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Your 40’s

마흔의 생존법

마흔 전과 마흔 후의 내가 다르다고 느낀다면?
삶의 변곡점에 선 당신에게 정신과 전문의가 전하는
중년의 감정 공부에 관하여.


남자는 혼자 살면 빨리 죽습니다. 혼자 사는 남성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외로움이 스트레스가 되어 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기대 수명도 혼자 사는 남성이 파트너와 함께 사는 남성에 비해 짧습니다. 심지어 혼자 사는 남성은 자살할 확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반대입니다. 중년 이후 혼자 사는 여성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신체 건강도 파트너와 함께 사는 여성에 비해 혼자 사는 여성이 더 좋습니다. 개인적 임상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연구 결과가 이런 현상을 입증합니다.


그러니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젖은 낙엽’처럼 가족에게 딱 달라붙어 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아내가 ‘젖은 낙엽’을 떨쳐내려고 발을 세차게 흔들어도 떨어지지 말고 붙어 있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아내에게 의존하는 것을 나약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는 생존 본능의 처절한 표현입니다.


세상에는 스트레스가 넘쳐납니다. 하루하루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보살핌’입니다. 보살핌을 받는다고 인식하면 뇌에서 옥시토신이 더 많이 나옵니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가 주는 부정적 영향을 막아줍니다. 혈압을 떨어뜨리고,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죠. 또 심장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그 때문에 새로운 우울증 치료 약제를 개발하기 위해 주목하는 물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옥시토신의 효과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탁월하게 나타납니다. 옥시토신은 남자의 공격적 성향을 낮춰주고, 공감 능력을 키워줍니다. 옥시토신의 긍정적 효과를 더 많이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아내와의 스킨십을 늘리면 됩니다.


상담하다 보면 “아내가 너무 미워요. 어떻게 제 마음을 몰라줄 수가 있어요!”라는 하소연도 듣고 “남편은 남보다 못해요. 그냥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하숙생이죠”라는 불평도 듣습니다. 제각각 사정이 있겠지만 저는 종종 이런 제안을 합니다. “미워도 손잡고 주무세요.” 마음으로는 미워도 몸이 가까워지면 옥시토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 치료 기법 중에는 ‘서로 사이가 좋은 듯 행동하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이좋은 것처럼 노력해서 행동하면 갈등이 풀리고 애정도 돌아온다는 것이 이 기법의 핵심 원리입니다. ‘미워도 손잡고 자기’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냉정해야 합니다. 피 터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정을 억눌러야 합니다. 약한 마음 내보였다가 먹잇감이 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직장에서 우울하다고 하면 누가 좋게 보겠습니까? 아무리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회사에서 마치 문제아처럼 인식되면 밥줄이 끊길지도 모르니 함부로 약해졌다는 말도 못 합니다. “야, 내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사회생활 20년 넘게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내 마음 하나 못 다스리겠냐!”라며 자기를 과신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통제할수록 엉뚱하게 튀어나옵니다. 우울이 분노가 되고, 슬픔이 짜증이 되고, 불안이 미움이 됩니다. 감정은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제 클리닉을 방문하는 분 중 70%가 여성입니다. 특히 30대, 40대, 50대 기혼 여성이 가장 많습니다. 여성이 정신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여성이 훨씬 소통을 잘하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관찰하고, 언어화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상담입니다. 상담도 일종의 소통입니다. 그런데 남자는 다른 것 같습니다. 감정을 외면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부부 관계, 감정적 문제를 소통으로 풀려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아니, 싫어합니다. 아내 권유에 못 이겨 상담을 와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고, 당신이 더 문제라며 투사하거나 합리화합니다.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에 빠진 기혼 여성을 자주 보는데,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남편이 진심으로 제 이야기를 듣고, 저와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 아이들도 다 크고 나면 떠나갈 텐데, 인생에서 남편과 공감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어요.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어요. 저는 그냥 남편과 진심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어요. 그래야 제 마음이 채워질 것 같아요.” 소통과 공감의 결핍이 마음의 병을 만든 것이지요.


“선생님이 우리 남편을 불러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 대신 들어봐 주세요”라는 하소연도 종종 듣습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말까지 할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내는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데 남편은 방어적으로 나오거나 회피하니, 이런 불만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이런 상황을 두고 요구- 회피 패턴의 의사소통이라고 합니다. 이런 유형의 의사소통이 가장 나쁩니다. 이혼에 이르는 소통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죠. 차라리 솔직히 쏟아내는 것이 낫습니다.


말 없는 남자는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요?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1) “너만 화났냐? 나도 화났다!”
(2) “다 귀찮다. 말하고 싶지 않다.”
(3) “비록 내 잘못도 있겠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당신 잘못도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침묵은 분노의 표현이고, 거부의 표현이며,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어인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감정적 문제를 회피하고 거부하면 더 큰 문제를 부릅니다. 감정은 나름의 기능이 있는데 이를 자꾸 억누르면 감정의 고유한 메시지가 왜곡됩니다.


실적이 나빠 승진에서 몇 차례 밀려나 조기 퇴직을 걱정하던 남성 직장인의 경우 “요즘 회사 일로 걱정이 많아. 불안해”라고 아내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면 되는데 “회사에서도 힘든데 당신까지 나를 무시하는 거야!”라며 화를 내곤 합니다. 불안이 분노로 바뀌는 것이죠. 가족이 자신의 노고를 몰라준다며 슬퍼하던 중년 남성은 입버릇처럼 “아무도 없는 산속에 들어가서 살고 싶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진짜 필요한 건 가족의 관심과 애정인데도, 혼자 살면 행복할 것 같다고 진짜 욕구를 외면해버린 것이죠. “아내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외로워”라고 하면 될 것을 “오늘 밤은 술이 당기네”라며 엉뚱한 욕구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감정 난독증 증상입니다. 자기 감정인데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를 것이 아니라, “네가 ~라고 이야기해서 내가 지금 서운한 감정을 느껴”라고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면 우선 기저에 깔려 있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당신 때문에 화났어! 당신은 너무 무심해. 당신은 이기적이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당신도 힘든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해. 나는 그걸 알고 싶어”라고 말하며 배우자의 감정을 먼저 들어봐야겠지요. 만약 배우자를 나쁜 사람으로 단정 짓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바꿔서 물어보세요. “왜 합리적이고, 예의 바른 아내가 이렇게 행동을 할까?”라고. 나쁘다고 인식하는 건 감정적 판단이지, 객관적 사실은 아닙니다.


평소 자기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보세요. “가을이 되어 선선한 바람이 부니 좋네”처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파란 하늘이 참 좋다”는 괜찮은 출발입니다. 평소 감정 표현에 인색했는데 “저녁노을이 예쁘네”라고 말한다면 훌륭한 겁니다. 퇴근해서 아내에게 “배고파. 밥 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밥이 꿀맛이네. 당신 애정이 밥에 녹아 있나 봐”로 이어지면 아주 좋겠죠. 기분이 울적하다면 술친구부터 찾을 게 아니라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데이트해야겠네”라고 일상 습관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사랑은 형태가 없는 만큼 그 자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내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직접 확인해줄 방법도 없습니다.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사랑의 가장 강력한 증명은 바로 ‘말’입니다. ‘말’로 남겨지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니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김병수

교대역 사거리에 있는 작은 의원에서 내담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정신 건강 전문의로 직장인의 스트레스, 중년 여성의 우울, 마흔의 사춘기 등 한국적 특성에 기초한 세대별·상황별 아픔을 주목한다. 이를 주제로 《버텨낼 권리》, 《감정의 색깔》, 《사모님의 우울증》, 《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강연과 칼럼 등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최근 작으로 곧 마흔이 되는 서른이 중년의 심리를 예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