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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근황 토크

COVID TALK

  • 2020.09.03
  • Editor. 조서형
  • Illustrator. 강다솔

코로나 사태와 함께 봄과 여름을 지낸 우리는 어느덧 가을을 앞두고 있다. 다들 집에서 뭐하고 있을까, 안전히 잘 지내고 있을까. 멀리서나마 나눠보는 이 시기 근황 토크.

한상윤 / 36 / 건축회사 근무

재택근무 세 달째에요.
3월에 재택근무를 하다가, 풀렸다가, 다시 하고 있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죠. 저는 용인시에 살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세 시간쯤 걸렸었는데 일단 그게 사라졌으니까요. 새벽 6시 40분이면 일어났는데 이제 8시가 지나서 일어나도 넉넉해요. 처음에 갑자기 재택근무 지시를 받았을 땐 확실히 업무 효율이 떨어졌어요. 그땐 경각심이 없고 재택근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부족해서 다들 놀러 나가고 그랬어요. 업무 시간인데 연락하면 “제가 지금 밖이라 조금 있다 전화드릴게요” 이런 답변이 오고. (웃음) 꽤 체계적이 되어 지금은 카메라 켜놓고 일하고,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으로 화상회의도 잘 진행돼요.

사무 용품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마우스나 키보드는 물론 문구류도 다 회사에서 주는 걸 썼잖아요. 집에서 일을 하려는데 마우스도 불편하고 펜도 잘 없고 뭔가 다 부족한 거예요. 회사에서 쓰던 건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아 일하기 좋은 마우스였거든요. 기본적인 사무 용품부터 검색하다 보니 귀여운 팬시 제품까지 찾고 있더라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닐걸요. 주변 얘기 들으면 다들 비슷해요. ‘홈 오피스’를 차리듯 집에서도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각자 마련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잃은 거라면 야근 수당이나 특근 수당, 그리고 회식이에요. 재택근무에 적용하기 힘든 개념이니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집에서 회사 일을 하지 않을 땐 부동산이나 재테크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해요.

아이들은 청주 시댁으로 보내기로 했어요.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층에 확진자가 나와서 두 아이는 할머니 집에 잠깐 가 있게 되었어요. 최근까지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10명이면 8명이 안 나오더라고요. 코로나 없는 세상에 여름휴가를 갈 수 있을 날이 다시 온다면, 멀리는 못 가더라도 동남아 바닷가 정도 구경을 가고 싶어요.


김남경 / 36 / 자영업자

매출이 말 그대로 ‘개박살’났어요.
딱 반 토막 났다고 볼 수 있어요. 뉴스에 따라 더 심한 날도, 조금 나은 날도 있고요. 매장을 세 개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아예 홀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만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늘어난 배달 비율에 맞춰서요. 원래 여름이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데, 이번엔 다 날렸죠. 저 같은 자영업자는 손님이 없더라도 가게는 지켜야 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늘진 않은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마스크가 아닐까요.
하루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마스크를 끼고 살게 되었잖아요. 어른이야 참으면 되지만,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면 속상해요. 딸이 둘인데 아직 어려서 할머니가 있는 전라도로 내려보냈어요. 거긴 조금이나마 안전할까 싶어서요.

요즘 <비밀의 숲2>를 봐요.
아이들의 빈자리는 드라마로 채웠어요. 본 방송은 시간이 안 맞아 못 보고 주로 넷플릭스를 활용해요. 집에서 입는 차림이면, 홈웨어로 나온 편한 면 반바지? 물론 반바지만 입어요. 더우니까(웃음). 건강 관리를 위해 집 밥은 한동안 채소 위주 식단으로 먹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다시 치킨에 맥주를 시작했네요. 500ml 블루문 캔맥주에 교촌 레드 오리지널은 정말 멋진 조합이에요.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하고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기도 하죠.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모두들 해외여행을 말할 것 같은데 저도 그래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몰디브에 다시 가고 싶어요. 그때 너무 좋아서 10년 안에 다시 오자고 했었는데, 올해 어느덧 7년 차가 되었네요. 3년 안에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할 수 있겠죠?


김현철 / 32 / 엔터테인먼트 근무

코로나로 공연과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주말이 생겼어요.
다른 밴드 공연을 구경 가거나 뒤풀이를 하는 일도 일체 없어졌어요. 특히 여름은 페스티벌이 몰려 바쁠 땐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저는 고양시에 사는데 집까지 배달되는 음식이 거의 없어요. 대신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에 가서 밀키트를 사다 먹어요. CJ, 본죽, 비비고 시리즈 등을 활용해 일주일 식사를 꾸려요.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발전해서 꽤 먹을 만해요.

집에 있는 동안에는 거의 식물을 가꾸며 시간을 보내요.
화분이 70개 정도 있어요. 물을 주고, 배치를 바꾸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요. 요새 가장 애착이 가는 식물은 고사리류에요. 빠르게 크고, 자라는 모습이 귀여워요. 양치식물이라고도 부르는데, 모아놓으면 원시림 같고, 아무튼 진짜 좋아요. 더 나은 가드닝을 위해 일본 브랜드 ‘타카기’의 물뿌리개 시리즈를 샀는데 이게 진짜 신세계에요. 안개 분사도 예쁘게 되고 호스 연결도 할 수 있어 식물을 가꾸는데  여러모로 큰 도움을 줘요. 집에서는 주로 가사가 없는 노래를 들어요. 명상하기 좋은 ‘Nature Sound’나 히로시 요시무라의 ‘Quiet Forest Full Album’처럼 코드 진행이 단순하고 멜로디가 미니멀한 앨범이 좋아요. 원예하며 듣기도 하고, 커피 한 잔 내려두고 창밖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며 듣기도 해요.

이번에 잃은 걸로 일 얘기를  빼놓을 수 없네요.
업종 특성상 행사 같은 외부 활동으로 버는 수익이 50%가 넘는데, 다 없어졌으니 매출이 반이 된 셈이에요. 외부 행사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업계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었어요. 관객 피드백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동생들 쇼케이스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게 일의 기쁨이었는데 못하고 있어요. 삶의 반경이 줄어들면서 일의 재미도 조금은 떨어졌어요.


김아람 / 38 / 그래픽 디자이너

매거진 편집 디자이너 일을 오래 하다가 잠깐 쉬고 있어요.
직장 생활을 쉬는 건 처음인데 여행 한 번 편하게 다녀올 수 없는 상황이에요. 요새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마스크를 쓰는 게 너무 싫어서 거의 집에 있어요. 출근을 하지 않지만 루틴을 가지고 생활하려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요. 혼자 집에 있더라도 언제든 그대로 밖에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차림을 하고 있어요. 낮엔 책을 읽고 저녁에는 나가서 달리기를 해요. 끼니로는 간단하게 우유와 바나나를 갈아 마셔요. 가끔 냉장고를 뒤져 김치나 닭 가슴살을 넣고 볶음밥을 해 먹기도 해요. 아무것도 당기지 않을 땐 그냥 커피만 마셔요.

집에 있으면서 커피 머신과 라디오와 가까워졌어요.
카페에 갈 수 없으니 커피를 내려 마시고, TV를 대신해서 라디오를 켜 놓아요. 오전 10시면 107.7Mhz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요.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시작으로 ‘장예원의 시네타운’, ‘최화정의 파워타임’, ‘두시탈출 컬투쇼’, 오후 6시의 ‘붐붐파워’까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즐겨 보지는 않아요. 가끔 영화를 보고 싶을 땐 B tv 영화 채널을 활용해요.

마라톤 대회가 줄줄이 취소됐어요.
달리기는 제 취미에요. 해마다 마라톤 대회를 기대하며 훈련을 해요. 이번에도 기록 경신을 위해 의욕을 가지고 달리기 연습을 해 왔어요. 올 10월엔 시카고 마라톤을 위해 미국에 갈 예정이었거든요. 할 수 없이 취소했죠. 코로나로 잃은 가장 큰 건 이렇게 굵직한 마라톤 대회들이에요. 대회가 취소되면서 러닝을 향한 의지도 조금 떨어졌고요.
독일에 살고 있는 처제는 외출이 어려우니 아예 집 마당에 수영장을 만들었대요. 사진으로만 봤는데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꼭 아내와 함께 독일의 처제 집에 놀러 가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네요. 마라톤 대회에 맞춰 출국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예나리 / 36 / 증권회사 근무

요새 주식은 오히려 더 활황이에요.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재택근무는 어려워요. 광주에 사는 저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7살, 5살 아들 하준이와 지원이는 공 하나만 던져줘도 잘 놀아요. 근처 도시로 여행도 자주 다니곤 했어요. 요샌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요. 평일에는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세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있거든요. 대신 하루 한 가지 실습을 해야 출석이 인정돼요. 율동하는 영상이나 그림 그리는 모습 등을 할머니가 촬영해서 선생님께 보내요.

주말이면 가족이 다 같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과 종이를 접고, 레고를 조립하고, 쿠키 만들기 세트를 사다가 굽고, 숙제를 봐주기도 해요. 유튜브 채널 ‘네모아저씨’ 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어른인 제게도 책을 보고 종이를 접는 건 어려운데, 네모아저씨는 복잡한 디자인도 천천히 가르쳐줘서 따라 하기 좋아요. 어린이 있는 집은 이 채널 다 알걸요?
집에서 먹는 식사는 주로 아이 위주에요. 간단하게 주먹밥 같은 걸 해주거나 밥과 국을 먹어요. 요즘 두 아들은 오므라이스에 빠져서 맨날 그것만 해줘도 잘 먹어요(웃음). 종종 저녁에 안줏거리 배달을 시키기도 해요. 요새 먹태도 배달 오는 거 알고 있어요?

올해는 제 입사 10주년이에요.
안식년 2주일 휴가를 받으면 뉴욕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어요. 당연히 못 가게 되었고요. 안식년은커녕 바빠서 휴가도 제대로 못 쓰고 있어요. 코로나가 끝나면 큰아들과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요. 무슨 만화에서 본 건지 하준이가 콕 집어 에펠탑이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일곱 살이 되어 이제 말도 좀 통하고, 잘 걸으니까 같이 에펠탑 보러 가면 좋겠네요. 사실 아이들이 밖에서 맘껏 뛰어놀 수만 있게 되어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2020.09.03
  • Editor. 조서형
  • Illustrator. 강다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