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fter Quitting; Do Books Have the Answer?

책은 알까? 퇴사 후 내 길

퇴사 전후, 끝없는 걱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당신을 위해
상황별 퇴사 처방전을 준비했다.

Case 1.

이 길이 맞는 걸까? 미래가 마냥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09-08-07

영화 〈쉘위댄스〉, 수오 마사유키, 1996년
직장 생활은 일종의 순환이다. 조직이 정한 틀안에서 비슷한 일을 반복한다. 반복은 숙련을 낳고, 그렇게 일이 쉬워지면 비로소 주변이 보인다. 인생의 방향이라는 걸 떠올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러고 보면 남들은 다들 어디론가 가는데, 내 삶은 왠지 소모되고만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스기야마는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중년의 샐러리맨이다. 그런 그의 인생에 어느 날 춤바람이 찾아든다. 그렇다고 바뀐 건 없다. 그저 중년 샐러리맨에서 춤도 좀 추는 샐러리맨이 되었을 뿐이다. 다만 그가 느끼는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으로 제멋대로 선택한 춤이라는 요소가 삶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생의 방향에는 정답이 없다. 중요한 건 그 방향을 내가 정하느냐, 외부에 맡기느냐다. 어쨌든 스스로 선택한 무엇이 답이 된다.

도서 《스토너》, 존 윌리엄스
이 소설은 시종일관 한 남자의 삶을 보여준다.극적 사건도 대단한 반전도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단단한 의지가 있는 삶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를 잇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그는 영문학개론 수업 시간에 문학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확고한 의지로 대학교수의 길을 걷는다. 남의 눈에 성공한 삶은 아니어도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원한 남자의 일생은 감동적이다.

도서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이명석
퇴사가 문제인가? 그보다 더 밑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을 상상해보자. 텅 빈 지구에 혼자 살아남았다면? 무인도에 표류했다면? 극단적 상상이 무슨 필요인가 싶겠지만, 밀폐된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상상이 허황되다고만 할 수 없다.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은밀하게 입 벌리고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생존 문제를 검토해보면 우리 삶의 의미나 지향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스티븐 소더버그, 2000년
에린의 인생은 말 그대로 막장이다. 두 번의 결혼은 애만 셋 남기고 이혼으로 끝났다. 은행 잔고는 달랑 16달러인데 직장도 없다. 그 와중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고, 배상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그녀는 자기할 일을 찾아낸다. 거의 억지로 법률사무소 일자리를 쟁취하고, 잡다한 서류를 정리하다 나중에 미국 역사상 최대 배상금을 받는 사건을 찾아낸다. 그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흐지부지 끝났을 일이다. 그녀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국 인생의 방향은 자신이 정하기 나름임을 증명한다.

Case 2.

이렇게 점점 밀려나는 걸까? 커리어가 고민된다면

09-08-02

영화 〈인 굿 컴퍼니〉, 폴 와이츠, 2004년
댄 포먼은 잡지사의 중견 간부다. 출근하니 회사는 합병되었고 새파랗게 젊은 놈이 낙하산 타고 내려와서는 상사라고 댕댕거리는 것도 모자라 동료를 자르라는 요구까지 한다. 그래도 이 남자, 최선을 다해 동료를 보호하고, 어린 상사와 협력하며, 회사의 고참으로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망아지 같은 두 딸과 마누라 앞에서 성실한 가장 역할을 다한다. 커리어만 챙기지 마시라. 챙겨야 할 소중한 건 당신의 삶 전체다. 그리고 삶을 챙긴다는 건 결국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영화 〈인턴〉, 낸시 마이어스, 2015년
벤 휘태커는 은퇴했다. 하지만 젊은 CEO가 이끄는 벤처기업에 인턴으로 다시 취직한다. 많은 경험으로 단련된 베테랑이지만, 그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젊은 것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주려고 들지 않는다. 그저 신참으로서 묵묵히 일을 찾아 할 뿐이다. 그러다가 누가 도움을 청하면 잔소리나 오지랖은 싹 제거하고 그저 최선을 다해 진짜 도움을 준다. 그는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SNS도 모르지만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자리가 있다. 커리어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건 진짜 내가 뭘 잘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당신이 설 곳이 생긴다. 벤처럼 말이다.

도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직장이란 그저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감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이다. 개인의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또한 그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인문학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이는 거시적인 관점을 지니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넓게 보면 수많은 길이 보이는 법. 전체를 보아야 내가 서 있는 곳이 보인다.

Case 3.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변화를 시작할 용기가 없다면

09-08-10

영화 〈인 디 에어〉, 제이슨 라이트먼, 2009년
해고 전문 회사의 베테랑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은 1년의 대부분을 미국 방방곡곡을 돌며 해고를 일삼는다. 그의 모토는 모든 사람은 혼자이며 죽을 때도 결국 혼자라는 것. 집도 없고 가족과 만난 지도 오래고 비행기와 공항에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안하고 즐겁다는 그에게 이 직업은 천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의 직장에도 신기술과 함께 변화가 시작되고, 그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둥거리다가 진실을 깨닫는다. 자신의 삶이 성장을 멈춘 상태라는 진실 말이다. 변화는 성장이다. 당신이 변화하지 않으면 세상이 당신을 변화시킬 텐데, 그 결말은 십중팔구 라이언이 마주한 것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엉덩이를 움직이시라.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벤 스틸러, 2013년
16년째 〈라이프〉지의 사진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월터의 삶은 주저함의 연속이다. 누굴 제대로 사귀어본 적도 없고, 특별히 가본 곳도, 해본 것도 없는 일상을 반복하며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는 망상에 자주 빠질 뿐이다. 그러다가 사면초가에 몰려서야 간신히 행동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면 이미 당신에겐 능력이 있다. 단지 그걸 믿지 못할 뿐이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면 행동이 필요한데, 행동은 동기가 있어야 움직인다. 그 동기의 에너지원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며, 그 믿음은 결국 자기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러니까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라. 용기는 그다음에 생각하라. 월터가 마지막에 깨닫는 삶의 진리도 이런 얘기다.

09-08-11

도서 《아빠의 이동》, 제러미 스미스
이 책의 부제는 ‘살림하는 아빠, 돈 버는 엄마, 변화하는 가족’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역할 구분에 익숙해져 있으나 세상의 변화는 이러한 역할 구분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저자는 어린 아들을 키우고 살림을 맡아 하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은 그에게 내적 갈등과 두려움, 불편함을 강요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관련 분야를 연구하며 사회 변화에 따른 역할의 변화야말로 좀 더 나은 세계로 가는 길임을 증명해준다.

도서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자신의 삶을 만드는 것은 결국 자기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좀 다르다. 타고난 차이로, 주변에 밀려서, 어쩌다 보니, 할 수 없이.... 같은 말이 난무한다.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철학 석학이라 불리는 저자는 “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고 단언한다.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상황에 휩쓸리거나 타인에게 휘둘리기 십상인 나약함을 털어내고 자신의 변화를 결정하라. 냉철한 자기 인식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Case 4.

퇴사 후 방황의 시기, 주변 말에 자꾸 흔들린다면

09-08-12

도서 《땡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강의모
연습이 없는 삶, 그러나 타인의 삶을 교재로 삼을수는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생에서 진정한 실패란,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 한다. 실패로부터 배운 이들의 경험담은 그래서 아주 소중하다. 전환의 순간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해주는 이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 다른 23명의 인터뷰이는 경우도 방법도 다르지만, 내 삶의 변화에 힌트를 줄 것이다.

도서 《리얼 라이프》, 필 맥그로
인생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퇴사만 하면 모든 고통이 해결될 것 같았던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라이프 카운슬러인 저자는 수만 명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보며 우리가 겪을 위기와 극복 방법을 제시한다. 애매한 위로 대신 안이한 삶의 태도를 공격하고, 문제를 해결할 실제적 팁을 제공한다. 인생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위기가 닥치기 전 평소에 쌓아야 한다. 그 방법을 이 책은 알려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2018년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은 끔찍한 직장에서 탈출해 고향 집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실제 삶으로 실현한다. 물론 현실에서 귀농은 영화만큼 쉽지는 않다. 훨씬 고되고, 더 빈한하며, 더 꿀꿀하거나 가끔 위험할 수도 있다. 귀농만이 아니라 다른 삶도 그렇다. 이 삭막한 한국 사회에서는 그저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 당장 빨리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시라. 그렇게 서두르면 또다시 함정에 빠질 뿐이다. 대신 뭐든 형편이 허락하거나 요구하는 것을 하나씩 충실하게 해보시라. 그게 자산이 된다. 혜원이 키워낸 채소들처럼 말이다.

09-08-13

박사

글을 쓰고 책을 소개한다. 책 낭독 프로그램 ‘책 듣는 밤-박사의 독야청청’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나에게 여행을》, 《가꾼다는 것》 등이 있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자 대중문화를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심리학자. 게임을 소재로 한 논문으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0년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 심리와 영화 관련한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