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Not to Be Swayed by Frivolous Financial Woes

쓸데없는 돈 걱정에 흔들리지 않는 법

정말 이상하게도 돈이 많다고 돈 걱정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일대일 재무 코칭을 해오면서 느낀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씀씀이가 크고 소비 통제가 잘 안 되는 사람일수록 돈 걱정이나 미래 불안이 적다는 사실이다. 욜로 YOLO를 외치며 ‘지금 오늘의 행복’에 충실할수록 저축 액수는 적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아껴 쓰고 모은 돈도 제법 되는 사람일수록 돈 걱정이나 미래 불안이 훨씬 심했다. 물론 섣부르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돈이 많다고 돈 걱정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이해하는 것이 설명하기 쉬웠다. 돈 걱정이나 미래 불안이 클수록 더 많은 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신과 가족에 대한 소비에 인색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기초 생계비를 충당한 이후라면, 돈 걱정과 미래 불안은 보유한 돈의 문제라기보다 성향의 문제여서 더 열심히 돈을 벌고 모아도 그 불안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저 헨더슨 Roger Henderson은 사람이 당장 돈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돈이 없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증상을 ‘돈걱정증후군(money sickness syndrome)’으로 명명했다. 돈걱정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식욕부진, 불면증, 스트레스로 인한 체중 증가, 두통, 우울증 등을 겪으며 신경질을 내거나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용어가 등장한 2000년대 초반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아니라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돈 걱정의 이유가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만은 아니란 얘기다.

어린이 용돈 교육을 할 때 만난 어떤 아이는 엄마의 차별 대우에 불만이 많았다.
 만날 돈 없다 타령하면서 형에게 쓰는 돈은 관대한데 자기한테 쓰는 돈은 유독 아까워한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며 어떤 때 그런 느낌을 받느냐고 물었다. 비유하자면 형은 1만 원어치 싼 옷을 매달 사 입고, 자긴 12만 원짜리 브랜드 점퍼를 한 번 사 입는 건데, 엄마는 자기에게만 돈 개념이 없다며 알뜰한 형을 본받으라고 야단친다고 한다. “1년 동안 옷에 쓴 돈은 형이나 나나 똑같은 거 아니냐”고 항변해서 할 말이 없었다. 엄마의 절약 정신에는 뭔가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 대한 돈 걱정이 묻어 있지만,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때로 우리는 ‘소탐대실’의 절약을 실천하면서 돈 걱정을 키워가곤 한다.

11-01-01

“얼마 전 집주인이 갑자기 전세 보증금을 3000만 원이나 올려달라더라고요. 그만한 돈이 갑자기 어디서 나요. 속상해 죽겠어요.” 가족 중에 빌릴 만한 사람은 없냐고 묻자, 가족에게 그런 얘기를 해서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럼 최대한 금리가 낮은 방향으로 대출을 알아봐야겠다고 하자 비싼 이자 낼 생각을 하니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 망종 집주인 때문에 속상하고 피곤하다, 이게 다 돈이 없어서 힘든 거다 푸념한다. 꼭 필요한 순간에 돈이 부족할 때 우리는 돈 걱정을 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타이밍을 내 뜻대로 맞추고 살기는 어렵다. 돈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냥 돈 탓을 하며 내 마음 힘듦에 대해 걱정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잘 모르고 청약 한 번 넣어봤다가 입주 여건이 안 되어 계약금만 날리게 생겼다며 걱정이 태산인 사람을 만났다. 이주할 준비도 하지 않고 어쩌다가 청약을 넣었냐고 물으니, 청약에 당첨되면 무조건 되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줄 알았다고 하다가, 이내 진짜로 당첨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게 다 월급이 적고 돈이 없어서 벌어진 비극이며, 없는 사람은 늘 이렇게 손해만 본다고 한탄한다. 정말 그렇기만 한 걸까. 내가 잘못 알고 행한 일이 손해가 되어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삶의 수업료를 내고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내 탓이 어려워 돈 탓을 하기로 한 건지도 모른다.

세부 항목별로 지출 조사를 해보고 총지출 금액을 합산해보는 과정에서 “별거 안 하고 사는데도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줄 몰랐다”, “내가 부모님께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줄 몰랐다”, “강아지 키우는 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놀랐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어디에 얼마가 드는지 잘 모를 때 우리는 돈 걱정을 한다.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소득이 불안정한 요즘 같은 시기에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느냐고 물었을 때 “한 달 살려면 최저생계비로 150만 원 정도 있으면 살 수 있고, 250만 원 정도면 그래도 제법 여유롭게 살 수 있지”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할 수 있다면 돈 걱정과 미래 불안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부터 나의 소비 내역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한 달에 얼마 썼는지 총지출액만 확인하고 넘어가지는 말자. 밑도 끝도 없이 ‘많이 썼다’는 반성을 하는 건 무의미하다. 나라가 살림하는 방식처럼 ‘소비 예산’을 정하고 그 예산에 맞게 썼는지를 점검해보는 ‘결산’ 습관을 갖는 것은 괜한 돈 걱정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저는 숫자를 보면서 예산 내에서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 내역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내가 돈을 잘 쓰고 있는지 ‘내용적 평가’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족스러운 소비’는 파란 펜으로, ‘후회되는 소비’는 붉은 펜으로 표시해둬요. 나중에 결산해보면서 붉은 표시는 점점 줄여나가고, 푸른 표시는 점점 늘려나가다 보니 지출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살려고 내가 돈 버는 거라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뿌듯하더라고요.” 한 내담자의 변화처럼 지출이 줄어들더라도 소비 만족도가 높을 때 우리의 돈 걱정이 줄어든다.

자신의 소비 내역을 기록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돈을 아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나의 소비 성향을 발견하고, 어떤 소비에 만족하는지, 어떤 소비에 후회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제한된 돈과 시간을 나의 우선순위에 맞게 쓰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곳에는 줄일 줄 아는 배분 능력을 갖추는 것은 숙명적인 미래 불안을 다소나마 경감시키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은 돈의 많고 적음보다 내 스스로가 얼마나 나에 대해 잘 아느냐에 달렸다. 소비 내역을 기록해보는 습관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알기 위한 일이다.

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행복이란 ‘만족’에 있다고 말한다. ‘만족’하는 순간 인간은 무언가를 더 갈구하지 않고 채우려 노력하지 않게 된다.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며, 그것은 소비의 중단을 의미한다.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을 구매나 소비가 아닌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하면 그게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삶의 불편한 과정을 직면하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돈이 아닌 내 몸과 정신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돈 걱정 또한 줄어든다. “결핍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는 말은 경제학의 가장 오랜 금언이다.

11-01-02

박미정

생활 경제 코치, 경제 교육 협동조합 푸른살림 대표. 냉철한 현실감각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자기중심의 돈 관리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돈관리프로그램‘적정소비노트’ 를 개발하고, 책 《적정 소비 생활》 을 펴냈다. 다양한 경제 위기에 처한 개인과 가정을 만나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상담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