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uild Confidence through Handiwork

손을 움직여 자신감을 채우는 법

“귀찮게 뭐하러 직접 해? 그냥 사 먹어(그냥 사람 써. 그냥 사서 써)”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언뜻 쿨하고 합리적으로 들린다. 스스로를 위한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구입이라는 행위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산가가 아닌 이상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려면 당연히 돈 되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바빠지면 돈 안 되는 일은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일상도 자연스레 둘로 나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싫은 일도 참고 하는 노동자로서의 시간, 그리고 돈 쓰며 피로를 풀고 기쁨을 느끼는 소비자로서의 시간. 생활은 더 간단하고 편리해지는데, 이상하게 마음의 중심은 쉬이 잡히지 않는다.
만약 생활에서 필요한 상당 부분을 손을 움직여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매일 식사를 손수 만들고, 그걸 귀찮아하는 대신 자랑스러워한다면? 사람을 부르지 않고도 집 안 손볼 거리를 뚝딱 해결할 수 있다면? 크고 작은 즐거움을 손수 기획하고 창안할 줄 안다면? 부담 없이 손님을 초대하는 법을 안다면?
생물학적 나이가 서른 살이나 많은 예순일곱 빈센트에게 내가 배운 건 부끄럽게도 귀찮음에 지지 않는 법이었다. 의식주 구석구석을 허투루 방치하지 않는 법, 그럼으로써 결국 자기 자신과 생의 철학을 구성해내는 법. 두 팔로 다부지게 일궈낸 빈센트의 일상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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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쓸모인류 빈센트》에 이런 소개가 나와요. “건강한 재료로 매일 아침 브런치를 만든다. 사는 공간을 잘 정리 정돈한다. 필요에 따라 집을 뚝딱 고친다. 아내의 친구들이 좋아한다.” 흔히 60대 할아버지에게서 보기 힘든 캐릭터라고 느꼈어요.
자기 몸 쓰는 대신 돈 써서 남을 부리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인간이 다른 인간을 함부로 부리는 게 싫었어. 중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거든. 어릴 때부터 변두리의 시선을 지녔던 것 같아. 돈 써서 사람 부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야. 돈은 가치 있는 도구이고 무척 중요해.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제대로 못 써. 돈 써서 사람을 제대로 부리려면 먼저 자기가 그 일을 해봐야 해. 그래야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하고, 노동의 값어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거든. 사람들은 내가 소셜리스트(사회주의자)인 줄 아는데, 나는 철저한 자본주의자야. 합리적인 자본주의자는 본인이 먼저 해보고 일의 속성을 파악한 다음 외주를 주기 때문에 사람을 쥐어짜거나 잡지 않아. 기분 좋게 일하면서 10원을 투자해 12원의 가치를 뽑아내지.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남이 나 대신 이것 좀 해줬으면’ 하고 미루지 않는 태도였어요. 속 편한 빵을 먹고 싶으면 직접 굽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고 싶으면 직접 철물점에 찾아가 맞추고... 살면서 귀찮음이라는 감정과 싸워본 적이 없는 분 같아요.
나도 물론 귀찮을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생각해. ‘아, 지금이 도를 닦아야 하는 순간이구나.’ 귀찮음을 물리치는 건 마음의 먼지를 닦는 일과 같아. 나에겐 손 쓰는 일이 곧 명상이야. 뭔가를 만들려면 손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 해. 예를 들어 의자에 못을 박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해봐. 못 상태도 살피고, 나뭇결도 살피겠지? 어떨 땐 못이 불량일 수 있고, 나뭇결이 틀어졌을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곳에 못을 박으려면 다차원적으로 생각해야 해. 언뜻 손을 쓰는 듯 보이지만 결국 머리를 훨씬 풍부하게 쓰는 셈이야. 그래서 난 손 쓰는 사람을 무척 존중해. 바보같이 다치거나 실수하더라도 일단 해보면서 얻는 지혜가 훨씬 깊다는 걸 알거든. 어른은 두 가지가 능숙해야 해. 먼저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해. 이 두가지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어느 정도 쓸모있는 인간은 된 거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인간은 믿을 만한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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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에 대항하는 요령을 알려준다면요?
두 가지가 있어. 먼저 귀찮은 상황을 처리했을 때 벌어지는 긍정적 결과를 상상해. 예를 들어 미국에서 살 때 장모님 병원을 매번 내가 모시고 다녔어. 귀찮은 일이었지. 장모님하고 친했던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했어. ‘한두 번 도와주는 건 쉽지만 계속하는 건 어렵다. 친한 사람을 돕는 일은 아무나 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을 계속 케어하는 일은 아무나 못 한다. 이 어려운 일을 내가 계속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대단한 인간성을 지닌 사람이 되는 거야!’ 뭔가 만드는 게 귀찮을 땐 ‘이걸 만들면 이러한 필요가 있을 때 짠 하고 꺼내 들 수 있어서 내 기분이 좋을 거야!’라고 상상하는 거지. 다음으로 내가 배울 걸 찾아내. 백내장 치료차 장모님 병원에 갈 때면 의사에게 건넬 질문 리스트를 빽빽하게 준비했어. 그렇게 깐깐하게 나오면 의사도 환자를 허투루 대하지 않아. 나는 덕분에 오래 수련한 전문가로부터 백내장에 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했지. 그렇게 하고 집에 오면서 생각해. ‘아, 오늘 정말 많은 걸 배웠어!’라고.

베이킹은 물론 프랑스 코스 요리까지 할 줄 아는 실력이라고요. 언제부터 요리와 정리 정돈에 적극적이었나요?
결혼 전부터 그랬어. 내가 코넬 대학교 토목공학과를 나왔는데, 학교의 호텔경영학과가 미국 최고 수준이었어. 교양과목으로 와인 수업을 들은 게 시작이었지. 테이블 에티켓은 물론 식자재 관리에 대한 다양한 상식을 배웠어. 와인에 대한 관심이 식문화 전체로 넓어져 회사 다니며 스트레스받을 때는 요리하며 풀었어. 특히 40대에 아내와 결혼한 뒤에는 나눠 먹고 대접해줄 사람이 옆에 있으니 요리할 맛이 더 나더라고. 이 집에서 한식 요리 빼고 모든 요리는 내가 해. 재미를 붙이려면 요리하는 환경을 기분 좋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해. 주방을 내 취향과 동선에 딱 맞게 설계해두면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주 즐겁거든.

매번 대접만 하는 게 억울할 법도 한데요?
누군가 그래. 너는 만날 퍼주기만 하지 받지 못한다고. 그런데 아니야. 그건 한쪽만 보고 손해와 이익을 판단한 거지. 나야말로 계산적인 사람이야. 계산을 제대로 하기 때문에 가족, 친구, 동네 사람을 나의 팀으로 여기는 거야.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착착 조율하는 버틀러(집사)가 되고 싶어. 사실 어떤 가정이나 회사든 조직을 건강하게 지탱하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필요를 몸소 해결하는 70%의 사람인데, 앞에 나서서 떠드는 30%의 사람이 쉽게 명예를 가져가는 문제가 있어.
나는 기본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하는 일을 즐겨. 능력 있는 집사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복합적인 필요를 파악하고 부드럽게 채워줄 줄 아는 능력은 어느 날 뚝딱 생기지 않아. 많이 해보는 경험에서 퀄리티가 나오는 거고, 퀄리티가 어느 정도 있어야 진실로 봉사할 수 있어.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집의 주인이고, 어른이지.

책에서 “나잇값의 하나가 음식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라고 했어요.
자신이 먹을 음식은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신도 강하고요.

사람이 잘 살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건강의 98%는 음식이 좌우해. 그렇게 중요한 걸 왜 남에게 맡겨. 사 먹는 게 더 싸다, 일이 많아서 바쁘다, 할 줄 모른다, 정부 복지 제도가 형편없다 등등 다들 이유는 있더라고. 그건 핑계가 아닐까. 손수 음식 만드는 일의 우선순위를 높게 둔다면 아마 바빠도 할걸? 요리도 기본적으로 수작업이기 때문에 음식 하며 얻는 지혜가 많아. 남을 대접하는 방식, 서빙 예절, 화학까지 배울 수 있지. 또 음식으로 남을 즐겁게 해줄 때 차오르는 자신감도 있어. 무엇보다 요리를 할 줄 알아야 나가서 사 먹는 음식의 질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어. 소비자도 일종의 투표를 하는 거거든.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될 대로 돼라 투표하면 장사꾼들이 행패를 막 부리지. 깐깐한 소비자가 되는 것도 어른의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해.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대하는 사람에게 조언 좀 해주세요.
좋은 음식을 알아보는 안목을 이제부터라도 기르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간단하고 소박하면서 완전한 메뉴를 한번 만들어봐. 예를 들면 팝 오버 pop over 같은 것. 밀가루, 우유, 달걀을 2:1:1 비율로 넣고 섞어서 빚은 다음 오븐에 구우면 제각각 부풀어 오르는 못난이 빵이야. 두세 번만 해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빵인데, 구울 때 냄새가 끝내줘. 가족이 안 좋아할 수가 없어. 한번 해보면 ‘이렇게 쉽고 맛있는 걸 그동안 왜 안했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요리에 대한 호감의 문을 열어줄 거야. 물론 그래도 안 열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Just do it, stupid.” 삶의 지혜는 실천에서 나오고, 그런 게 오래가는 지혜야. 못난이 빵이라도 직접 만들어보면 그 과정에서 좋은 점 나쁜 점 다 느끼게 되어 있어. 안목은 그렇게 천천히 길러지는 거야. 나도 나만의 못난이 빵 만드는 노하우가 생기기까지 보이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했다고. 뭐든 의미 있는 물건이 되려면 그만큼 충분히 시간을 써야 해.

10-02-09

창의적으로 나이 드는 또 다른 비법이 있다면요?
나는 내가 300세까지 살 거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어. 시간이 많다고 믿는 거지. 왜냐면 뭐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경험해야 야무지게 할 수 있거든. 인간이 300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현재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져. 긴 시간에 맞춰 천천히 나아갈 수 있지. 그렇게 300세까지 살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꾸라져 죽을 수도 있겠지. 실행하다 고꾸라져 죽는 삶이 얼마나 멋있어? 내일 당장 고꾸라진다 해도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해. 300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바쁠 게 없어. 요리, 가족과의 대화, 뭐든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지.

유급 경제활동과 비교하면 요리, 집안일, 정리 정돈은 부차적인 취급을 받을 때가 많아요.
“누군가에게 사소해 보여도 나에겐 중요해!”라고 선언하는 용기는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남들이 다들 그렇게 하니까 해야 하나 보다 하고 움직이면 사실 쉬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질문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한 원칙을 세우는 경험을 해봐야 해. 내가 40대에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 다니던 회사의 부조리와 싸운 일이야. 그때 다니던 IT 회사에서 동양계 직원만 연봉 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었어. 내가 문제 제기를 하며 공론화시켰는데, 내부 고발을 했다고 왕따를 당했어. 그러다 결국 회사에서 퇴출당했지. 그때 나는 자비를 들여서 변호사를 고용했어. 돈이 얼마 안 되는 건이라 변호사도 대충이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소송이 1년 넘게 걸렸지. 그 과정에서 내 삶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어.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에 온몸을 던져본 것, 한마디로 지구를 옮겨본 것과 다름없는 경험을 한 거야. 그 뒤로 무서울 게 없어.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깐깐하게 고집 세우며 살아도 내 삶이 망가지지 않는다는 걸 내 용기와 고집으로 증명한 거니까. 나는 한번 걸리면 지옥까지 쫓아갈 놈이야.(웃음) 떨리지만 용기 내야 할 때 제대로 한번 행동해보지 않으면 어느 사이에 루저 마인드에 익숙해져. 가끔은 틀려도 해봐야 해. 소신 있게 사는 사람은 모두와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지 못해. 사는 것처럼 살려면 마찰을 겁내지 말아야 하지.

경제적 불안 때문에 다른 생각은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먼저 불안이 좀 있어야 사람이 발전해. 불안이 꼭 나쁜 건 아냐. 삶을 밀고 나가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꼭 가지도록 해. 다만 불안의 반 이상은 사실 신기루야. 몸을 움직이고 손을 써서 실행하면 불안감이 많이 쓸려 내려가. 하다못해 운동이나 요리를 해봐. 그 대답밖에 해줄 수가 없어. 인생의 매직 솔루션 같은 건 없거든.

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