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aning of a Minimal Life

작게 산다는 것의 의미

최소한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리 집이 한 평 남짓한 공간으로 줄어든다면? 90L 배낭에 필요한 걸 담아 그것만으로 생활해야 한다면? 그런 삶에 우리는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는 12년 열애 끝에 2015년,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가족이 됐다. 그리고 2017년 3월, 밴 라이프를 선언하며 캠핑카로 거처를 옮겼다. 그들의 집엔 별다른 짐이 없다. 디지털 노매드족답게 영상과 음악 작업에 필요한 장비류를 제외하면 침구류 약간과 식기류가 전부다. 커플의 단출한 캠핑카 안을 보고 있자니 ‘나는 집을 짐 보관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플의 소리’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자신들의 삶을 글과 사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이 커플은 ‘내게 맞는 삶’을 찾아 떠도는 일상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용기를 내지 못해 모두와 똑같은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우리에게 자신들 역시 용기를 내 선택한 삶이며 그 삶을 통해 모두에게 각자 개인에게 맞는 삶을 살아볼 수 있는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커플의 소리 홈페이지에 “여행하듯 살고 살듯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고 했어요.
여행하듯 살고 살듯 여행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모아) 저희는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아요. 그런데 여행을 가면 12~20명이 함께 자는 호스텔의 초라한 조식을 먹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요. 조식을 먹곤 뭐라도 하기 위해 무작정 밖으로 나가요. 기껏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도시 분위기를 즐기는 정도의 일과라 해도 내가 처음 보는 생소한 것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이는 거죠. 그 순간엔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도 별로 없어요. 문득 ‘아, 여행하듯이 살면 하루하루를 값지게 보낼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삶은 오늘도 내일도 다시없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아침 7시에 일어나 밥 먹고 출근 하는 대충 반복되는 루틴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다른 모습이죠. 그렇기 때문에 매일 연습하는 것처럼, 새로운 날인 것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그래서 여행하듯이 살고 싶다고 하는 거죠. 더 부지런하게, 더 의욕적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캠핑카에서 살아보는 건 어떤 분의 버킷 리스트였나요? 밴 라이프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남훈) 사귄 지 7년 차에 접어들 무렵 제가 김모아 작가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어떤 삶을 살면 좋을까? 돈이나 가족 관계에 매이지 말고. 어떤 삶을 살고 싶어?” 라고요. 그랬더니 첫 번째가 여행이래요. 여행하고 싶고 여행을 통해 글을 쓰고 싶고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래, 그럼 하자” 라고 했어요. 그리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지금 캠핑카에서 살아보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거죠. 캠핑카에서 사는 건 제 버킷 리스트였는데 둘 다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맞아 떨어진거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삶은 나중에 있을 것들을 지금 하자는 거예요. 버킷 리스트도 간직하고 있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자. 저희 또래나 윗세대 부부 중에 ‘나중에 전원생활을 해야지, 캠핑카 타고 여행을 해봐야지’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지금 못하는 게 그때는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물론 실천에 옮기는 어르신도 있지만 결국 못 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모아) 또 하나의 계기는 제가 스스로 던진 질문이었어요. 여행을 떠나면 너무 좋은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과연 나는 머물길 원하는 걸까, 떠나길 원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해봤어요. 밴 라이프를 통해 그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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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라이프 이야길 꺼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부모님이나 가족은 걱정도 하셨을 것 같아요.
(모아) 당연히 가족들은 걱정과 우려가 컸어요. “캠핑카 생활을 한다고?아내생각은안하니?모아가불편한거란생각은안 하니?” 근데 사실 저는 좋았거든요. “화장실은 어떻게 해?” “가져다 버리면 되는데요”, “샤워실은 어떻게 해?” “샤워하고 물 채워놓으면 돼요”, “물 채우는 게 불편하지 않아요?” “그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서 밴에 살고 있어요. 걱정보다는 응원을 더 많이 해주세요” 라고 말하며 저희 의지대로 관철시켰어요. 다행히 저희와 친한 지인들의 경우엔 “너흰 잘할 거야”, “꼭 했으면 좋겠어”, “응원해” 같은 긍정의 말을 많이 해줬어요. 저희커플의의지도있지만,그응원이큰힘이된것같아요.

캠핑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남훈) 모든 걸 줄여나가는 일의 연속이었어요. 저희는 집안 살림이 많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덩치 큰 가구라고 해봤자 결혼할 때 형제들이 해준 냉장고와 에어컨이 전부였는데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게 많더라고요. 2017년 3월에 밴 라이프를 시작하자고 목표를 정한 뒤 2016년 1년 동안 예행연습을 했어요. ‘우리 집은 굉장히 좁아질 거야,짐이 별로 없어야 할거야’ 상상하면서 활동 반경도 줄이고 짐을 치우다 치우다 주방기기도 다 치워서 코펠로만 밥을 해 먹었죠. 한동안 집이 굉장히 휑했어요.
(모아) 키우던 식물도 입양 보내고 욕실용품이나 세제도 밴에서 쓸 것들로만 줄여나갔어요. 정말 작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덜어낼 게 계속 생기더라고요. 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밴 라이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린 삶을 다이어트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요.(남훈)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면허를 다시 따는 거였어요. 저희 둘 다 2종 오토였는데 캠핑카를 몰기 위해선 1종 수동 면허가 필요했죠. 운전면허 시험 과정이 강화된 직후였는데 둘 다 시험이라는 걸 십여 년 만에 보기도 하고 또 당시 바빠서 시험 준비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터라 엄청 긴장되고 떨리더라고요. 떨어지면 밴 라이프를 시작 못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시험에 통과한 날 둘의 기쁨 농도가 엄청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계속 환호했죠.

커플의 소리 홈페이지(lesonducouple.com)에 가면 일상의 소리를 모은 페이지가 있어요.
밴 라이프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새롭게 다가온 소리가 있을까요?

모아) 공간이 클 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어요. 바닥 닦는 걸레질 소리나 핸드밀로 커피콩을 가는 소리 같은 것이요. 도시에 머물 때는 미세먼지도 신경 쓰이고 지나다니는 분들이 들여다보기도 해서 창문을 닫고 지내요. 좁고 밀폐된 밴에서 걸레질하고 있으면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소리가 들려요. 걸레질 소리가 그렇게 크게 난다는 걸 처음 알았죠. 이전엔 넓은 공간을 닦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거든요.


아이가 있었더라도 지금의 밴 라이프가 가능했을까요?

(남훈) 삶을 형태에 따라 나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A라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가친척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고 혼수와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삶. 저희는 B라는 삶을 살고 있어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자유롭게 사는 삶을 택했죠. 그런 의미에서 아이 계획이 따로 없어요. 한번은 어머니에게 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이 계획이 없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아이를 키우며 학교 보내며 살 수 없지 않겠어요”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가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그런데 아이 낳아서 키워보면 그것도 참 좋아. 아이 학교 안 보내도 돼. 너희가 자유롭게 살 듯이 아이도 데리고 다니며 자유롭게 키우면 되는걸” 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아이가 있어도 이 삶을 택했을 것 같아요. 저희가 B라는 삶을 살듯이 아이도 B라는 삶, C라는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모아) 외국 여행을 다니며 밴라이프 가족들을 보면 밴에서도 아이를 잘 키우더라고요. 밴에서 아이를 낳는 부부도 있고요. 아이 때문에 집의 형태나 삶의 방식에 제한이 생기진 않는다고 봐요. 계획엔 없지만 아이가 생긴다면 감사한 일이죠. 아이가 생겨도 지금처럼 살수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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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라이프가 끝나고 맞이할 두 분의 미래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모아)밴라이프를하며저희가새삼느낀점은공간은정말 최소한만있어도된다는거예요.지금이공간에있을건다 있거든요. 침실, 욕실, 주방, 거실. 이 공간을 두 평이라고 한다면 두평안에서모든생활이가능한거예요.저희는평소에도 미니멀 라이프나 마이크로 하우스에 관심이 많아요. 모든 게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차도 늘 경차만 탔고요.여유가 되고 기회가 된다면 경차를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주차 공간과 최소한의 생활 공간을 갖춘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자연과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고요. 마트나 시장은 1시간 거리에만 있어도 될 것 같아요.흔히 창이 컸으면 좋겠고 볕이 잘 들었으면 좋겠고 빨래가 잘 말랐으면 좋겠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자연에 살면 다 해결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일이나 경제적인 요건 때문에 도심에 살면서 자연에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창을 크게 만들고, 높은 곳에 살고 싶고, 좋은 공기를 원한다고 생각해요. 할수 있다면 자연 속에 살거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면 그게 제일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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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for Fathers

허남훈·김모아 커플이 말하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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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새롭게 찍어보세요
카메라에 일상을 담아보세요. 런던의 버스를 찍는 것처럼 버스도 찍어보고, 뉴욕 휴지통을 찍는 것처럼 길거리 휴지통도 찍어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도 찍어보세요. 관찰하는 마음가짐과 시선을 여행자처럼 가지면 일상도 여행이 됩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찾아가보세요
해외에 가면 우리는 모두 인문학자가 됩니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에 다니느라 바쁘게 움직이죠. 많은 예술품에 감탄하면서요. 그렇다면 국내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어떨까요? 혹시 가보셨나요? 나를 알아야 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소라면 가지 않을 곳에 가보세요. 몰랐던 매력을 발견할 거예요.

날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즐거운 여행이 오늘로 끝난다면 어떨까요?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오늘이 다시없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다가올지 몰라요. 우리 같이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