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usband Is a Game Addict?

남편이 게임 중독이라고요?

게임에 몰두하는 남편이 한심스럽게만 느껴진다면?
여기 게임도 안 하면서 게임 관련 책을 쓴 아내의 이야기가 있다.


올해 5월 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했다. 흔히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을 ‘게임 중독’이라고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 공식적인 질병 명이 생긴 것이다. 국내 도입 여부나 이후의 영향에 대해서는 업계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게임업계에서는 업계 종사자와 게이머의 자존감 하락과 게임 중독세 징수에 대해 우려하고, 의료업계와 학부모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강 건너 불구경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이 이슈와 관련해 책을 한 권 쓰게 되었다.


계기는 남편이었다. 결혼한 지 만 2년, 내 남편은 매일 4시간 정도 게임을 한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 9시, 그때부터 새벽 1~2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내내 게임만 하는 건 아니고 유튜브나 트위치로 영상을 보기도 하는데, 주로 게임 방송을 본다. 나의 비교적 철저하지 않은 관찰에 따르면, 내 남편은 회사에서 일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하거나 남이 하는 게임을 본다. 주말까지 합치면 일주일에 35시간 정도를 게임에 쓰는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코앞에 두고, MBC <100분 토론>에서는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을 방영했다. 당시 한 출연자의 근거 없는 게임 비하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대한 설명을 내게 전하며 진심으로 분노하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게임에 대한 남편의 진심을 깨달았다.


우리는 같이 집에 있어도 독립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나는 남편의 게임 생활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상관없어하는 쪽에 가깝다. 연애 초기에는 같이 게임을 해보기 위해 내가 게임을 배우려는 시도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남편이 주로 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롤’ 등은 나에게 재미는커녕 괴로움을 유발했다. 내가 종종 즐겨 하던 게임은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짝 맞추기 유인데, 남편이 하는 게임은 그래픽이 지나치게 현란해 속이 울렁거렸고, 게다가 조작법은 너무 복잡했다. 나에게 게임은 시간이 남아돌고 심심할 때 생각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남편의 삶에서 게임은 아주 중요한 어떤 것이었다. 게임 관련 책을 만드는 게 남편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인터뷰집을 기획했다. 세상에 게임하는 사람이 많으니 게임 관련 책을 만들면 잘 팔리지 않을까 안일한 생각도 했는데, 책을 발간하고 보니 역시나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인터뷰집 제작을 위해 총 8명을 인터뷰했다. 게임 개발자, 유튜버, 교수 등 관련 전문가뿐 아니라 남편을 포함해 3명의 평범한 게임 유저도 인터뷰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남편이 방에서 게임할 때 난 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문을 닫아도 그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 나온다. 그는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끼고 다른 게임 유저들과 이야기하면서 게임을 한다. 목소리 톤에 따라 지금 어떤 상황인지 대충 파악이 된다. 처음에는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 무슨 일이 났나 해서 놀라기도 했는데, 이제는 게임 속에서 위기가 닥쳤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의 어떤 점이 그토록 유저를 몰입시키는 걸까? 남편은 드라마, 영화, 만화도 좋아하지만 그런 콘텐츠는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게임은 특히 다른 유저와 함께 하는 대전 게임 종류는 할 때마다 상황과 결과가 모두 바뀌어 주도권을 쥔 기분이라고 한다. 21년 차 게임 개발자 K 역시 게임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상호작용 콘텐츠이기 때문에 일방향적인 텍스트나 영상 콘텐츠에 비해 강렬한 몰입을 이끌어낸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아드레날린이 자극받는 흥분되는 경험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남편의 게임 친구 E는 “빡빡한 사회생활에 지쳐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게임 속 아름다운 그래픽을 감상하고 평화로운 사운드를 들으며 힐링”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른 유저와 싸워야 하는 대전 게임뿐 아니라, 혼자서 하는 싱글 게임도 좋아하는 여성 유저로서 게임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즐기는 사람이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게임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대해 남편은 “그러면 뭘 해야 시간 낭비가 아닌 건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게임은 시간 낭비일 수 있지만, 취미를 즐기는 삶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역설했다. 온·오프라인 경험을 결합한 ‘빅게임’을 만드는 게임 회사의 대표 L은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들을 때 대단한 이유를 가지고 듣는 게 아니다. 그냥 음악을 듣는 상태가 좋으니까 듣는 거다”라고 말했다. 살면서 기분 좋은 상태를 경험하는 건 좋은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게임을 하는 행동 역시 시간 낭비로 비하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어른은 그렇다 쳐도 애들이 하는 건 못 보겠어
성인이 여가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취미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공부를 등한시하면서 게임에 빠져 사는 자녀를 그냥 두고 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공부를 충분히 해놓고 남는 시간에 잠깐씩 게임을 즐기길 바라겠지만. 그렇게 강한 의지를 지닌 아이는 많지 않다. 아니 애초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충분한 공부량’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부터 어렵다.


인터뷰이들은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해온 사람들이고, 대부분 게임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남편은 ‘PC방에 안 갔다고 그 시간만큼 독서실에 갔을지는 매우 의문’이라며 게임을 안 했어도 어떻게든 놀았을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10대 시절 하루 10시간씩 게임을 한 헬스 트레이너 P 역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회사원이 되는 게 아니었다. 지금도 공부를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 부모나 선생님이 억지로 그만두게 하면 반항심만 더 커질 거라고 예상했다.


게임 개발자 K는 청소년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로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꼽았다. 게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이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빅게임을 만드는 L은 게임 속에서 ‘존재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한 점을 몰입의 요인으로 들었다. 게임 속에서는 노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고, 게임 속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든 다시 수정할 수 있다. 시험처럼 순간의 선택이 당락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실패하면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 아이들이 사는 현실에 비해 게임 속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정부 기관에서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중독에 대해 실태 조사를 담당한 교수는 “게임이나 인터넷에 지나치게 빠지는 아이는 자기 조절력이 무너진 상태인데,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다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나 친구와의 관계, 학업 스트레스 등 아이를 괴롭게 만드는 근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지,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의 증상을 없애는 데만 집중하면 다른 증상으로 표출될 거라고 우려했다. 헬스 트레이너 P는 스스로 게임 중독이었다고 인정할 만큼 게임을 많이 하던 학창 시절에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생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평생 게임만 할 생각은 아닐 거다. 아이들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좀 더 물어보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이 스스로다.” 이 말을 들으며 누구도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곱씹었다.

물론 게임보다 아내가 중요한 존재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하는 ‘게임 이용 장애’(중독은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일 뿐이며, 정식 명칭은 아니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시간, 빈도, 강도 등에서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2) 게임을 일상이나 다른 삶의 관심사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3)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 패턴이 최소 12개월 이상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 그 사람은 ‘게임 이용 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기준에서 ‘우선순위’라는 단어를 주목한다. 평소에는 남편이 게임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나도 당장 남편의 방에 들어가 헤드폰을 벗겨 내동댕이치고 컴퓨터 플러그를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가 있었다. 남편과의 대화가 간절한 상황이어서 게임 끝나면 나오라고 말해놓고 기다렸지만 1시간이 넘어도 요지부동인 날이 그렇다. 그는 정말 오래 걸리는 어려운 던전 dungeon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나는 울면서 물었다.
“게임이야, 나야?”


나는 그의 우선순위에서 게임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이고 싶다. 하지만 남편의 모든 일상에서 내가 우선순위가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것도 안다. 이건 바꿔 생각하면 쉬운 문제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때로는 남편보다 ‘펭수’를 더 보고 싶고, 여자 친구들과 브런치 먹으며 수다를 떨고 싶다. 나에게 그럴 자유가 있듯, 남편에게도 그럴 자유가 있을 뿐이다.

김명선

수원시 매탄동, 책방이 절대 있지 않을 것 같은 골목에서 작은 책방 ‘리지블루스’를 2년째 운영 중이다. 서점에 손님이 안 와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집 《아니, 제 남편이 게임 중독이라고요?》, 《어쩌다가 수원에서 책방 하게 되셨어요?》와 에세이 《리지의 블루스》를 쓰고 직접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