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s Are My Strength

주말은 나의 힘

경기도 양평 아신리의 아담한 한 주택, 마당 한편에 하늘로 삐죽 솟은 지붕 하나가 눈에 띈다. 곽승원이 두 아이를 위해 땅을 고르고 나무를 재단해 뚝딱뚝딱 지어 올린 오두막이다. 올봄 아빠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오두막 설계 도면을 내밀고 눈을 반짝이며 이 근사한 계획을 설명했다. 금융업계 직장인으로 주 5일을 근무하며 두 달여 만에 완성한 아빠표 오두막 놀이터에는 드디어 미끄럼틀과 그네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하늘과 좀 더 가까운 작은 집에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이들 가족에게 주말은 선물 같은 날이다. 축구 직관 경기를 찾아다니고, 언제든 두 아이를 대동하고 캠핑을 떠난다. 여름에는 마당 워터파크를 개장할 야심 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나의 삶에, 또 내 가족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어느 평범한 직장 생활자의 주말 활용법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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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있는 오두막은 직접 지은 거라고 들었어요. 오두막을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오두막에 대한 첫 구상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했어요. 마당에 아이들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겨울에는 설계도를 그렸고,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서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어요. 2년 전 양평으로 이사 온 이유가 아이들을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고 싶어서였거든요. 또 지금까지 이사를 여러 번 다녔는데, 이곳에 오고 부터 마음대로 자유롭게 공간을 꾸밀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주택은 설계부터 저희 의견을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아요. 아파트 생활에서 층간 소음은 아주 심각한 문제잖아요. 주택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해요.

단순히 오두막 형태가 아닌 아이들 놀이터처럼 보이기도 해요.
서울 도심과 달리 양평에는 놀이터나 근린공원 같은 공용 시설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요. 워낙 멀기도 하고 애들이 원할 때마다 찾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집 마당에서도 그곳과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아지트가 될 수 있으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오두막이 떠올랐어요.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나무로 지은 집요. 바로 노트에 설계도를 그려보았어요. 그 안에 그네와 미끄럼틀도 그려 넣었고요.

오두막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인가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놀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가장 신경 썼어요. 처음 오두막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기성품을 찾았어요. 그런데 비싸기도 했고 크기도 너무 크더라고요. 예쁘지도 않고요.

아이들의 요구 사항을 적용한 디자인인가요?
장선(마루청을 받치는 나무)을 올리고 기둥까지 세우니 갑자기 아늑하게 느꼈는지 봄이가 오두막에서 책을 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지붕을 만든 이유였어요. 또 아내가 오두막에서 쓸 수 있는 캐비닛을 넣었지요. 자기만의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사물함을 둔 거죠. 러그도 깔고 쿠션도 두어 편히 책을 볼 수 있도록 했고요. 둘째는 아직 어려서 의견이 따로 없었어요.

아빠의 낭만이 투영된 부분도 있겠죠?
맞아요. 처음에는 아주 아늑한 실내 공간을 갖춘 오두막을 짓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큰 나무 위에 얹힌 트리 하우스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건축자재나 방수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어요. 그렇게 조금씩 타협하게 되더라고요. 양평은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에요. 만약 사방을 완전히 막아버리면 오히려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방부목을 이용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지요. 비가 내리더라도 마르면 그만이고, 강한 바람으로부터 안전하기도 하고요.

오두막은 작은 집의 형태잖아요. 뼈대를 세우고 짓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전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익숙한 편이었나요?
건축 관련 지식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워낙 조립하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양평 주택으로 온 후 저희 집 울타리 정도는 손수 작업하기도 했고요.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었나요?
주로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자료를 찾아봤어요. 전문 공방을 통해서 세부적인 정보나 섬세한 작업을 위한 공구를 갖춘다면 더 좋겠지만, 제가 직장인이다 보니까 시간적 제약이 있어서 공방을 다니지는 못했어요. 그중에서 추천해드린다면 ‘지성아빠의 나눔세상(cafe.naver.com/kimyoooo)’이라는 사이트는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 많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빌더하우스(blog. naver.com/mioerin)’에서는 목조 주택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다양한 목재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고요.

온라인과 책을 통한 독학으로 오두막을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온라인이나 책을 통해 접한 정보들로 시작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그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수평 맞추는 것이었어요. 작은 것이라도 무엇을 쌓아 올려 지으려면 일단 그것부터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자연 상태의 땅이라는 게 애초에 수평이 딱 맞지 않더라고요. 장비를 갖추지 않은, 건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이 3m가 넘는 건축물의 수평을 맞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예요. 인터넷 정보에는 수평을 맞추면 된다고만 나와 있지, 어떻게 어떤 장비를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수평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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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구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가정용 해머 드릴이 아주 유용해요. 500W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콘크리트 벽이나 지주를 뚫을 때, 혹은 못을 박기 위해서도 필요해요. 그리고 가벼운 무선 전동 드라이버는 사소하게 나사를 조이고 풀 때 필수예요. 없으면 자신의 손목 연골을 대신 소비하게 된답니다.(웃음) 그리고 전동 원형 톱(회전 톱) 은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장비 중 가장 비싼 거예요. 필수 장비는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집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크고 작은 목공 작업을 해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요. 체력과 시간을 가장 많이 비축해주는 도구거든요. 깨끗한 절단면을 보장하기도 하고요.

직장인으로 살면서 주말에 무언가를 계획하려 할 때 지레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시간적 제약이 가장 큰 난관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4월부터 주말 시간을 모두 오두막 작업을 하는데 쏟았어요. 물론 하고 나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허리도 엄청 아프고요. 안 쓰던 근육을 쓰니까 다음 날 아파본 적 없는 등 근육도 아프고.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근육통이었죠. 아내도 함께 하기도 했어요. 나무를 같이 자르기도 하고요. 빨리 끝내고 싶은 공동의 목표가 생긴 거죠.(웃음) 주말에 마냥 쉰다고 피로가 풀리지는 않아요. 이왕이면 내게도 가족에게도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어요.

봄이와 윤이가 크면 정원의 오두막을 두고 ‘아빠가 만들어준 우리의 집’으로 기억하겠죠?
어릴 때 아빠가 직접 만들어준 무언가로. 아빠들의 로망이죠. 처음 시작하고 몇 주 동안 주말에는 이것만 했어요. 저도 이렇게 빨리 만들 줄은 몰랐지만, 일단 실행하고 나니 하나의 일과가 되더라고요.

직장인 아빠의 주중 일과는 어떤가요?
얼마 전 본사로 발령이 난 후, 평일에는 거의 저녁 없는 생활이었어요. 아쉽게도 아이들과 함께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저의 주중 보통의 루틴은 ‘기상, 출근, 근무, 퇴근, 취침’이에요.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되지 않는 매우 긴장되는 일상이죠. 그래서 주말에는 조금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제게도 또 저희 가족에게도 주말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에요. 평일은 저도 숨 막히는 일과를 보내는 바쁜 직장인이지만, 주말에는 그 모드를 완전히 멈추려고 해요. 어느 날은 가족을 위한 목수이기도 하고, 요리사이기도 하고, 농부였다가, 사진작가도 되는 셈이죠.

워라밸이라고 하죠.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일과 가정의 균형조차 찾기 힘든 3040 가장이 여가와 취미를 찾는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해요.
저는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어요. 잠깐 정신을 팔거나 실수를 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지고, 동료들에게도 회사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직장에 있는 동안에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누구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업이에요. 하지만 직장에서 퇴근하면 최소한 이런 긴장의 끈을 완전히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요. 일과 생활에 경계를 짓는 거예요. 그것이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금요일 오후 퇴근길에는 출입국 사무소를 경계에 두고 직장으로 떠나 있던 정신을 내 가족으로 완전하게 돌려보내는 거예요. 마치 국경을 넘는 것처럼. 상투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경계를 명확히 해야 가족은 물론 직장 동료들의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직장인으로서 주말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 아버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무언가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해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너무 무리하지 않아야 하거든요. 어떤 장기 목표를 세워 실행한다고 가족이랑 시간을 같이 못 보내고, 그게 또 일이 되고 부담이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주객전도가 되니까요.

양평-서울의 출퇴근은 어떠세요?
힘들어요. 하지만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정말 괜찮아졌어요.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고, 편도로는 50km 정도 돼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지만 거리가 만만치는 않아요. 하지만 러시아워에 갇히면 소요 시간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고 예측할 수 없어요. 하지만 출퇴근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이곳의 삶을 통해 얻거나 누리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해서 전혀 아깝지 않아요. 출퇴근 때마다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요.

양평은 사람들이 휴일을 보내러 오는 지역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도 항상 가까운 데라도 나들이 가거나 산책을 하려고 해요. 주변에 갈 곳이 많거든요. 서울에서 살 때는 다른 지역으로 가려고 하면 서울을 빠져나가는 데에만 진이 다 빠졌어요. 일단 막히니까. 그에 비해 양평은 다른 데보다 막힘없이 출발할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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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풍경이 평화로워 보여요. 해먹도 있고 텃밭 옆에는 모래 놀이터도 있고요. 주말다운 나른함이 떠오르네요.
마당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이에요. 집 안과 밖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상추는 고기를 싸 먹으려고 키운 거고요. 그 외에는 철마다 토마토랑 딸기도 심어 수확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여름이 되면 밖에서 뛰어놀다가 토마토를 따 먹거든요. 올봄에는 딸기가 열렸는데 애들이 며칠이고 익을 때만 기다리는 거예요. 제가 볼 때엔 아직도 하얀데 그걸 그대로 먹고 그래요. 그런데 직접 키운 거라 그런지 향이 무척 좋고 아직 안 익은 것도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릴 적 길을 걷다가 철쭉이나 진달래 꿀을 먹은 게 생각나요. 여기서는 굉장히 자연스럽네요.
둘째 윤이는 숲이나 텃밭을 다닐 때 괭이밥을 혼자 찾아내서 먹고 그래요. 네잎클로버랑 비슷하게 생긴 풀인데 그걸 찾아서 먹는 거예요. 좀 새콤한 맛이 나거든요. 저도 아이에게 들어서 안 건데, 처음에는 풀 뜯어 먹는 거 보고 ‘뭘 먹는 거지...?’ 하고 놀랐어요.(웃음)

유년 시절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저희 아버지는 다정하고 재미있는 분이세요. 그러고 보면 제가 나무에 대해 아주 문외한은 아닌 것이 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을지로의 목재상에서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나무 종류를 어깨너머로 들어서 기본적으로 목재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생업에 늘 바쁘셨기에 여행을 가거나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자영업을 하시면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셨죠. 지금은 캠핑이 흔하지만 제가 어릴 때는 캠핑 문화가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화물차 적장 뒤에다 텐트를 싣고 여기저기 다니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오토캠핑이죠.(웃음) 캠핑의 원조네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런 기억들이 지금도 나요.

주말에 하는, 집 밖에서의 활동도 궁금해요.
사실 20대까지는 직접 축구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최근에는 주로 관람만 하고 있죠. 축구라는 종목은 단순히 달리고 골을 넣는 이상으로 치밀한 생각과 계획이 필요하거든요. 모든 게 종합적으로 필요한 스포츠라 아이들이 이런 부분을 잘 알길 바랐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보게 됐죠. 기회가 닿을 때 주로 국내 프로 축구 경기나 국가대표팀 경기를 예매하는 편이에요. 평일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으니 주말을 이용하는 편이고요. 인근 용문의 ‘K3리그’나 ‘양평FC’의 홈경기를 관람하곤 해요.

TV 밖에서의 스포츠 관람은 어떻게 다른가요?
현장에서 선수들의 숨소리, 부딪치는 소리 등을 생생하게 듣고 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TV로 볼 때에는 생동감이나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직접 공감하기 힘들거든요. 직접 관람함으로써 아이들이 운동에 대한 재미와 노력의 가치를 느끼고 체험하길 바랐어요. 아이들도 경기장에서 박수 치고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걸 무척 좋아해요.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그때에는 직접 축구와 농구도 같이 하려고 해요.

이번 여름 또 다른 주말 계획이 있나요?
여름이면 수영의 계절이잖아요. 수영장에 미끄럼틀을 연결해서 워터파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것 말고는 캠핑요. 우리 부부는 캠핑 마니아예요. 자연에서 느끼는 여유와 향기, 푸르름이 좋아서 전원주택으로 오기 전부터 상당히 자주 캠핑을 다녔어요. 첫째가 태어나고 백일 기념해서 캠핑을 갈 정도였으니까요. 올여름은 아이들과 캠핑 가서 물놀이도 하고, 곤충채집도 하고, 바닷가에서는 갯벌 체험도 할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