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Companions

여행의 동반자들

이동과 여행은 한 장소에서 출발해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는 행위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같지만, 둘 사이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이동하는 사람은 눈을 감는다. 그의 관심사는 끝, 그러니까 도착이다. 여행하는 사람은 스쳐가는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뜬다. 여행자의 관심사는 도착 그 자체라기보다 이전까지의 과정이다. 이는 여행을 정의하는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일깨운다. 여행은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 새로움 앞에서 눈을 감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이라는 것.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아들 주안이가 아기 때부터 먼 지방으로 공연을 가든 짧은 스케줄을 소화할 때든 언제나 주안이를 차에 태우고 함께 움직였다. 아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어른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어딜 가든 주안이와 함께했다. 좁은 차 안에서 세 식구만 온전히 있는 시간, 수다 떨다 목 마르면 물 마시고 과일도 깎아 먹고, 그러다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과정이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을 ‘여행’으로 만드는 지혜가 있는 두 사람은 지금도 지방에 공연 스케줄이 잡히면 ‘이번에는 어디를 들렀다 올까’ 궁리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곤 하는데, 주안이는 이런 엄마 아빠 덕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마음이 열린 아이로 자랐다. 김소현·손준호 가족이 뉴 BMW 6 시리즈 그란투리스모와 함께 영종도에서 보낸 1박2일의 여정에 동행했다.

방송 〈오 마이 베이비〉를 통해 손준호 씨가 굉장한 자동차 마니아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언제부터 차를 좋아했나요?
(준호) 초등학생 때 우리 집에 첫 차가 생긴 순간부터 그냥 차가 좋았어요. 그날 제가 너무 기뻐서 소파 위에서 펄쩍펄쩍 뛴 기억이 나요. 틈만 나면 아버지 차를 세차하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본 동네 어르신분들이 이렇게 물으시는 거예요. “준호야, 세차하면 아빠가 용돈 얼마 주셔? 500원?” 저는 ‘아니, 내가 좋아하는 차를 닦는 건데 왜 용돈을 받아?’ 하며 의아했죠. 할머니 댁이 천안이라 아버지가 시골을 자주 다니셨어요. 뒷바퀴 옆 문짝에 물이 튄 모양으로 흙 자국이 생긴 걸 보면 깨끗이 닦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러움이 사라지고 자동차 본연의 색이 드러나면서 반짝거리는 순간 행복을 느꼈습니다. 관리한 차와 관리하지 않은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커져요. 자동차의 매력은 제가 만지고 에너지를 쏟아부은 만큼 결과가 보인다는 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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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부모님께 이어받은 차 사랑인가요?
(준호) 아뇨, 저희 아버지는 차를 이동 수단으로만 여기는 분이셨어요.(웃음) 저는 세차하거나 정비할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아버지는 그 시간에 차라리 쉬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에요. 반면 주안이는 마음이 토라졌을 때 “아빠가 사탕 줄게”에는 반응하지 않고, “아빠랑 엄마 차 세차하러 갈까?” 하면 눈을 반짝여요. 그렇게 함께 세차하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집에 돌아오면 모든 감정이 다 풀리죠. 이렇게 아들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희 부자에겐 자동차가 우정의 매개체죠.

남편이 한 가지에 너무 몰두하면 아내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관심사가 잘 맞았나요?
(소현) 아뇨, 결혼 전에 저는 차를 거의 범퍼카 수준으로 탔어요. 차를 왜 관리하고 아끼며 타야 하는지 몰랐던 사람이라 준호 씨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어요. 여름에는 사우나에 온 것처럼 땀 뻘뻘 흘리면서, 겨울에는 동상이라도 걸린 것처럼 빨간 손으로 손 세차를 하고, 스크래치 날까 봐 거품 광택제도 좋은 제품으로 구매하고, 걸레질하는 방식도 본인 나름대로 원칙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작 본인 얼굴에는 로션 하나 제대로 챙겨 바르지 않아요. 옷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요.(웃음) 신혼 때는 친정엄마께 고민 상담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건전한 취미라 좋지 않니?” 반문하시는 거예요. 듣고 보니 본인 차만 그렇게 관리하는 게 아니라 제 차, 저희 부모님 차, 시부모님 차까지 챙겨주더라고요. 계절이 바뀌면 타이어를 갈아놓고, 세차해주고, 정비해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렇게 아끼고 관리한 차들은 확실히 오래도록 안전하게 탈 수 있다는 걸 경험한 뒤로는 저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주안이가 차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패밀리카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요?
(소현) 예전에는 외관이 날렵하고 여성스러우면서 폼 나는 차가 좋았어요. 주안이가 태어난 뒤로는 안전하고 튼튼한 차로 관심이 옮겨갔지요. 지금은 내실 있는 차가 좋아요.
(준호) 저는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차가 좋아요. 저는 잠재력 있는 차를 살살 타는 걸 선호하거든요. 5000cc 배기량의 슈퍼차저가 달린 차량을 구입해 퍼포먼스를 시험하는 식으로 거칠게 운전하는 게 아니라, 아주 얌전히 시내 주행하는 걸 좋아해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앞질러 갈 수 있지만, 나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니까 힘을 다 쓰지 않아’ 하는 느낌으로 안전 운전을 하는 게 좋죠. 저희 가족은 지방 공연도 많고 여행도 자주 다녀서 장거리를 운행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다양한 어시스트 기능을 갖춘 차에 관심이 가고, 주안이가 태어난 뒤로는 뒷자리의 편안함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어요. 아내가 뒷좌석 시트가 뒤로 젖혀지는 차를 원해서 차를 볼 땐 뒷좌석 시트를 전동 조절할 수 있는지 챙기기도 해요.

엔진 소리, 코너링 느낌 등 운전할 때 저마다 ‘홀릭’하는 순간이 다른데, 어떤 순간 가장 즐거운가요?
(준호) 항속하는 기분이 좋아요. 얼마 전에 미국에서 공연이 있어서 간 김에 가족 여행을 하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LA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그랜드캐니언까지 갔는데, 대부분 비행기로 이동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자동차 여행을 했어요. 지평선이 보이는 사막 지대를 항속하면서 차 안에 앉아서 눈으로는 새로운 풍경을 계속 마주하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소현) 사실 저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 먼 길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게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어요.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주안이를 태워서 초행길을 하루에 4~5 시간씩 달리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 미국 공연을 돌이켜보면 자동차 안에서 복닥거린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엔 많이 더웠지만, 차 안의 좁은 공간에서 딱 우리 셋만 온전히 보낸 시간이 진정한 여행이었구나 싶어요. 화려한 목적지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끼리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게 여행이구나 깨달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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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종도를 어떤 코스로 돌아볼 예정인가요?
(준호) 주안이가 너무 좋아해서 벌써 서너 차례 와본 BMW 드라이빙 센터에 들러서 주행 교육 프로그램을 즐기고, 을왕리 해변과 왕산 마리나에서 바다를 보면서 산책하다가, 주안이가 좋아하는 키즈 플레이 시설이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영종도에서 하룻밤 묵는 코스로 여행을 준비했어요. 주안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온전히 관광 목적으로 명소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는데, 이제는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기 좋은 곳을 찾게 돼요. 유명한 장소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보다는 아이와 함께 놀기 재미있는 여행지를 고르죠. 이 정도 1박2일 여행 코스가 딱 저희 가족 여행 패턴에 잘 맞아요.

〈오 마이 베이비〉에서 주안이의 영특함이 화제였는데, 주안이는 배움이라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인가요?
(준호) 뭐든 새롭게 경험하는 것 자체를 좋아해요. 물론 처음에는 누구나 겪는 떨림이나 두려움을 주안이도 느끼죠. 하지만 그보다 호기심이 더 큰 아이 같아요. 호기심이 많아서 늘 ‘왜일까? 이건 뭘까?’ 생각하는 타입이에요. “주안아, 이런 게 있대. 한번 해볼래?” 보여주면 처음에는 쭈뼛대다 어느새 뒤돌아보지 않고 훌쩍 해버려요. 경험해보고 나서 “아빠, 이건 이런 거야” 설명해주면서 신나 하고요.

여행이 주안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나요?
(소현) 물론이에요. 책에서 한라산 관련한 정보를 읽는 것과 직접 방문해서 몸으로 느끼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잖아요. 여행은 단어나 글자로서가 아니라, 후각·시각·촉각 등 감각으로 세계를 느끼게 해요. 그러니까 아이 마음속에 남는 게 많죠.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건 부모인 어른에게도 아주 훌륭한 자극이 돼요. 똑같은 여행지에서 똑같은 풍경을 봐도 아이는 어른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능력이 있거든요.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면서 “엄마, 저 구름은 공룡의 발톱이야”, “엄마, 고래가 물을 뿜고 있어” 하면서 재잘대는 주안이를 보고 있으면 저 역시 주안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돼요. 또 다른 세상으로 문을 열고 나가는 느낌이 들죠. 일상 속에서 일하면서 지친 마음을 초기화한다고 할까요? 주안이와 여행하고 나면 순수해진 마음으로 제 일에 더 도전적 태도를 취하고 싶어져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는 이런 특별한 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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