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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s — Issue 18. 오늘의 패션

무심함과 스타일 사이

BETWEEN INDIFFERENCE AND STYLE

  • 2020.11.09
  • Editor. 김지홍
  • Photographer. 이주연

빈티지 안경 프레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드 ‘프레임 몬타나’의 최영훈 대표를 만났다. 화이트 셔츠에 치노 팬츠와 스니커즈 그리고 손으로 자유롭게 쓸어 넘긴 헤어스타일까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멋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빈티지 테니스 패션을 즐겨 입고 과감한 컬러와 프린트의 믹스 매치도 주저하지 않는 그에게 패션은 풍요로운 시대에 대한 향수다. 멋의 황금기를 직접 겪은 세대가 전하는, 우리가 패션을 소비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씩 이름을 듣곤 해요. ‘프레임 몬타나’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1900년대 초·중반 프랑스와 미국에서 생산한 안경 프레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되살리고자 하는 안경 브랜드예요.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클래식한 멋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죠.

1950년대 미국, 프랑스에서 생산한 빈티지 안경을 수집한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1950년대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음악, 자동차, 신발, 건축 등 예술뿐 아니라 물건에도 기본 틀이 완성된 시대가 있어요. 자동차의 아름다운 기본 골격이 만들어진 시기가 있는 것처럼요. 그 기본 틀을 생성한 후에 비로소 응용을 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파생될 수 있는 거죠. 안경의 베이식한 멋을 정립한 시점이 제 생각에는 1950년대인 것 같아요.

취미로 즐기던 일을 제2의 직업으로 삼은 성공한 ‘덕후’로 알고 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 배경이 궁금해요.
취미를 업으로 삼는 건 모든 사람의 로망이죠. 남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어떻게든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직업을 찾고 싶었어요. 그중 가장 관심이 많은 게 패션이었고, 패션과 관련한 수많은 아이템 중 안경에서 가능성을 찾은 거죠. 사실 저는 안경만 즐기는 건 아니었어요. 옷, 바지, 신발, 셔츠, 안경, 시계 등등 패션과 관련한 모든 것을 좋아했어요. 처음에 제가 인터넷상에서 알려진 것 역시 옷 스타일이었지 안경이 아니었거든요. 패션의 큰 범주 안에서 보면 안경은 상당히 일부분이잖아요.

인터넷상에서 알려진 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네요.
그렇죠.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는 데에는 큰 벽이 있어요. 물건을 잘 만들어도 마케팅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고, 마케팅을 아무리 잘해도 물건이 별로면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니까요. 이 두 가지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해요. 저의 경우 인터넷에서 쌓아온 인지도와 신뢰가 큰 힘이 됐죠. 처음부터 혼자서 모든 걸 다 갖고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그로 인해 뻗어나가는 여러 가지 비즈니스 가치 사슬을 봐야 해요.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준비해나가다 보면 인프라가 만들어져요. 종종 젊은 분들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방법에 대해 많이 물어보세요. 저는 사업을 47세에 시작했어요. 저에 비하면 20~30대는 준비할 시간이 많죠. 원론적 이야기지만 중요한 건 콘텐츠, 본질이에요. 어떤 일이든 본질 자체를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려워요. 하지만 본질이 훌륭하다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죠.

안경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수집하는 다른 물건도 있나요? 일단 쇼룸에 수많은 빈티지 운동화가 눈에 들어오네요.(웃음)
뭘 좋아하면 자꾸 모으는 성향이 있어요. 일종의 낭비벽이죠.(웃음) 지금은 다 팔았지만 예전에는 시계도 모았고 옷 역시 열심히 샀어요. 하지만 옷이라는 속성이 가치가 있어서 남겨두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결국 처분하게 되더라고요. 잔뜩 구입하다가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남겨둔 거예요. 수집이라기보다는 뭔가를 계속 소비하는 행위를 좋아한 것 같아요.

열심히 사 모은 물건 중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 있나요?
사는 건 좋아하는데 특별히 애장하고 아끼는 건 별로 없어요. 나이 들수록 물건에 대한 집착이 점점 떨어지더라고요. 물욕에 허우적대는 시간이 줄다 보니 컬렉션 자체에 의미가 없는 것은 모두 처분하고 이제 없어요. 한때 소유욕이 강하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많이 갖고 싶던 시절에는 ‘내가 좀 더 모으면 꽤 큰 컬렉션이 되겠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샀죠. 안경, 신발도 그렇게 수집하게 된 거고요. 좋은 물건을 많이 접하다 보면 안목도 넓어지고, 취향도 생기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도 생겨요. 자칫 잘못하면 그냥 돈 낭비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취미를 직업으로 삼게 되면서 투자 대비 효과는 있었죠.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가족의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정확히 얘기하면 반반인 거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돈 낭비하고 불필요한 것을 사는 것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분들이시거든요. 반면 아버지께서 취향이 확실하고 미적 감각이 있으세요. 미술 쪽에도 관심이 있으시고요. 그런 기질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하지만 뭔가를 계속 사는 건 어디서 영향을 받은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형님도 안 그랬고 제 아들도 안 그래요. 저만 그래요. 그런데 살아보니까 집안의 부모님만 닮는 게 아니더라고요. 작은아버지 쪽에 저처럼 소비를 좋아하는 분이 계셨다고 해요. 집안에 망둥이 하나가 있다면 그 주변도 봐야 해요. 피는 정말 거짓말을 못 하니까요. (웃음)

인스타그램을 보면 아들 역시 아버지의 패션 감각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영향을 받은 것 같긴 해요. 감각은 있어요. 그런데 저처럼 물욕이 있지는 않아요. 저는 근검절약하는 집안에서 자랐어요. 그러다 보니 소비에 대한 욕구불만이 컸던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한을 푼 거죠. 하지만 제 아들은 갖고 싶은 걸 웬만하면 다 사주니까 욕심이 없는 것 같거든요. “사줄까?” 하면 오히려 돈 아끼라며 부모를 생각해요.

멋진 아들이네요. 아빠가 멋쟁이면 아들과 공유하는 취향이나 취미도 많을 텐데요.
운동 얘기를 많이 해요. 얼마 전에는 마이클 조던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도 함께 봤어요. 하지만 세대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운동이든 음악이든 같은 걸 좋아해도 취향이 다르거든요. 부모 자식 간의 갭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에 관해 아빠로서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과유불급’이라고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줘서 고맙다. 남들 다 하듯이 박새로이 머리 따라 하지 말고, 검은색 트레이닝복 안 입었으면 좋겠다. 아직 고등학생이라 네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개성이 있으면 좋겠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아, 문신하는 건 싫고 유행하는 걸 천편일률적으로 따라가는 코리안 스타일은 더 싫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요?(웃음)
아빠가 보수적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잊지 마라.(웃음)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8만 명이 넘어요. 팔로어가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세대한테 스타일 공감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 정신에 충실했어요. 처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제가 입는 클래식 패션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글이 좋아서, 패션이 좋아서, 신발이 좋아서 등 방문 이유가 다양해요. 어떻게 보면 제 인스타그램은 라이프스타일로 커온 것 같아요. 패션·신발·안경 같은 정보와 볼거리, 생각거리, 읽을거리에 재미있는 요소가 있어서 차츰 늘어났다고 봐요.

인스타그램에서 1980년대 빈티지 테니스 패션을 연출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테니스 의복 사전에서 튀어나온 듯한 옷차림이 생소하면서도 멋졌어요.
빈티지 테니스 패션의 팬이에요.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좋아했고 그 당시 테니스 선수들을 보면서 자랐어요. 경험해보고 좋아하는 건 흉내 내는 것과는 확실히 달라요. 마이클 조던이 훌륭했던 걸 유튜브로 보고 아는 것과 그의 전성기 시절 경기를 직접 보고 체험해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거예요. 빈티지 테니스 패션이 젊은 사람들이 봤을 때는 생소하고 웃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제 세대는 알 거예요. 일종의 향수 같은 거죠. 직접 겪어봤으니까 더 그립고 해보고 싶은 거예요.

운동복뿐 아니라 평소 입는 스타일을 보면 도전적인 패션도 즐기는 거 같아요. 위트 있게 입고 싶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스타일링 팁을 줄 수 있나요?
멋을 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어요. 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 허리 사이즈를 32인치 이하로 줄이면 좋겠어요. 그러면 모든 스타일은 따라와요. 날씬한 몸에서 멋이 출발하는 건 지론이에요. 운동을 해야 해요.

패션의 완성은 역시 몸매군요. 자연스러운 패션을 선호하는 3040 세대를 위해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일명 ‘꾸안꾸’ 스타일링 팁을 준다면요?
옷 입는 테크닉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흰 셔츠를 입을 때도 단추 하나 정도는 더 풀었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화이트 셔츠나 티셔츠도 어떻게 연출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스타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베이식한 팬츠에 컬러풀한 운동화도 추천해요. 색감 있는 운동화는 단조로운 의상에 포인트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특히 나이 40이 넘어갈수록 좀 더 색에 용기를 내서 입는 게 더 예뻐 보여요. 트로트 가수처럼 화려해지라는 얘기가 아니라 옷 입는 방식에 좀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제는 그렇게 입어도 생각보다 튀지 않거든요. 꾸미지 않은 듯한 모습에 집착하기보다는 옷에 대한 자신감 있는 애티튜드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옷을 잘 입기 위해 이것만큼은 피했으면 하는 것도 있나요?
제발 아내 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가족적인 잡지에 반가족적인 말을 하는 거 같아 미안하지만, 자유롭게 쇼핑하는 걸 막는 아내가 너무 많아요. 남편을 멋있게 해주려는 사람도 있고, 남편이 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내 생각에는 후자가 3분의 2 이상인 것 같아요.

감각이 있으면 걱정 없겠지만, 패션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아내의 의견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견을 구하는 건 좋은데, 그걸 절대시하는 게 문제죠. 그러다 보면 무난하고 평범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든요. 스타일 독립을 선언하면 좋겠어요. 입는 것, 사는 것, 심지어 멋 내는 것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남자가 생각보다 너무 많아요.

맞아요. 하지만 좋은 소재에 스타일리시한 제품으로 멋을 내보려 해도 대부분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큰돈 들이지 않고도 멋진 스타일을 연출하는 게 가능할까요?
돈을 좀 써야 해요. 절대적인 금액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적인 금액을 말하는 거예요. 뉴욕, 런던, 파리, 도쿄를 다 봐도 GNP 대비 이렇게 남자들이 자신을 꾸미는 데 돈을 안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밖에서 삼겹살 먹는 걸 좀 아끼고, 그 돈으로 자신을 가꾸다 보면 안목도 생기고 스타일도 찾을 수 있어요. 그래야 우리나라에서도 멘즈 숍이나 남성 잡지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거고요. 그러다 보면 남자들이 좋은 패션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큰돈 들이지 않고도 스스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스킬도 생기겠죠.

패션을 즐기고 이해하는 게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세 가지 의미가 있죠. 사람에 대한 평가 혹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복장이에요. 물론 내면도 중요하지만 그건 시간이 걸리잖아요. 첫인상에서 옷차림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두 번째는 옷을 잘 입고 다니면 사람들의 대접이 달라져요. 특히 외국 같은 경우 잘 차려입으면 레스토랑이나 상점 어디를 가든 당신에게 친절할 거예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한 만큼 대접받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세 번째는 이성 간의 호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데이트할 때 애인이 멋지고 예쁘게 입고 나오면 기분이 좋잖아요. 꼭 젊은 남녀가 아니더라도 단정하고 깨끗하게 입은 70대 할머니를 떠올려보세요. 좋은 소재의 블레이저를 소화한 할아버지,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 2020.11.09
  • Editor. 김지홍
  • Photographer.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