을 통해 도전과 모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를 발견하고,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자리를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경북 봉화군 이나리강은 청량산의 웅장한 산세와 지루할 틈 없는 물살의 변주 덕분에 래프팅 장소로 인기다. 아빠는 야영장비가 가득 든 방수배낭을 메고 가파른 흙 길을 따라 카약을 옮겼다. 그리고 두 개의 카약을 연결한 로프를 더 단단히 동여 묶었다. 올해 열 살인 은서가 총총 걸음으로 그 뒤를 따른다. 카약을 강에 띄우자 하얀 포말이 이들을 평온한 강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긴장돼 보이던 둘의 얼굴이 환해지고 은서도 아빠를 따라 제법 힘 있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아빠와 딸이 카야킹으로 떠나는 첫 번째 여행이다. 강 줄기를 따라가다 야영지로 적당한 모래언덕이 나타나면 우리만의 캠프를 만들고 강 위에서의 모험담으로 밤을 지새울 예정이다. 은서는 오늘 아빠와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당신은 대단한 카야커이자 모험가라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영국 카누 연맹(BCU)에서 급류 카약 교육자 과정을 수료하고 지리산 카약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급류를 찾아 전 세계의 강이나 계곡을 찾아 다니죠. 급류 카약은 제가 모험을 즐기는 하나의 수단이예요. 재작년 네팔의 580km 강을 횡단했고 최근에는 칠레를 다녀왔어요. 칠레는 안데스 산맥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급경사의 협곡을 흘러내려오거든요. 각 지역 로컬 카야커들의 도움을 받아 두 달 동안 산티아고부터 푸콘까지 여행했어요. 칠레에서도 최고 난도를 가진 예소(Yeso), 마이포(Maipo), 끌라로(Claro), 푸에스코(Puesco), 네바도스(Nevados), 발긴(Palguin), 코일라코(Coilaco) 등에서 급류를 경험했죠.

문득 카약이라는 스포츠가 궁금해지네요.  
카약은 흔히 혼자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팀워크가 무척 중요해요. 세 명 이상의 인원이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어려움 속에서 긴밀하게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해요. 규칙은 아주 단순해요. 위험이 있으면 피하고 급류를 넘어서면 안전한 구간에서 쉰다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루트를 계획하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요? 
트란쿠라에서 실수로 카약이 전복된 적이 있어요. 그리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고프로 장비들을 잃어버렸어요. 열심히 기록해온 영상과 사진들 역시 허무하게 날려버려 무척 상심했죠. 그때 현지의 카야커들이 재미있는 제안을 해왔어요. 그들은 힘든 상황을 겪고 난 뒤 자신의 신발에 맥주를 부어 마시면서 상심이나 후회를 묻어버리는 관습이 있대요. 난생 처음 신발에 입을 대고 맥주를 마셨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더라고요. 어떤 심각한 상황을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환기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카약을 통해 환경 보전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신다고요.  
포말은 급류카약을 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물을 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죠. 물은 강과 바다로 흘러 들기까지 끊임없이 움직이고 부딪치며 깨끗해져요. 물의 자연 정화 원리인 급류를 자본의 논리로부터 지키는 것이 카야커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급류가 댐 건설과 도로 확장 등의 이유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우리나라 역시 일부 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급류 환경을 만드는 많은 바위들이 파헤쳐졌어요. 자연에서 물길은 사람의 핏줄과 같아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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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여행, 혹은 위험에 대한 가족의 반대도 있었을 거 같아요.  
언제나 가족은 제 결정을 응원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어요. 살아가는 데 산소가 꼭 필요하지만 평소에는 잘 모르잖아요. 월드 클래스의 급류 속으로 뛰어들 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두려움에 휩싸이거나 정신이 혼미해 질 때 가족을 생각해요. 건강하게 돌아가서 딸과 놀아주어야지 하는 소박한 바램을 떠올리죠. 가족은 제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스포츠에 빠진 아빠들이 가족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당신은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것 같아요.
평소 카약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는 가족에 집중해요. 매일 은서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제 일이죠. 장모님은 아이를 너무 곱게 키우지 말라고 나무라시는데 저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해요. 딸이 학교 정문에서부터 제게 달려오는 모습은 매일 다르지만 언제나 사랑스럽죠.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라면 아이들은 습자지처럼 부모의 감정을 흡수하기 때문에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해외로 원정을 떠날 때는 장기적으로 계획해 저와 가족 모두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요. 평소에는 아내에게 본인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개인 약속은 잡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많이 봐주는 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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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카약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는 가족에 집중해요. 매일 은서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제 일이죠. 장모님은 아이를 너무 곱게 키우지 말라고 나무라시는데 저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해요.”

당신의 표현대로라면 ‘모험’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원동력 이었나요?
10년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때 저는 아빠로서 빵점이었어요. 업무로 인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하루하루를 망가뜨리면서도 특별한 자의식 없이 살았죠. 그리고 집에 와서 하는 말은 기껏해야 아이가 자는지 확인하는 정도였어요. 아내는 저에 대해 알지 못했고 저 역시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하루 중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회사에만 있었죠. 하지만 카약을 통해 다양한 모험을 시도하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이해심이 더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칠레에서 언어가 잘 안 통하니까 로컬 카야커들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곤 했는데, 그때 문득 아내가 떠올랐어요. 그 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저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보다는 늘 일방적으로 내 주장만 고집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귀국한 날 아내에게 인사대신 사과부터 했어요. 그 동안 답답하게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은서가 수영장에서 카약을 연습하는 모습을 당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적이 있어요. 오늘이 야외에서의 첫 번째 실전이었죠? 
그 동안은 실내 수영장에서 훈련을 해왔어요. 고맙게도 은서가 먼저 카약을 배우고 싶다고 제안해서 가르쳐보니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마음을 먹고 야외로 나왔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늦게 나온 것 같네요. 안전 수칙을 가르치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누워서 눈을 감더라고요. 그때 은서가 무척 편해 보였고 물을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물론 은서가 카약을 좋아하길 바라지만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은서는 좀 다르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카약을 통해 세상을 여행하고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넓고 깊게 성장해 나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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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아버지로서 은서와 함께 하고 싶은 모험이 있다면요?
카약으로 여러 국가를 여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칠레예요. 강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들은 늘 동물과 교감하고 자연을 느끼며 살아요. 산과 계곡은 즐겁게 뛰노는 곳이면서 생계의 터전이기도 하죠. 지역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래프팅을 가르치며 살아가요. 거대한 자연 속에서 태어나 산과 강을 보고 느끼며 자란 사람들은 모험 정신 또한 남다른 것 같아요. 거친 파도가 훌륭한 선장을 만든다는 말처럼 험난한 자연환경 위에서 다져진 그들에 비해 우리는 너무 위축되어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칠레에 꼭 가보고 싶어요. 카약 교육에 있어서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잘 갖추고 있어 은서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버지상은 무엇인가요?
딸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산 같은 아버지. 카약을 가르칠 때 네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말해요.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은서가 아직 그 의미를 받아들이지는 못하겠지만 아이의 생각을 늘 지지해주고 싶어요. 은서는 좀 다르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카약을 통해 보여준 열정을 기억한다면, 제 딸도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그 열정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저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요.

Lessons for fathers

강에서는 안전하게, 집에서는 즐겁게 

아이와 신호로 대화하기
카누와 카약을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몇 가지 신호를 아이와 함께 익혀보자. 엄마는 모르는 수신호로 우리만의 비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kayak

정지
카야킹을 하다가 쉬어가야 할 타이밍이거나 전방에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 패들을 머리 위로 올려 수면과 수평으로 잡는다. 양팔을 옆으로 활짝 벌려도 그 자리에서 멈추라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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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카야킹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사라지면 패들 또는 한 손을 수면과 수직으로 세워서 출발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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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
수상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패들 또는 한 손을 좌우로 빠르게 흔든다. 이때 원을 그리듯 천천히 돌리면 한쪽으로 모두 모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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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확인 - 너 괜찮니?
한 손으로 상대를 가리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머리 꼭대기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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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확인 - 나 괜찮다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동그라미를 만든다. 한 손에 패들을 쥔 경우에는 한 손으로 자신을 가리킨 뒤 자신의 머리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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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확인 - 나 안 괜찮다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어 가위를 만든다. 한 손에 패들을 쥔 경우에는 손바닥을 펴서 자신의 목으로 가져간 뒤 좌우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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