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ing Your Preference for Picture Books

그림책 취향의 발견

어떤 기준으로 그림책을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면 그림책을 읽는 목적을 생각해본다.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고르듯 내게 흥미로운 이야기, 내 눈에 아름다운 그림을 직접 고르는 것, 이것이 즐거운 그림책 읽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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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Burningham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일은 더욱 즐겁다. 책을 고르고 읽어주는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는 서로 교감하면서 존중하고 이해하며 더 행복해진다. 이 순수한 즐거움이 우리가 바로 그림책을 읽는 목적이다. 서른 살에 그림책을 만났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은 지각대장 존에게 계속해서 벌을 준다. 존이 등굣길에 겪은 평범치 않은 일들에 대해 설명하지만, 선생님은 거짓말이라며 더 가혹한 벌만 준다. 마지막에 존은 고릴라에게 잡혀 천장에 매달려 있다는 선생님의 도움을 거절한다. 존은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천장에 고릴라 같은 건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한 여운이 밀려왔다. 그림책이 문학과 미술을 하나로 연결하는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림책은 철학적 이야기, 자연의 섭리, 삶의 통찰 같은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가장 단순한 언어와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일깨워준다.

이런 이유로 그림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직접 보고 좋은 책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내가 직접’ 고르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가 의무처럼 느껴지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이유는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교감하려면 아빠는 아빠가 좋아하는 책을, 아이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각자의 손으로 직접 골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내게 예쁜 그림’,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고른다. 표지나 화풍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다. 시각적 미감에도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고르는 일은 아이에게 미술 활동의 시작을 의미한다. 인간은 모방과 애착 원리로 미술 표현의 기술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고르는 과정에서 아이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아빠가 좋아하는 이야기와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자주 다르고 가끔씩만 같다. 각자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 이것이 진짜 소통이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기회와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진짜 교육이다. 연령별 그림책 효과를 기대하며 내 아이의 독서 목록을 빼곡히 채우기 전에 천천히 그림책을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가서 그림책을 고르자. 옷을 사고 가구를 고르듯, 그림책 쇼핑을 즐기자. 그렇게 진정으로 내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을 끄는 인생의 그림책을 발견하기 바란다.

5 Picture Book Selections with a Father’s taste
아빠의 취향으로 고른 그림책 5
pizza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 박찬순 옮김 / 보림


세상의 모든 아빠와 어린이가 따라 해보고 싶은 ‘피자 놀이’를 알려주는 그림책. 영화 <슈렉>의 원작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거장 윌리엄 스타이그가 만든 또 다른 걸작이다.

dicosaur

<고 녀석 맛있겠다>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 백승인 옮김 / 달리


‘아빠’라는 호칭의 위력을 웃음과 눈물의 드라마로 완성한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뿐 아니라 미야니시 다쓰야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신뢰할 만한 브랜드다.

myball

<마이 볼>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


‘아빠와 ‘아빠의 아빠’(할아버지)와 야구에 관한 아련하고 가슴 뭉클한 그림책. 아빠와 캐치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아빠와 주고받은 것은 공이 아니라 정이라는 것을.

alien

<우리 아빠는 외계인>

남강한 글·그림 / 북극곰


나와 아빠와 엄마와 외계인 친구에 관한 역대급 SF 대하드라마. 아빠는 원래 외계인이다. 외계인 가정에서 지구인 가정으로 입양되어온 아이(아빠)의 외계인 친구 찾기 대장정.

hiccup

<딸꾹질>

김고은 글·그림 / 고래뱃속


화해와 치유의 코미디 속에 말놀이와 그림 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림책. 어느 날부터 시작한 짹짹이의 딸꾹질이 멈추지 않습니다. 과연 짹짹이는 딸꾹질을 멈출 수 있을까요?

ruri

이루리

도서출판 북극곰의 편집장이자 그림책 전문 서점 프레드릭의 대표. 서른 살에 인생의 그림책을 만나 그림책 평론가로, 번역가로, 강사로,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북극곰 코다 첫 번째 이야기, 까만 코>를 발표하면서 동화 작가로 데뷔했으며, 그림책 서평집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시리즈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