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s I Love That I Would Like to Share

사랑하기 때문에 공유하고 싶은 것들

넘치는 애정으로 자신의 일상을, 주변의 대상을 끊임없이 기록하는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내가 이런 걸 다 기록하는 이유’.

12-02

알고보면 매력 넘치는 아저씨를 기록하다

관찰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나카무라 루미 《아저씨 도감》 저자

1000명의 아저씨
총 5000명의 아저씨를 만났고 그중 1000명은 그림으로 그렸어요. 이제 더는 일본 아저씨를 그리지 않아도 돼요. 제가 낸 첫 번째 책 《아저씨 도감》에 등장하는 48가지 타입의 아저씨들은 관찰과 기록, 인터뷰 과정을 거치며 머릿속에서 정리한 결과였어요. 제가 보고 느낀 특징별로 나누다 보니 48가지 타입의 아저씨가 나온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아저씨는 만화가 세이노 씨에게 소개받은 아카바네의 마스터였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찾아갔는데 마스터가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더라고요. 인터뷰 대상이 몽롱한 상태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처음이었고, 그 과정을 책에도 담았죠. 세이노 씨의 《도쿄도 기타구 아카바네》 라는 만화에 캐릭터로 등장하는 인물이라 더욱 재미있었어요.

‘아저씨’를 기록하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도 아저씨를 그린 기억이 있어요. 여자아이처럼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한 대상이 아닌 게 좋았는지, 아저씨를 모티브로 그림을 자주 그린 것 같아요. 아저씨를 그림 주제로 인식하고 그리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였어요. 당시 미술 선생님의 개인전이 열리는 화랑에 갔는데, 그곳에 모여 있는 아저씨들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모두 한 손에 캔맥주를 들고 그림에 대해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꽤 즐거워 보였고 인상적이었죠.

‘아저씨’의 매력을 말하다
아이들과 삼청공원에 자주가요. 제가 본격적으로 아저씨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아저씨의 장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점이 많은 존재인지 알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일본에서 아저씨란 존재, 특히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아저씨의 이미지는 ‘나이만 먹은 존재’란 느낌이 강해요. 하지만 제가 본 아저씨들은 가볍지 않고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고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어요. 이런 좋은 점들을 전하고 싶어 책까지 냈죠.

순간의 재발견
기록의 장점은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할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을 기록함으로써 나중에 창작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소스를 얻기도 하죠. 기록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순간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그냥 두면나중에 어렴풋이 기억은 하지만, 세세한 감정 같은 건 잊히잖아요. 그런데 기록을 하면 보다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죠.

기록, 아이디어를 저장하는 습관
저는 그다지 성실한 사람이 아니어서 기록에 익숙한 편은 아니에요. 다만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보니 작업을 위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궁금한 게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메모나 사진을 남겨요. 그리고 여행을 가거나 하면 제가 본 것을 스케치로 남기는 편입니다. 가끔은 그림일기도 쓰고. 다 그림과 관련한 것들이네요.

12-03

스머프 할배, 징글맘을 위한 밥상을 기록하다

삼시 세끼 요리사 정성기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저자

일기, 기록의 기억
국민(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중학교 졸업까지 꼬박 9년간 일기를 썼어요. 물론 그때는 선생님이 일기를 숙제로 내주고 검사까지 하던 시절이었지만, 억지로 일기를 쓰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특별히 일기 쓰기를 좋아했어요.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면서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것도 좋았고, 꼴 보기 싫은 친구 욕을 몰래 쓰는 것도 좋았지요. 조금 커서는 좋아하는 여학생에 대한 마음을 나만 알 수 있는 비밀 표현으로 적어놓곤 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일기를 시 형식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하거나 행복할 때 시를 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비록 낙서 수준일지라도 지금까지 끄적거린 시가 꽤 돼요.

스머프 할배와 징글맘의 시작
어머니에게 치매 진단을 내리면서 담당의는 1년 이상은 어렵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남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머니의 병간호를 직접 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치매 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어머니와 하루를 함께 보내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어요. 오죽하면 어머니를 ‘징글맘’이라고 불렀겠어요. 어머니의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매일 출퇴근하는 생활에 익숙해 있다가 회사도 그만둔 후 좁은 집에 어머니와 온종일 있으려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어요. 그러던 차 입맛 까다로운 어머니를 위해 요리를 배울 겸 인터넷으로 요리 전문가나 블로거들의 레시피를 검색했고, 차츰 블로그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블로그 하는 스머프 할배와 징글맘’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블로그, 행복한 자발적 규율
블로그는 어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돌파구였어요. 일로 느낀 적도 많았지만, 그보다 내가 의무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지요. 게다가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이다 보니 함부로 지껄일 수 없는 ‘말의 책임’을 느꼈고, 더불어 내가 이 사회에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내 레시피를 참고하고, 나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후로는 더욱 집중하게 되었죠.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라기보다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내게 블로그는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의무와 책임’으로 즐기고 있는 행복한 자발적 규율입니다.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
나는 아흔세 살 되신 중증 치매 노모를 병간호하며 하루 삼시 세끼 요리를 합니다. 그리고 매일 어머니와 밥 먹고 있지요. 이 생활의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 이유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이 아주 중요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노노 간병, 가족 간병의 문제는 고령화 사회를 맞은 한국에서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론 국가가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근본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당사자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의 개인적 기록이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혹은 직면할 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생각으로 최근에 그간 블로그에 올린 일상의 기록을 정리해 에세이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를 출간했습니다. 책 안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씩은 생각해보고 준비를 하자는 것입니다.

기록, 삼식이를 삼시 세끼 요리사로 만든 힘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며 나는 ‘할배 요리사’가 되었고, 책을 낸 ‘작가’가 되었습니다. 나도 대한민국 60대 보통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젊었을 때는 회사 일을 핑계로 가족은 물론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지요. 그러나 ‘나’와 ‘내 주변’에 대해 기록하면서 나는 진정한 나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기록 이전에 더 많은 생각이 존재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없이 살지 않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요리 레시피를 기록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을 대상에게 맞는 재료나 조리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요리가 연구가 되니 이 또한 재미있었지요.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삼식이’가 아니라 ‘삼시 세끼 요리사’가 되었고, 덤으로 일기나 쓸 줄 알던 내가 유명해져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큰 결실이 있을까요?

아이들의 위대한 글을 기록하다

글을 담는 교사 권나무 / SNS 우리 반 시인 운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
저는 교사이자 가수이기도 합니다. 가수로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음악으로 기록하고 사람들과 소통해왔습니다.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것이 글일 수도 있고, 음악이나 그림일 수도 있죠. 아이들 역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고, 교사로서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이들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일기 같은 강압적인 글이 아닌 한 줄이든 열 줄이든 분량에 상관없는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말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반 시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아이의 글이 위대한 이유
제가 SNS에 올리는 아이들의 글은 사실 ‘시’나 ‘예술’ 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내면에 있는 것을 어떤 외압과 시대 상황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고 순전히 자신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쓴 아이들 글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감동을 주는 거죠. 그렇다면그건위대한글이될수있지않을까요?
제가 아이들 글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문자 그대로 ‘아이들 글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 글을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공감을 하게 만드는 위대한 ‘힘’ 때문입니다.

교사로서 가야 할 방향을 잡아준 글
제가 처음 ‘우리 반 시인’을 시작한 건 새내기 교사 때였습니다. 그때 저희 반에 연근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가정환경이 어렵고 학교에 적응도 잘 못하고, 성적도 좋지 않아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아이였습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제가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으로 글을 써보세요”라고 말한 다음날, 연근이가 나비로 2행시를 지어왔습니다.


나 나처럼
비 비를맞는다


그 시를 읽고 저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사연을 모르는 분들은 ‘나비 2행시구나’ 하고 말겠지만, 아이의 사정을 아는 저는 여러 생각에 마음이괴로웠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건 제가 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해줄 수 있는거라곤 비누나 샴푸같은 생필품을 사주고 안씻고 오면 씻겨주는 정도이고, 현실적으로 교사인 저는 곧 다른 학교로 옮겨 가야 하니까요. 다른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가을 이야기를 썼는데, 평소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가 가을과 상관도 없는 시어로 낑낑대며 2행시를 쓴 겁니다. 왜 나비를 선택한 걸까, 왜 비를 맞는다고 했을까? 그 짧은 문장에 많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글이 앞으로 내가 어떤 교사가 돼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아이들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잊지 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마음속에 등대로 남았습니다.

글쓰기가 가져온 아이들의 변화
‘우리 반 시인’을 진행하면서 저희 반 아이 대부분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정도까지 성장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글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어,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구나’, ‘이렇게 읽으면 내 글도 괜찮을 수 있구나’하고 깨닫는 계기가 된 거죠. 아이들 개개인의 자존감이 높아졌고, 글쓰는 행위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적으로 독해력이나 문식성이 높아졌다거나, 학문적으로 글을 잘 다루는 학생이 된 건 아닐지라도 스스로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만큼 성장했다는 건 큰 변화였고, 제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우리 반 시인’을 시작하며 기대한 이상적인 현실이었습니다..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기록
처음 아이들의 글과 마주했을 때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했습니다. 눈앞에서 이런 글들을 하루에 몇 편씩 본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어서 혼자만 읽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 글에 꾸밈이 없고 솔직할 수 있는 거죠. 우리 내면에 있는 아련하고 아름답고 원초적인, 그래서 오히려 부정하거나 설명할 필요 없는 단순함, 아이의 글에는 어른이 잃어버린 글의 힘이 있습니다. ‘우리 반 시인’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분이 아이들 글을 읽고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