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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s — Issue 16. 필환경 생활

오션카인드

Oceankind

  • 2020.05.08
  • Editor. 이자연
  • Photographer. 이주연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하는 마음은 어디서 비롯하는 걸까? 오션카인드라는 이름으로 바다 보호 활동을 벌이는 김용규·문수정 부부와 함께 텅 빈 2월의 강릉 바다로 향했다.








“자연을 파괴하려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의 생활 방식 모든 부분이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을 뿐이죠. 이제는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예요.”
































“관광지가 아닌 바다는 쓰레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요. 바다 내음, 부드러운 모래를 느끼며 해변을 맨발로 뛰어노는 일을 모두가 오래 경험할 수 있길 바라요.”
















“바닷속에서 해파리를 만나면 물릴까 봐 피하곤 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비닐봉지인 경우가 허다해요.
우리 눈에도 이게 해파리처럼 보이는데, 거북이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작년 5월에 개체 수 회복을 위해 멸종 위기 동물인 붉은바다거북을 제주 앞바다에 방류했어요.
그런데 위치 추적기를 확인해보니까 부산 연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11일 만에 폐사했다는 게 밝혀졌는데,
부검을 해보니 몸속에 쓰레기 255조각이 발견됐다고 해요.”









“바다는 인간이 즐기고 향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잖아요. 바닷속에는 아직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아주 많아요.”
















“강릉 경포 해변에서 하루 동안 주운 플라스틱 탄피가 2500개에 달했어요.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놀이 탄피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지요!”













바다 쓰레기를 기록하는 이유


김용규 / 오션카인드 운영 / 41세
문수정 / 오션카인드 디자이너 / 37세

원래는 서울에서 동해를 오가며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강릉에 와서 ‘오션카인드’를 시작하게 됐나요?
서울에서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하면서 해양 실습차 동해에 자주 갔어요. 강릉은 도심도 있고 바다도 가까워서 여기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다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 보낼수록 바다가 점점 더 좋아졌어요. 바다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서 아내와 함께 강릉에 왔지요. 좋아하는 대상이 생기면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그렇게 오션카인드를 시작한 거예요. 저희가 바다를 아끼고 지켜내려는 마음을 비즈니스로 연결해서 풀어내는데, 사진 전시와 강연을 주로 하고 있어요. 바다 보호 메시지가 담긴 제품을 제작하기도 하고요. 또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해요.

풍경으로 보는 바다와 직접 물속에 들어가서 경험하는 바다는 다를 것 같아요.
바다 생물들과 경계 없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긴 시간 바닷속을 유영하다 보면 바다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져요. 가끔 물고기의 눈과 마주칠 때면 바다를 통해 우리가 교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물속에서는 물 밖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을 직접 목격하게 되잖아요. 요구르트 통 안에 사는 문어나 비닐장갑 손가락 부분에 갇힌 물고기를 본 적도 있죠. 이 아름다운 바다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게 두고 싶지 않았어요.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오션카인드의 의미가 궁금해요.
영단어 Mankind는 ‘인류’를 의미하잖아요. 문득 이 단어처럼 바다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해양 생물을 가리키는 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을 마치 인간처럼 존중하는 단어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그때 ‘오션카인드’라는 단어를 떠올렸죠. 오션카인드는 바다 없이는 살 수 없는 모든 생명을 가리키는 말로 정의했어요. 물론 사람도 그 안에 포함하고요. 그래서 두 다리로 서 있는 듯한 물고기 모양으로 로고를 만들었어요. 인간과 물고기는 바다 없이 살 수 없고, 바다 앞에 모두 동등한 생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니까요.

해변을 산책하면서 모은 해양 쓰레기를 기록하는 해변을 보다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쓰레기를 주워서 휴지통에 버리거나 분리배출을 하고 말았는데, 쓰레기를 주우면 주울 수록 이 다양하고 말도 안 되는 쓰레기들의 출처가 궁금해졌어요.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쓰는 일상 용품이 모두 바다로 모이더라고요.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떠내려온 건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모된 플라스틱, 놀라울 만큼 먼 나라로부터 온 병뚜껑, 아파트 단지에서 흘러 들어왔을 법한 생활용품.... 지금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결국 어디로 가는 건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강릉 지역 주변 바다를 돌며 수거한 쓰레기를 돗자리 위에 올려놓고 수를 세고, 날짜와 장소를 표기해 기록하면서 지금의 프로젝트 형태가 되었어요. 이 작업을 하면 막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시각적으로 인식되면서 해양 쓰레기의 현실을 더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겠더라고요. 해양 쓰레기 문제는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이 굉장히 필요해요. 게시물을 SNS에 올리면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져요. “바다에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 “그게 왜 거기 있는 거야?” 지금 내가 쓰는 물건들이 이곳에 다 있거든요. 쓰레기를 기록하고 또 그 출처를 따라가다 보면 해변에서 버려진 쓰레기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바다 쓰레기의 출처는 모두 도시로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결국 바다로 모이니까요.

쓰레기를 줍는 강릉 비치클린업행사를 진행하기도 해요.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해변에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거예요. 바쁜 일상 속에서 차마 신경 쓰지 못한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그간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거죠. 이제는 바다에 가면 쓰레기만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바다를 수호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절대 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요?
일회용 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든 안 쓰려고 해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도 꼭 콘으로 먹고, 피자 먹을 때에도 콜라는 먹지 않아요. 만약 음료를 마셔야 한다면 페트가 아닌 캔으로 먹어요. 페트병의 수거율은 80%인 데 비해 재활용률은 45%로 절반에도 못 미치거든요. 사실상 일회용품인 거죠. 그에 비해 알루미늄 캔 재활용률은 약 68%에 달해요.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치워도 금세 원래대로 돌아오는 바다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아요.
물론 둘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완벽하게 치우지는 못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할 뿐이죠.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째인데 일주일이면 금세 돌아오는 해변 쓰레기를 보면 종종 허무함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반대로 더욱 의지를 다지며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기도 해요. 그렇게 시작한 게 ‘강릉 비치클린업’ 행사예요. 더 많은 사람과 ‘해변을 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데, 많은 참가자가 함께 할수록 더 많은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어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 때 뿌듯함이 커져서 희망을 보는 것 같아요.

앞으로 오션카인드는 어떤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가요?
사람들이 지금보다 바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바다에서 벌어지는 부정적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겠지만, 여전히 바다는 참 아름답거든요. 이 양가적인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겨우내 멈춘 ‘강릉 비치클린업’도 4월부터 다시 진행하려고 해요. 우리 모두가 얼마나 바다를 사랑하고 있는지, 바다도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 모두가 깨닫길 바라요.

  • 2020.05.08
  • Editor. 이자연
  • Photographer.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