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at, Struggle, and Perseverance

원하는 대로, 다짐한 대로

하늘을 난다. 부부가 모두 조종사다. 이 짧은 두 문장만으로 충분했다. 무한한 호기심이 일었고, 감탄사가 터졌으며, 낭만적인 풍경을 상상했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인 이세리·조우철 부부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둘의 일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전까지 나에게 비행은 홀가분함, 해방감, 자유의 동의어였다.
이세리 대위가 조종하는 수송기 CN-235, 조우철 대위가 조종하는 수송기 C-130 내부에 직접 들어가서 본 파일럿석은 놀랄 정도로 협소했으며, 시야를 압도할 정도로 많은 계기판과 조작 버튼으로 사방이 둘러져 있었다.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거대한 기계를 하늘로 띄워 올리기 위해 필요한 엄정한 선택의 단계가 거기에 있었다. 그제야 공군 파일럿이 되어 조종간을 잡는 일의 무게가 피부로 다가왔다. 수백억 원을 훌쩍 넘는 국가의 재산에 해를 가하지 않아야 하기에, 또 수십 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기에 실수나 오판이 결코 용납되지 않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이들에게 조종은 긴장과 부담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견디는 일임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일임을, 결국 홀로 견디는 일임을 알게 됐다. 이날 내가 목격한 건 설렘이나 낭만이 아닌 진득한 땀 냄새, 그리고 분투의 흔적이었다.

공군사관학교 동기라고 들었습니다. 두 분 다 어릴 때부터 파일럿이 되는 게 꿈이었나요?
(세리) 저는 사관학교 생도 3~4학년 무렵에야 파일럿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일단 조종복이 너무 멋져서 끌렸고(웃음), 부모님 영향도 컸어요. 제가 공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일럿이 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우철) 저도 어릴 때부터 꿈꾼 건 아니고 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생도 선배들이나 훈육관님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파일럿이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다고 모두가 파일럿이 되는 건 아닐 텐데요, 어떤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우철) 사관학교 4년 과정을 마치고 약 1년 6개월 정도의 비행 훈련을 받은 후 평가를 통과해야 파일럿이 될 수 있습니다. 비행 훈련은 입문, 기본, 고등 과정으로 나뉩니다. 입문 과정은 국산 소형 항공기인 T-103으로 기본적인 항공기 기동과 이착륙 능력을 배양합니다. 기본 과정에서는 KT-1이라는 터보프롭 엔진 항공기를 이용해 수직 기동 같은 조금 더 복잡한 기동과 이착륙 능력, 계기비행 능력과 편대비행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마지막 고등 과정에서는 T-50 항공기로 전천후 조종사로서 자격을 연마합니다. 국민의 귀한 세금으로 받는 교육이기에 처음부터 올바르게 엄격한 훈련이 이루어지며, 적성부적합, 기량부족으로 중도 탈락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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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같은 직업을 갖고 같은 일터에서 일합니다. 장단점을 꼽아본다면?
(우철) 특수한 일을 한다는 걸 잘 이해하기 때문에 공감대가 넓다는 측면에서 좋습니다. 다른 대대 소속이라서 일과 시간 중에얼굴을직접볼기회는많지않지만조종사집단이그리 크지 않아요. 커뮤니티가 작아서 서로가 어떤 일을 맡았는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 금세 소문이 납니다.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아내 귀에 들어가면 체면이 안 서기 때문에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리) 저 혼자 욕먹는 건 상관없는데, 제 실수로 남편까지 욕먹이는 일이 생길까 봐 굉장히 조심합니다. 반면 대대에 무슨 일이 생겼다, 이런 이유로 출근을 빨리해야 한다, 이래서 퇴근이 늦다 등 스케줄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 번에 이해한다는 게 큰 장점이죠.

비행을 하면 일반인이 바라볼 수 없는 관점에서 세계를 보게 됩니다. 비행 중 어느 순간을 가장 좋아하나요?
(세리) 저는 공중 임무를 다 마치고 착륙하기 위해 활주로에 정대하는데 축선이 완벽하게 딱 맞아서 그대로 쭉 내려갈 때, 흐트러지지 않고 예쁘게 활주로로 내릴 때 짜릿하고 정말 행복합니다. 또 하나 행복한 순간이 있습니다. 파일럿이 관제사와 교신할 땐 100% 영어를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프리토킹이 가능한 영어 실력은 아니거든요. 가끔 미군 공항에 들어갈 때 원어민 관제사의 콜을 잘 이해하고, 또 100% 영어로 제 의사를 잘 설명해서 교신이 잘될 때 기분이 좋습니다.
(우철) 저도 비슷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곳에 스르르 백조처럼 착륙할 때, 쿵 하고 바퀴 찧는 소리없이 고요하게 내릴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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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낭만적인 풍경에 대해 말할 줄 알았는데, 두 분 다 컨트롤을 잘 해낸 성취감에 대해 언급하네요. 흥미롭습니다.
(세리) 솔직히 하늘 위에서는 낭만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크루들과 함께 체크리스트를 수행하기에도 정신이 없거든요. 복잡한 기계를 조작한다는 짜릿함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본다는 감탄보다는 책임감, 부담감, 스트레스가 훨씬 큽니다.
(우철) 아내는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2년 동안 비행을 쉬어서 총비행시간이 1250시간 정도이고, 저는 2000시간 정도 됩니다. 이제 경험이 쌓이고 익숙해져서 많이 좋아졌지만, 비행 훈련 때만 해도 비행 한 소티(항공기가 이륙해서 완전히 착륙할 때까지의 비행 단위) 한 소티가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한 소티만 비행하려고 해도 학창 시절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는 정도의 공부와 준비가 필요한데 그걸 매일 해야 했으니까요. 비행 중에는 준비한 실력을 모두 발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3차원 공간에서 항공기 방향, 속도, 고도를 유지하기 위한 조작을 하는 동시에 다른 항공기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하고, 관제사와 통신도 해야 하니까요. 제 교관 중 한 분이 “비행 중에는 본인이 준비한 것의 10분의1만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그런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견뎌내는 강인한 정신력은 어떻게 하면 갖출 수 있나요?
(세리) 제 실력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기장역할을 담당하는 정조종사 승급 중인데 (수송기 조종사의 자격은 부조종사–정조종사–교관으로 구분된다) 기장이 되면 항공기 지휘관인 저의 결정으로 임무가 진행되거든요. 여러 명의 승무원이 협동하며 운용하는 비행기이지만, 아무리 유능한 크루와 탄다 해도 모든 책임은 지휘관에게 있습니다.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면서 스스로의 실력을 기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학술연구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우철) 매 비행이 긴장과 부담의 연속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마냥 경직되어 있어선 안 됩니다. 긴장을 풀기 위해 비행 전에 항공기를 만지면서 이야기도 걸어보고 크게 심호흡을 해보기도 하고요. 비행 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수행 흐름이 끊기게 됩니다. 그때 당황해서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아예 비행을 망치게 되지요. 제가 좋아하는 야구와 비교해보면 선발 투수로 나와서 잠깐 흔들려 점수를 내주는 상황과 비슷해요. 마음을 다잡아서 다시 좋은 공을 던지면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지만, 계속 흔들리면 강판되는 것과 비슷하죠. 정확한 판단력과 맑은 정신을 위해 평소 몸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비행 전날엔 좋아하는 술도 당연히 자제해야 하고 충분한 수면도 취해야 합니다.
(세리) 조종사는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습니다. 평가 자체도 매우 긴장되지만 이때 받는 신체검사가 일반 신체검사보다 엄격해요. 평소에 내 몸은 국가의 것이라 생각하고 운동을 틈틈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대대원들과 축구나 풋살을 할 때 특히 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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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으로 사는 일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일까요?
(우철) 개인적인 자부심이죠. 누구나 쉽게 될 수 없는 조종사로 일한다는 자부심,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
(세리) 먼저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이라는 공군 슬로건처럼 군인으로서 공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점과 그리고 사람들의 인정인 것 같아요. 어떤 직업은 선입견이 있어서 폄하되기도 하는데, 어디에 가도 “공군 조종사입니다” 하면 다들 리액션을 넘치게 해주고 존중해주거든요. 그 점이 늘 감사하고 이 일을 하는 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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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인이가 세 살인데, 벌써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아이에게 어떤 엄마 아빠로 기억되고 싶나요?
(우철) 저는 아인이가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잘 어우러져 사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선 공동체와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대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파일럿으로 살면서 배운 게 그것이거든요. 또 아이가 커서 “아빠 맥주 한잔 사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자기 연애 문제까지 서슴없이 상의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세리) (오래 고민한 뒤) 아이가 두 돌이 넘어가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둘째는?”이라는 질문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받고 있어요. 다행히 체질에 잘 맞았는지 출산과 육아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시어머니께서 육아를 도맡아주시기도 하고 군이 민간 기업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여건이 더 좋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계획은 미정으로 보류하고 있어요. 저는 딸에게도 비행 잘하고 똑똑한 엄마로 기억되고 싶나 봐요. 사실 남편과 제가 사관학교 동기로 출발은 똑같았는데, 저는 출산과 육아로 비행을 2년 쉴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남편은 가장 높은 조종사 단계인 교관 승급 중이고, 저는 그 아래 정조종사 승급 과정을 밟고 있죠. 사실 이 점이 억울해요. 빨리 실력을 쌓아서 비행 전문가가 되고 싶고, 아이에게 그런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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