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s

서정식 / 대구방아간 운영 / 71세

기름 경력이 올해로 43년이야. 1975년에 시작했는데, 그때는 기름집이 괜찮았어요. 대기업이 이런 거에 손을 안 댈 때니까. 지금은 동네 방앗간이 하나 하나 문 닫는 거야. 종로에서도 1년에 한두 개씩 다 없어져. 대기업 메이커에서 모든 걸 다 하니까.

종로 이 근방에 한국산 참기름 짜는 데가 없어요. 우리만 유일하게 팔아. 내가 서울시 오래된 가게 보호 사업에도 선정되고, 신문에서도 취재를 여러 번 해갔는데 거짓말 하겠어요? 비싸서 못 먹고, 못 믿어서 못 먹는 게 한국산 참기름이에요. 중국산은 한 병에 8천 원이고, 한국산은 2만2천 원이니 생각해봐요. 믿고 먹을 수 있는 단골만 먹는 거예요.

가끔 손님이 물어요. “이거 진짜 믿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럼 이렇게 답하죠. “손님, 나 이 자리에서 장사 오래 했어요. 손님이 나를 믿고 드시면 진짜 참기름 드시는 거고, 내가 진짜 참기름을 줘도 못 믿으시면 진짜를 잡수면서도 가짜를 잡수는 게 되는 겁니다.” 이거 말고 다른 이야기는 할 수가 없어요. 깨가 맛과 향이 일정하게 나오는 공산품이 아니잖아요. 나도 수십 년 거래한 농부들한테 신의를 가지고 사오는 거예요. 그 모든 과정을 버선 목 뒤집듯 뒤집어서 보여줄 수도 없는 거고.

내가 돈만 벌려고 했으면 시장 장사를 했지 이렇게 동네 장사를 안 해요. 동네 장사는 이웃에게 한번 신의를 잃으면 문 닫아야 해요.

만드는 사람이 정직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안믿으려고 작정하고 있으면 나는 못 당하는 거죠. 세상을 못 믿고 살면 본인이 피곤하지, 뭐. 무엇이든 밉게 보고 나쁘게 보면 자기 몸 속에 병을 만드는 거예요. 이쁘다 고맙다 하고 살면 자기 마음이 편안한 거고요. 남을 사랑해야 해. 사랑하고 살아야 해.

Related Faces

또 다른 이야기

모든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