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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가 사랑한 만화 OST

Songs From Back in My Days

  • 2020.08.04
  • Editor. 조서형

나 때는 말이야. 학교 끝나면 TV 앞에 앉아 만화 보는 게 낙이었어. 밥은 굶어도 만화는 봤다고. 그때 흥얼거리던 가사와 멜로디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아. 내가 사랑하던 그 시절 만화 OST, 같이 들어볼래?

랄라랄라랄랄랄라, 〈메칸더 V〉

어렸을 때는 정말 모든 만화를 다 좋아했다. 만화책도 보고 티브이 앞에 앉아 한참 온갖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했다. “마법으로 빛나는 그랑조!” 이런 구절도 기억난다. 그래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메칸더 V〉다. “랄라랄라랄랄랄라 메칸더” 메칸더는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시작된 만화다.

좋아하던 캐릭터는 메칸더 V의 박사. 그래서 그때 꿈이 박사였다. 이후에 과학자로 바뀌기도 했지만 같은 맥락에서다. 로봇으로 싸우는 사람보다 로봇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종하는 사람보다는 만드는 사람이 훨씬 멋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하는 일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 속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실 속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신동진(39) @grafflex

이미지를 새롭게 조합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가로수길 조던 서울 매장의 아트워크를 진행했다. 대표작은 작가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탄생한 ‘볼드 시리즈’.  

가자 조로와 함께, 〈쾌걸 조로〉

현란한 칼 솜씨로 악당을 물리치는 조로는 어린 내게 너무나 멋진 영웅이었다. 놀다가도 자주 흥얼흥얼 쾌걸 조로의 주제곡을 노래했다. 그때 좋아하던 구절은 “검은 망토 검은 가면 그 이름 쾌걸 조로 아름다운 로리타와  리틀 조로 베르나르도~ 세 친구가 가는 길에 쓰러지는 악당들~ 가자 조로와 하~암께 산타스코의 평화를 위하여. 가자 조로와 하~암께 정의의 새 아침을 위해~”다. 한 구절을 시작하면 끝까지 멈출 수 없다.

다시 주제곡을 들어보니 지금까지도 외울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생각보다 짧긴 하지만. 그나저나 조로가 저렇게 심각하게 생겼었던가. 그때는 몰랐다.

고인곤(37) @inkon

두 딸 지유, 지호의 아빠. 광고 대행부터 기획, 촬영, 편집을 모두 진행하는 팀 베러테이스트(Better-Taste)를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소년이여 신화가 되라, 〈신세기 에반게리온〉

"소년이여, 신화가 되라" 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 구절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아스카'라는 캐릭터를 좋아했다. 당시엔 그가 왜 좋은지 알기에 너무 어렸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츤데레한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성향은 변치 않아 사실은 다정하지만 무심한 아내와 살고 있다. 덕분에 만화에서는 멋있게 보이던 무덤덤함이 현실에서는 어려운 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좋아하던 만화의 주제곡을 다시 들어보니 대충 멋있어 보이는 단어를 애써 붙여 놓은 티가 역력하다. 어렸을 때도 별 생각없이 듣고 따라 불렀지만, 지금 들어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강승원(36) @arcade_video_class

CF와 뮤직비디오를 주로 만드는 영상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케이드 비디오 클래스'란 이름으로 영상 수업도 진행한다. 아빠를 닮아 또래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는 아들을 키우고 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로보트 태권V〉

TV 앞으로 나를 부른 만화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로보트 태권V〉였다. 주인공은 로봇을 조종하는 태권도 유단자다. 나는 직접 만든 깡통 모양 갑옷을 입고 거침없이 활약하는 주인공 동생 철이를 좋아했다. 철이는 악당 로봇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은 철이를 보고 좌충우돌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1970년대를 살아간 대한민국 40대의 추억이 담긴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의 주제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OST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지금 보니 꽤 단순한 가사지만, 지금껏 토씨 하나 잊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좋아했구나 싶다.

김광석(46) @cartel_production_

무대 감독 및 공연 연출을 진행하는 카르텔 프로덕션의 매니저. 로버 미니와 할리 데이비드슨을 좋아하며, 일곱 살 아들 태양이와 노는 모습을 담은 '탱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친해지길 바라, 〈톰과 제리〉

톰과 제리를 좋아했다. 가사가 있는 오프닝 음악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던 당시에는 가사가 없는 주제곡뿐이었다. 다시 들어보니 상당히 세련된 연주곡이다. 톰과 제리 특유의 슬랩스틱 분위기와 유쾌한 산만함이 잘 표현되었다. 어디선가 톰이 제리를 쫓아 나타날 것만 같다.

톰이나 제리 대신 스파이크라는 이름을 가진 불도그와 그 아들 타이크를 좋아했다. 몸집이 큰 스파이크는 고양이 톰에게 으르렁대고 한 손으로 톰의 몸을 움켜쥐거나 머리에 주먹을 날려 혹을 만들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인상도 험상궂다. 지금 그 둘을 다시 보니 다정한 가족의 모습 그 자체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아들 바보 스파이크와 아기 강아지 표정이 편안하고 좋아 보인다.  

박지훈(41) @park_ji_hunn

광주 동구에서 클라이븐 클라이밍 짐을 운영하고 있다. 모터사이클, 카약, 캠핑 등 취미를 담아 ‘wildoor’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든다. 중, 고등학생 두 딸 혜이와 채이의 아버지다.

불꽃 모양 머리, 피구왕 통키〉

불꽃 모양 머리를 한 작고 귀여운 주인공은 이름마저 ‘통키'다. 그는 날아오를 듯 혼신의 힘을 다해 점프하고, 모양이 일그러질 만큼 세게 공을 던진다. 실패하고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통키가 불꽃슛을 완성했을 때 그 기쁨이란! 다시 봐도 눈물 날 것 같다. 

맑은 날이면 통키의 주제가를 떠올린다.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맑은 공기 마시며 자, 신나게 달려보자”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실 수 있는 일상을 되찾는다면 아이와 함께 아침 해가 빛나는 바닷가에서 열정적으로 달리고 싶다. 가사를 다시 곱씹어보니 과하게 목표지향적인 가사가  부담스럽다. 상쾌한 아침이 오면 아마 신나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다. 

최유진(40) @_mylime

얼마 전 첫 유치가 빠진 일곱 살 딸 라임이와 캠핑도 다니고 미술관도 다니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엄마다. 가족의 감도 높은 일상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고 있다.
  • 2020.08.04
  • Editor. 조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