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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가 필요한 순간

  • 2020.05.07
  • Editor. 조서형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개학’으로 일, 육아, 일상이 뒤섞여버렸다. 해야 할 일로 점철된 집 안에서 당신의 뇌는 쉴 틈이 없고, 할 일은 쌓여만 간다. 잠시 멈춤이 필요한 아빠에게 보내는 멍 때리기를 위한 영상 셋.  


어항 속 고요한 세상, 물멍
하루 중 온전히 휴식한 순간이 얼마나 될까? 현대인에게 생산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리기’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집요하게 빈틈을 파고드는 생각은 금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향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집중할 만한 무엇이 필요하다. 물멍. 동글동글한 발음을 입으로 소리 내는 것만으로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관상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멍하니 수조를 바라보는 행위를 ‘물멍’이라고 부른다. 일명 ‘물 생활’이라는 취미에 빠진 사람들이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고양이처럼 수조 앞에 웅크리고 앉는 것이다. 전쟁 같던 일과를 뒤로하고 조명 하나 밝힌 수조 속을 살랑살랑 헤엄치는 물고기를 본다. 그 몸짓을 가만히 들여 다 보는 일이 전부지만 물 멍이 가져다주는 힐링 효과는 상당히 크다. 작은 스푼으로 먹이를 떠 넣으면 오물거리는 물고기의 작은 입이 또 그렇게 귀엽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몸짓이 어찌나 가벼워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경직된 어깨, 등 근육이 느슨하게 풀린다. 

물멍 입문자에게 간접 체험을 도와줄 유튜브 채널 | 초코주부 choco


실내에서 즐기는, 불멍 
저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걸까? 변신 로봇, 공룡, 우주 생명체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아이들의 괴성에 어렵게 몸을 일으킨다. 발을 바닥에 딛는 순간, ‘악!’ 뒤엉켜 있는 장난감을 밟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어지러운 집 안을 보며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내 안의 괴물을 겨우 진정시킨다. 이때는 먼저 집 안 조도를 최대한 낮춘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할수록 쌓이는 것이 당연한 생활의 흔적들, 어지러운 집 안 환경을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해본다. 다음은 캠핑장 모닥불ASMR을 플레이한다. 들뜬 아이들도 잠시 멈춤에 동참할 수 있다. 향초가 있다면 불을 켜는 것도 좋겠다. 심지 끝에서 일렁일렁 흔들리는 불꽃을 멍하니 응시한다. 집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향초 냄새, 타닥타닥 규칙적인 장작 타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불멍을 도울 치트키 | fireplace ASMR


바람과 중력의 움직임, 모빌멍
재택근무가 길어지니 주말에도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업무가 쌓인다. ‘초저녁 육퇴’를 위한 야심 찬 전략을 세워본다. 이 계획을 차질 없이 완료하려면 우선 바깥으로 나서야 한다. 에너자이저 녀석들과 하루 종일 풀숲을 헤집고 달린다. 햇살을 잔뜩 충전한 한나절을 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그림책을 읽어주니 아이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그 옆에서 까무룩 눈을 감았다 뜨니 마무리하려던 업무는 그대로, 주말만 쏙 사라져 버렸다. 늦은 오후 창가에 걸린 모빌을 가만히 바라본다. 동글동글 잘생긴 목재 도형들이 가느다란 금속줄을 타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가만히 그 움직임에 집중한다. 바람과 중력에 의해 움직이는 모빌의 균형감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뒤엉킬 것 같다가도 금세 제자리를 찾는다. 문득 요즘 내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한다. 모빌을 좇다 보니 무거운 짐이 되던 업무의 부담감도, 나를 둘러싼 복잡한 일상도 한층 차분함을 되찾는다.    

연희동 모빌 공방 ‘우들랏’의 인스타그램 영상 | @_woodlot_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31 영업시간 | 13:00 - 19:00 월,화 휴무


Tips for father
예술을 통해 명상의 시간을 경험하는 전시
명상을 좀 더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멍 때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도 한다. 쉼 없이 교차하는 생각의 급류 사이에서 ‘명상’은 우리 마음을 현재로 데려와 살아있는 순간을 느끼도록 돕는다. 회현동 문화 공간 피크닉의 전시 ‘명상 Mindfulness’은 예술을 통한 감각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귀 기울이도록 유도한다. 회화, 영상,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와 국적의 아티스트 아홉 팀이 참여한다.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문의 02-318-3233 
인스타그램 @piknic.kr



  • 2020.05.07
  • Editor. 조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