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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s — Issue 3. 사춘기

중학생이라는 생명체와 대화하는 법

Relating With Your 8th Grader

  • 2017.02.06
  • Editor. 이현송
  • Illustrator. 김지하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청소년이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을 가지는 시기, 바로 ‘사춘기’다.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온다. 부모도 아이도 힘든 사춘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넘겨야 할까.

아빠가 필요해요
사춘기뿐 아니라 아이에게 중요한 존재가 바로 아빠다. 엄마와는 달리 아빠는 ‘decision maker’로 모든 일에 결정권자 역할을 한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의 인간관계는 가족 중심에서 친구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정을 벗어나게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 안에서 맺는 인간관계의 폭도 넓어지고, 또래 친구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진다. 그러면서 사회성이 크게 발달한다. 아빠는 이 시기 아이에게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의 눈이 아빠에서 친구에게로 옮겨갈 뿐, 가정 안에서 아빠의 존재는 새롭게 만난 이방인이 아니다. 아이의 모습이 아빠 눈에 낯설어 보이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빠와 자녀의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는 자랄 뿐, 자기만의 놀이 방식, 살아가는 방식, 표현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중이다. 사춘기라는 숲에서 잠깐 방황하다가 원래 걸어야 했던 길을 찾아서 돌아올 때 아이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심점, 어디서든 올려다보면 현재 나의 위치를 확인해줄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존재가 아빠다. 아이는 단지 티를 내지 않을 뿐, 아빠가 다가오길 원하고 갈구한다. 사춘기 아이에게 기울이는 관심과 애정은 아이를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저를 좀 이해해주세요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 지수가 다르듯 사춘기는 시작하는 시간도 끝나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드러나는 증상도 다르고 깊이나 모양 역시 다양하다. 빠른 아이는 초등학교 5~6학년에 나타나기도 하고, 고등학교 1~2학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는 마음속에 자신만의 방을 만들고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며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 아이 스스로도 이런 변화가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러워한다. 이때 아이에게 사춘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해준다면 아이는 마음속 안정을 찾기도 한다. 내 아이의 사춘기는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부모는 아이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그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 말 안 들을 거야!” 하고 선언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변화의 사인을 보냈지만 부모가 놓쳤을 뿐이다. 대화를 거부한다면 아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아이가 특정 주제만 피하는 건지, 대화 상대를 피하는지, 어떤 주제든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침묵하는지, 혹은 그 침묵이 반항의 침묵인지 무기력에서 오는 침묵인지 살펴봐야 한다.
모든 아이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더욱이 자기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고, 자기를 이해하고 도움이 되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와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대화를 시도한 당사자가 때에 맞는 말을 하지 못했거나, 아이를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대화를 시도했다가 아이 마음을 닫게 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초보 아빠를 위한 사춘기 매뉴얼

1. 긍정적 말이 중요해요
사춘기는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전까지는 부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듣고 해석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 말이라고 다 맞는 것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의 낯선 모습이 부모에겐 반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사춘기 아이가 자기 정체성을 올바르게 긍정적으로 세워갈 수 있도록 아이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반복해서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2. 같이 운동해요
사춘기가 되면 아이는 자신의 신체에 관심이 생기면서 외모의 변화를 다양하게 시도한다. 이때 부모는 건강한 신체, 튼튼한 체력을 지닐 수 있도록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하루에 1시간씩 땀 흘리며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건전한 정신을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가 먼저이기 때문. 아이가 혼자 자유롭게 운동하는 것도 좋지만, 아빠와 함께 하는 운동이 둘 사이 친밀감 형성에도 좋다. 중학생 때 형성된 아빠와의 친밀감은 성인이 된 뒤에도 평생 유지될 만큼 강력하다.

3. 잘못할 땐 이렇게
아이는 몸과 마음이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어른이므로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을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존심이나 시간, 물질 등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만약 내 아이가 누군가를 때려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피해 보상을 하고 잘못을 사과하는 데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단계를 거친 후에 가정 안에서 아이를 어떻게 훈육할 것인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이러지 말아주세요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부모의 말을 한층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의도는 그렇지 않지만 아이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인지 월간 청소년 잡지 〈십대들의 쪽지〉의 발행인이자 청소년 전문 상담가이자 〈사춘기 대화법〉의 저자이기도 한 강금주에게 자문을 구했다.


- 1 -

“이번 시험은 몇 점을 받았니?”
“70점요. 실수를 좀 많이 했어요.”
“다음부턴 덤벙대지 말고 시험지를 다시 한 번 꼼꼼히 봐. 그럼 너도 ○○처럼 점수받을 수 있을 거야.”

문제점
아이의 점수가 덤벙대서 생긴 실수인지, 준비 부족으로 생긴 것인지 확인하기 전에 미리 판단해서 섣불리 단정 지어버리는 건 위험하다. 또 ‘너도 누구처럼’같이 비교 대상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는 70점의 점수와 함께 자기는 그 대상만큼 공부를 못하면서 침착하지도 못한 아이라는 열등감을 갖게 된다.

올바른 대화법
“이번엔 70점이지만 더 노력하면 네가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야.”

- 2 -

“숙제는 언제 하려고? 숙제 많다며. 또 늦게 자려고?”
“곧 할 거야.”
“아까부터 한다며?”
“이것만 다 보고 할게요.”
“너 자꾸 그러면 아빠(엄마) 힘들어.”

문제점
막연한 말로 아이를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숙제 먼저 하고 잠은 자야 할 시간에 자”, “너 자꾸 그러면 아빠 힘들어” 같은 말은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부모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아이는 오히려 숙제도 내가 하고 잠도 내가 못 자는데 왜 부모가 힘든지 이해하지 못한다. 해야 할 일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올바른 대화법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보기 전에 숙제를 먼저 끝내고, 잠은 늘 제 시간에 자야 해.”

- 3 -

“손에 왜 밴드 붙였어? 어디 다쳤어?”
“학교에서 조별로 같이 뭐 만들다가 살짝 긁혔어요.”
“어휴, 조심 좀 하지. 덤벙대다가 그럴 줄 알았어.”

문제점
아이 상황을 직접 보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조심성이 없다고 판단해 “덤벙대다가”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 역시 판단하는 말이다. ‘평소의 너를 보건대 넌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정도의 사고를 겪을 만해’라는 판단과 비판의 말이다. 아이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평소 생각만 그대로 쏟아내는 건 아이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

올바른 대화법
“저런 놀랐겠다! 많이 아프지는 않고? 다른 데 다친 데는 없어? 다시 약 안 발라도 돼? 그만하기 다행이다.”

- 4 -

“오늘 학교에서 ○○가 나보고 돼지라고 놀렸어요.”
“○○가? 그래서 싸웠어?”
“아니요, 너무 짜증 나서 울었어요.”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 되지, 울긴 왜 울어.”

문제점
아이가 당한 창피함이나 울음을 터뜨린 감정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는 말이다. 이런 대화에선 부모가 놀림받은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니까 나중에 ○○가 널 다시 놀리면 ‘나에겐 네가 박보검으로 보이는데’라고 말해줘” 하고 가르쳐주자.

올바른 대화법
“그래, ○○가 잘못했다. 사람을 그렇게 놀리는 것은 나쁜 일인데, 그치?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쁘고 울고 싶을 거야. 괜찮아. 그래도 넌 아빠한테 정말 예쁜 아이란다.”

- 5 -

“아빠, ‘감언이설’이 무슨 뜻이에요?”
“감언이설? 중학생인데 아직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해. 가서 책 찾아봐.”

문제점
질문하는 아이를 부끄럽게 만든 경우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은 것이 정상이다. 수많은 질문에 대답하기 귀찮아하거나,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대답은 피한다. 이런 식의 무시와 구박은 다음부터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을 심어주고, 아이 마음까지 닫게 만드는 행위다.

올바른 대화법
“이러이러한 뜻인데 어디서 그런 어려운 단어를 찾았어? 요즘은 한자 성어를 잘 안 써서 좀 낯설지? 또 궁금한 게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아빠한테 다 물어봐.”

- 6 -

“아빠, 나 오늘 축구하다가 넘어졌는데 무릎 까졌어.”
“많이 다쳤니? 어디 보자.”
“(무릎을 보여주며) 뒤에서 ○○가 밀어서 넘어졌어.”
“에이, 별거 아니네. 가서 약 바르고 밴드 붙여.”

문제점
아이가 상처를 보여줄 때는 자기 상처를 인정해주고 아픔을 공감해달라는 표시다. 부모 눈에 별거 아닌 것도 아이는 축구장에서 넘어지면서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집에 와서 부모에게 그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기대도 있을 것.

올바른 대화법
“축구를 하다 보면 공에 정신이 팔려서 일부러 밀려고 하는 게 아닌데 밀치기도 해. ○○이도 일부러 민 것은 아닐 거야. 많이 아프겠네. 아빠(엄마)가 약 바르고 밴드 붙여줄게. 너무 걱정하지 마.”

강금주

월간 청소년 잡지 〈십대들의 쪽지〉의 발행인이자 청소년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청소년 전문 상담가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 사춘기 관련한 칼럼을 기고했으며,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유익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스트레스를 날려줘!〉, 〈사춘기 대화법〉, 〈왜 안 되지?〉 등이 있다.
  • 2017.02.06
  • Editor. 이현송
  • Illustrator.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