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Significant Other Affects Your Decision to Quit a Job

퇴사 결정에 배우자가 미치는 영향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우리는 길고 질긴 부침의 과정을 겪는다. 그것이 단순한 휴식이든 이직이든 창업이든 간에 의심과 불안을 내려놓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론을 내리고도 가족과 주변의 시선에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 지난한 고민의 시간 속에서 끝까지 내려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한때 반도체 분야 연구원이던 임승수와 신문기자로 치열한 삶을 살던 이유리는 공과 사를 모두 함께하는 전업 작가 부부다. ‘인생을 팔아 돈을 벌 순 없어서’ 직장을 뛰쳐나온 임승수는 아내가 신혼 3개월 차에 퇴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결혼 2개월 전 함께 낸 첫 책을 시작으로 둘은 지금까지 ‘함께 또 따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다’ 는 열망이 컸던 두 사람은 삶의 방향을 바꿀 선택 앞에서 ‘시간’ 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만 생각했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겼다. 수입은 반으로 줄었고 몸은 더 고달팠다. 하지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불안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글을 팔아 먹고사는 게 직업’이라 ‘글이 팔리지 않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초조함을 마음 깊숙이 묻어두고 있다.
하지만 그런 초조함은 서로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한다. 가장 먼저 글을 읽어주는 독자로서, 가족으로서, 동료로서 한 팀이 되어 둘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함께 불안함에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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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님의 경우, 결혼 후 3개월 만에 기자 생활을 접고 전업 작가가 됐어요. 남편인 임승수 작가님의 영향이 컸을까요?
(유리)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직의 구성원이 아니라,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예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들여서 단 한 줄의 기사라도 속이 꽉 찬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거예요. 어떤 기사든지 몰아치듯 빨리 처리하기 바쁜 삶이 매일매일 반복되다 보니까 저 자신이 너무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개인의 능력을 불필요하게 소모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어서 기자의 길을 선택했는데, 기자도 마찬가지였던 거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길 듣는 것 자체가 공부라 생각하고 그런 기대가 컸는데, 채워지지 않았어요.
함께 쓴 책이 나오고 남편이 전업 작가로 글을 쓰는 건 어떻겠냐고 설득할 때 망설임 없이 직장을 그만둔 건 그런 이유가 컸어요. 그 당시 어떤 불안감이나 미련 없이 일을 관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는 남편이었어요. 만약 제가 그때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면 저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오로지 하나의 이유였을 거예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남편의 제안으로 함께 쓴 글이 결혼 두 달을 앞두고 책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그 책이 생각보다 잘됐고요. 그러다 보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또 남편이 전업 작가의 길을 미리 닦아서 보여줬잖아요. 이 사람이 작가로 사는 모습을 제가 가까이에서 지켜봤고요. 업계 선배고 앞선 경험자고 리드해줄 수 있는 상사이자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동료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은 쉽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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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작가님이 아내가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길 바란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수) 아내가 말한 책이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이었는데, 책 출간 후 반응이 좋았어요. 나라에서 지정하는 추천 도서로도 선정됐고요. 그런데 이미 작가로 활동 중이던 저보다 아내의 글이 좋다는 사람이 더 많은 거예요. 순간, ‘이건 자존심을 세울 문제가 아니고 이 사람을 밀어줘야 하는 일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아내 글이 환금성은 더 좋을지 모른다는 신호였으니까요.(웃음) 저 역시 아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아내가 말한 것처럼 본인이 기자 일에 별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게 제 눈에도 보였거든요. 저도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뛰쳐나와 작가가 되었으니까 그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제가 작가로 살아보니 너무 좋은 거예요. 내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 남 눈치 보지 않고 글 쓰고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어요. 아내도 일에서 보람을 찾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기왕이면 둘이 함께 전업 작가로 살면 일도 같이 하고, 가사와 육아도 함께 나눠 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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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도 작가의 길을 제안할 정도면 임승수 작가님은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은 것 같아요.
(승수) 작가가 되기 전 제 삶에서 일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돈 버는 행위밖에 안 됐어요. 적성에 맞지 않다 보니까 내 인생을 팔아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지요. 저희 집에 피아노가 있잖아요. 제 어릴 때 꿈이 음악을 하는 거였어요. 예고 작곡과에 가고 싶었는데 결국 부모님과 주변 시선 때문에 포기했죠. 공부만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갔어요. 원래 의대를 가려고 했는데 제가 적녹색약이라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인기 있던 전기 전자 쪽 전공을 정말 그냥 선택한 거예요. 가보고 알았죠. 전공이 적성에 너무 안 맞는다는 걸. 그래도 꾸역꾸역 전공을 살려서 회사에 갔는데 회사는 더 노답이더라고요. 그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꿈꾸는 시간이었어요. 자기 전에 재밌는 꿈을 꾸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잠들어서 꿈을 꾸다가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짜증이 날 정도였죠. 일상이 엉망이었어요. 심지어 직장에서 일하다 너무 졸려서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중에 가위에 눌리기도 했어요. 회사에서 가위 눌려본 적 있어요? 비명 지르면서 깨니까 사람들이 다 깜짝 놀라서 쟤 왜 저러냐고…. 그쯤 되면 회사 다니기 힘들어요. 부모님 참견이고 뭐고 이건 생사의 문제거든요. 당시 통장에 600만 원 있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뒀어요.

각자 책을 내지만 꾸준히 함께 작업하고 있으니까, 서로 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할 것 같아요.
(승수) 저희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객관적으로 이야길 많이 해요. 글이 좋을 땐 좋다고도 하고요. 제가 평소에 입에 발린 말은 절대 안 하기 때문에 제가 글이 좋다고 하면 진심이라는 걸 아내도 알아요.
(유리) 한국 여성은 성차별적 분위기에서 성장해서 스스로 얼마나 괜찮은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도 응원받는 삶은 아니었어요. 저는 경상도 집안에서 자랐거든요. 부모님이 잘 키워주시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굉장히 주눅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저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하고 의심하고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어요. 제 능력을 믿고 응원하는 삶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요.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렇게 쌓인 아쉬움을 남편이 다 상쇄해주고 있어요. 저희는 둘 다 지적도 많이 하거든요.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신랄하게 하죠. 그래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서로 간에 그런 단단함이 있어요.

그런 단단함이 있는 건 두 분이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와 삶의 방향성이 일치하기 때문인가요?
(승수) 네, 맞아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돈이라고 하는 변수만 고려해 결정했다면 지금의 인생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희가 계속 직장 생활을 했으면 수입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내나 저나 돈을 얼마나 더 벌 수 있을 것이냐, 아파트 평수는 어떻게 늘려나갈 것이냐…. 이런 걸로 인생을 재단하고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으며 자기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하는 것에 삶의 중요도를 놓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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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퇴사나 이직, 전업, 창업 등의 결정을 할 때 배우자와 생각이 엇갈리는 경험을 하는 분도 많죠. 부부간의 커뮤니케이션 요령을 귀띔해준다면요?
(승수) 저희는 세계관, 삶의 태도, 지향점 같은 게 대충 비슷해요. 그래서 서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돼요. 결혼 때부터 그런 문제로 갈등이 일어날 소지는 줄여놓고 시작한 거죠.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다른 부부들과 비교해 원활했기에 말씀드리기가 솔직히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이야길 해보자면,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중요해요. 특히 가족의 삶의 방향을 뒤흔들 결정이라면 아이가 있는 가정은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거든요. 그렇다면 일반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벼랑 끝에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진중하고 조심스럽게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나눠야 해요. 끝에서도 맨 끝에 서서 마지막 대화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리고 한 명의 의지로 선택한 결과가 좋다고 해도 나머지 한 명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요. 따라서 둘 다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동시에 함께 발전해나가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리) 제대로 된 이해의 과정 없이 한 명이 단독으로 어떤 선택을 하거나, 그런 선택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폭력일 수 있어요. 부부는 삶을 함께 이끌어가는 공동체의 두 축이잖아요. 그런데 한 축의 생각만 따라 걸어가다 보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부부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생겨나는 갈등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한 명은 결론이 잘 났다고 생각하고, 한 명은 여전히 마음속에 불편함이 남는 거죠. 결국은 마음속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한 명이 지쳐 나가떨어지고 나서야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거예요. 그러지 않기 위해선 결국 서로 손해 본다는 느낌이 남지 않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야 해요.

임승수 작가님 책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에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사람은 노예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승수) 제가 작가로 살면서 가장 좋은 건 내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사람의 이야길 들어요. “의사가 되어야 한다,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이야길 듣게 되고 거기에 길들여져요. 마치 다른 사람들의 욕망이나 바람이 나의 욕망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그 기준에 맞게 자신을 다듬어가는 거죠. 그런데 사람이라는 존재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지녔거든요. 모든 사람이 국・영・수를 좋아할 순 없어요. 저는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회에서 성공한 삶이라는 게 자기 적성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은 자기 내면에서 올라오는 비명을 억누르고 살잖아요. 심지어 저는 설령 타인과 사회의 욕망이 우연히 나랑 잘 맞아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게 바람직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길 하고 싶어요. 노예가 있다고 가정해요. 주인이 그 노예를 사회적인 시선에서 바람직한 길로 이끌어준다고 해서 노예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요. 착한 주인을 우연히 만나서 잘 이끌려가는 것일 뿐이지 노예라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사람들이 자기 욕망을 직시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다시 자신의 의지로 삶의 지향점을 잡고 그 가치를 따라 삶을 살아나갈 때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다시 타인의 욕망과 시간의 노예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희 부부가 경험하고 깨닫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된 선택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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