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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근 / 세탁소 운영 / 67세

딸은 마흔하나고 아들은 서른여덟, 둘 다 결혼했어요. 요즘도 아들이 “아빠, 술 한잔 합시다.” 해서 같이 술 먹고 이야기해요. 어릴 때부터 아빠랑 대화하는 게 익숙한 애들이거든.

세탁소 초창기에는 한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고 조금 자리가 잡힌 뒤에는 보름에 한 번씩 쉬었어요. 그때 우리 집사람이 원칙을 하나 세웠어. 아무리 바빠도 애들이 학교 마치고 돌아올 때 즈음에 집에 미리 가서 따뜻한 밥이랑 찌개를 준비해 놓는다는 거였어. 애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집에서 따뜻하게 돌봐줄 사람이 있어야 집에 들어오고 싶지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밖으로 나돌고 싶겠지 않겠어요? 그래서 애들에게 들어오고 싶은 집을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가족끼리 같이 밥 먹을 때 가급적 부정적인 이야기는 안 했어요. 집에 생활비가 떨어졌네, 다른 집 애들은 어쩌네 하는 이야기보다 하루 중 있었던 일 중에 제일 기분 좋은 일 위주로 얘기했지. 집에 쌀이 떨어져도 일단 지금 먹고 있는 맛있는 밥 이야기를 하는 거야. 걱정이야 부모 몫인데 뭐 하러 다 말해. 집사람하고 둘이서 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서로 해주니까 대화가 끊이지 않아.

자기 자식이라고 해서, 훈육하는 말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막 하지 않았어. 아무리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애들 기분을 살펴서 들을만한 상태일 때 말을 해야지. 그래야 더 먹혀요.

내 또래 남자들은 대부분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옛날에는 다들 배움이 짧았잖아? 그러니까 자기가 실수할까봐 두려워서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아요. 일하고 밤 늦게 들어와서 대화할 시간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애들하고 세대 차이가 나서 대화가 끊기는 건데, 이건 아빠들이 세상 돌아가는 걸 너무 몰라서 그래. 요즘 유행이 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아빠가 먼저 들여다봐야 자녀들하고 말이 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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