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Day at School

오늘도 학교에서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어제도 학교에 갔고, 내일도 학교에 가겠지요.
날마다 학교에 가는 일이 저의 일상이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조그마한 상상들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저는 이 땅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평택의 작은 학교, 죽백초등학교가 제 삶터이자 배움터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여덟 해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한 당시 죽백초등학교는 폐교 위기를 막 넘긴 상태로 혁신학교를 시작한 지 한 해가 지난 때였어요. 어쩌다 보니 제가 학교의 변화 과정 한복판에 있었네요. ‘학교가 학생들에게 오고 싶은 곳이 되면 좋겠다. 학교가 교사들에게도 신명 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학교가 학부모들에게도 의미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옮겨온 학교였어요. 그런 학교를 함께 만들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이곳에서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뜻을 모아 새로운 시도를 역동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었지요. 그 결과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전교생이 100명도 채 안 되던 학교가 이제는 2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모인 행복한 배움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교대를 다니던 동안 대안학교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열악한 지역에서 공부방 자원 교사로 봉사 활동을 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내가 아이를 기른다면 내 아이는 대안학교에 다니며 성장할 수 있겠지만, 내 둘레 보통 사람들의 아이들은 대부분 공립학교에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어렵겠지만 공립학교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이 좀 더 많은 아이를 위해서 의미 있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나선 그때부터 공립학교 안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고요. 공립학교에서의 일관성 있는 변화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긴 해요.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흘러온 공고한 틀도 그렇지만, 끊임없이 구성원들이 바뀌곤 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지요. 그럼에도 모두가 함께 한다면 천천히 새로운 모색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혁신학교에 옮겨와서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부터 ‘학교가 학교다운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없어져야 하고, 어떤 것이 더 필요한 것인가?’ 같은 질문들 말이지요. 그런 물음표들에서 출발해 우리가 함께 도달한 느낌표들은 ‘죽백교육 헌장’이라는 제목을 달아 정리해두고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죽백교육 헌장

1. 학교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삶을 가르치며 배우는 곳이다.
2. 학교 구성원은 서로 믿고 존중하며, 학교 공동체를 위해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
3. 학교는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모두의 학습 공동체이다.
4. 학교는 나를 소중히 세우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5. 학교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힘과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축적하고 자기화할 수 있는 숙성의 시간도 확보되어야 한다.
6. 학교는 땀 흘려 일하는 과정과 다양한 놀이를 통하여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7. 학교는 남을 도울 줄 알 뿐만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
8. 학교는 학생에게 다양한 심미적 경험을 제공하여 풍부한 감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9. 우리가 보는 학력이란 ‘힘’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어휘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창의력, 수리 탐구력, 듣는 힘을 포함하는 ‘머리의 힘’,생활 습관, 기초 체력, 끈기, 표현과 반응을 포함하는 ‘몸의 힘’, 도덕성, 인성, 공감 능력, 배려, 협력, 호기심, 자존감을 포함하는 ‘가슴의 힘’을 합하여 학력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죽백 삶터 교육을 전개한다.
10. 학교는 어린이의 눈으로 학교 환경과 교육 환경을 바라보고 어린이를 위한 학교를 세워내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한다.
11.학교행정과예산은학생의학습활동과교사의연구활동을지원하는데 우선해서 쓴다.
12. 학교와 마을은 학생 교육을 위해 서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저는 아이들에겐 ‘심슨’이라고 불립니다. 해마다 아이들과 살아갈 반 이름을 함께 정하는데 올해는 ‘액체 영웅 심슨의 평화 다반사’라는 이름으로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하루를 시작해요. ‘아침해맞이 활동’이라고 부르는데 죽백 운동장에는 아침이면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우리는 함께 잘 뛰어노는 것도 참 중요한 공부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요. 배움의 터가 꼭 교실에 얽매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실제로 교실 안에서 배우기 어려운 관계의 문제들이 놀이 활동 과정에서 풀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거든요.


아침해맞이 활동이 끝나면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해요. 죽백의 수업은 다양한 방식을 넘나들며 이루어지고 있어요. 국어, 수학, 사회같이 교과별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의 내용 주제를 놓고 통합해서 운영하는 프로젝트 학습이에요. 가급적 삶과 가까운 주제를 정하고 교과에서 그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모아서 활동을 통해 공부해나가는 것이지요. 이런 수업은 한 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옆 반과 함께 이루어지기도 하고, 또 학년을 넘나들며 함께 수업을 해나가기도 해요. 교실 안에서뿐 아니라 학교 밖으로 넘나들며 수업을 엮어가기도 하고요. 결국 삶이란 그렇게 넘나들며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배움 역시 넘나드는 가운데 다양한 방식으로 엮어가는 것이 맞는 거겠지요. 수업은 두 시간씩 묶어 80분으로 진행하는데, 수업 시간에는 중간놀이가 30분 포함되어 있어요.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 놀이 활동에 푹 빠지기도 하는 등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활용하는 시간이에요.


이렇게 아이들과 살아가는 모든 과정은 학부모와 공유하며 만들어가고 있어요. 아이들 교육이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곳이라고 한다면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워가며 함께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생각을 담아 언젠가 제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어요. “함께한다는 것은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일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너 역시 완벽하지 않아도 됨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여유롭게 채워주는 일, 하여 서로가 서로를 주체로 세워주는 일, 그것이 바로 또한 함께 사는 일이 아닐까 싶다. 교사도, 학부모도, 아이들도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함께 살아가고, 그 가운데 성장해갈 수 있는 곳이 학교라면 참 좋겠다.”


죽백에는 아버지 모임이 있어요. 아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죽백의 아빠들이라고 특별하거나 한가한 사람들은 아니겠지요. 다만, 아이들 교육에 아빠들도 아빠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삶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거예요. 2014년에 만든 아버지 모임은 한 달에 두어 차례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학교에 모아 ‘토요 놀이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열려요. 학교 뒤 숲에 직접 숲놀이터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가을이면 1박 2일 아빠 캠프를 해마다 운영하고 있어요. 겨울이면 논에 썰매장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요.


아빠 모임의 기본 생각은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2014년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러고 나서 소수의 아이가 잠깐 즐거울 수 있는 것 말고 학교에 있는 아이들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에 수영장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결국 2015년 조립식 수영장을 주문 제작해서 여름이면 운동장에 모두의 수영장을 만들어요. 아이들을 위해 주말마다 청소하고, 물을 받고, 수영장을 운영하는 일은 아빠들이 해나가고 있고요. 이 수영장은 2019년 올여름에도 여전히 아이들을 위해 신나게 운영했답니다. 죽백 아버지 모임뿐 아니라 죽백 학부모들은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조금씩 감당해가며 학교의 주체로 여러 면에서 함께하고 있어요. 이 작은 학교에 10개가량의 학부모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그 동아리들이 아이들 수업과 활동에 수시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 학교 교육과정을 의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함께 해나가고 있지요. 물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선생님들을 중심에 세워주면서 말이지요. 일상적으로는 반 밴드를 이용해 소통하고 있고요. 분기마다 반 모임과 교육과정 설문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또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선생님들과 마주 앉아 다음 분기 교육과정에 대한 협의와 학교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어요.


학급 안의 큰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특정한 아이를 탓하거나 배제하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반 모임이나 학년 모임을 통해 어떻게 도울 것인지 지혜를 모아 아이들이 그 상황을 극복해내며 자랄 수 있도록 돕지요. 언젠가 우리 학교 1학년에 참 개성이 강한 친구가 여러명 입학해 어려움이 많던 해가 있었어요. 참으로 불안불안했지요. 그해 함께 모여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풀어갈 수 있을까 더 자주 이야기하고, 회복적 생활 교육 같은 필요한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해 지금은 훨씬 안정된 문화를 만들어가며 고학년 생활을 해나가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선생님도 부모님도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어쩌면 어른의 역할은 아이들이 여러 상황을 경험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내며 자라나도록 돕고, 응원하는 일이 아닐까요. 결국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은 아이들일 테니까요. 특별히 아주 큰 위험이 아니라고 한다면 때론 싸워도 보고, 때론 다쳐도 보고, 때론 위험과 불편함도 직면해보아야 아이들이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힘을 갖춰나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어른들은 대신 해결하거나 겪어주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돕고 응원하는 역할을 해야겠지요. 결국 이런 노력의 결과는 아이들 삶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선생님을 신뢰하는 학부모가 되겠습니다. 아이들을 기다려주는 학부모가 되겠습니다. 함께하는 학부모가 되겠습니다.’ 죽백 학부모님들이 정한 학부모 약속인데, 죽백 교육을 함께 만들어왔고 또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생각이 아닐까 해요. 그렇게 선생님들에게 신뢰를 보내며, 또 조바심 느끼지 않고 아이들을 기다려주며,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결국 그렇게 만드는 학교 안에서 내 아이도 잘 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삶을 통해 함께 공유하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바쁜 시간 쪼개어 조금씩이라도 제 역할을 해나가려고 애쓰는 것이고요. 아이들은 그 수고로움을 머금고 제 나름의 빛깔을 갖추며 성장해나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일도 학교에 가야겠지요.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가운데 그 삶을 통해 꿈을 꿀 겁니다. ‘가고 싶은 학교’를 넘어 ‘삶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 말이지요

심은보

죽백초등학교를 배움터이자 삶터 삼아 생활하고 있다. 구호와 이론보다는 실천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믿음과 교육이 희망을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산다.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다시 혁신교육을 생각하다 2》,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 교과서》와 평택 어린이시집 《내 마음이 우르르르 흘렀다》를 함께 쓰고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