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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원 / 아파트 경비원 / 70세

오늘 서울 최고 기온이 38도라네요. 여기는 에어컨도 없고 그냥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어요. 67세부터 경비일 시작했는데 마음은 쉬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먹고 살려니까 일을 계속해야지.

내가 스물일곱에 결혼을 해서 우리 아들을 아주 늦게 낳았어요. 우리 아들이 올해 서른넷이거든. 내년쯤 장가보낼 계획인데, 혼사 치르는 게 돈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잖아요. 아들도 열심히 벌고 나도 열심히 벌어야죠. 며느리 될 아이도 몇 번 봤어요. 커서 사고를 당해서 그랬는지 정확히 이유는 모르지만, 다리가 좀 불편한 아이예요. 그래서 제가 아들한테 “니 괘안켔나?” 물었더니 아들이 괜찮다고 걱정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나도 좋지요.

우리 집사람하고 내가 지금껏 살며 부부싸움을 단 한 번도 안 했어요. 우리는 마음이 똑같아. 집사람이 좋으면 나도 좋고, 내가 좋으면 집사람도 좋고.

우리는 중매 겸 마을분 소개로 만났어요. 딱 한 번 보고 ‘아,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되겠구나’ 했어요. 처음 만난 날, 내 짝꿍이 될 사람이라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예뻐 보이더라고요. 진짜 호박같이 예뻤다고. 처음 본 날부터 내가 많이 좋아했어요. 집사람 집안이나 우리 집안이나 형편이 비슷하니까 비슷한 처지 사람끼리 힘 합쳐 잘살아 보자 했어요. 그날부터 오늘까지 같은 마음으로 살아요. 뭐, 부부싸움 할 일이 뭐가 있어? 한 사람이 먼저 용서하면 싸울 일도 없어요. 그리고 싸워봤자 소용없어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맞아. 특히 젊을 때는 몰라도 우리처럼 나이 들면 자꾸 상대방을 덮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돼요. 나이가 많아지면 이만큼 나랑 살아준 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자꾸 커지고 그래요.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서로 아껴주고 우애하고 그래야 해요. 네 일 내 일 분담하지 말고 눈에 보이면 내가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해야 해요.

우리 부부를 주변에서 법 없이도 살 부부라고 해요. 부부싸움도 한 번 안 했지, 정도에 벗어나는 일은 안 하니까요. 우리 집사람은 어딜 가든 환영받는 사람이에요. 지금 아이 돌보미 일을 하는데 그쪽 집에서도 절대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그런 사람하고 같이 산다는 게 내가 자랑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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