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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s — Issue 13. 주말의 발견

작은 주말 전통 만들기 Part-2

Our Own Small Tradition2

  • 2019.07.02
  • Editor. Bold Journal
  • Illustrator. 강다솔

자기다운 방식으로 주말 전통을 만들어나가는 아버지들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 아버지들이 일러준 정규적인 가족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 소소하지만 빛나는 놀이법, 생활 속 작은 규칙까지.... 〈볼드저널〉이 수집한 40개의 주말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보물로 만드는 지혜를 나눠봅니다.

21. 애니메이션 속 음식 만들기

김우병, 41
은행원 | 원칙주의형, 현실주의형
좌우명 | ‘잠은 죽어서’
체력 소모 | 100% 소요 시간 | 3시간
효과 | 사랑과 관심

나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음식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아기 공룡 둘리〉에 나오는 비눗방울빵이나 〈빨간 머리 앤〉의 다과들, 〈카드캡터 체리〉의 풍성한 도시락, 〈그랑죠〉의 당근케이크는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렇게 총각 시절부터 애니메이션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왔는데, 우리 딸도 자꾸만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짱구는 못말려〉를 보고 불고기전골이 먹고 싶다거나, 〈도라에몽〉의 단팥빵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신비 아파트〉에 등장한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졸라댔다. 블로그 레시피가 최선일 때가 많아 열악하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플레이팅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과연 이 노동을 언제 멈출 수 있을까?

Tips
따라 하기 쉬운 건 베이커리류다. 가끔 〈원피스〉 같은 만화를 보고 뜯어 먹는 고기를 달라고도 하는데, 그럴 땐 이 한마디면 된다. “저건 만화야.”

22. 크리스마스 공연

이보현, 31
카페 운영 | 내향형, 이상적 사고형
좌우명 | ‘우리 모두 매일이 성탄절만 같기를’
체력 소모 | 100% 소요 시간 | 3분
효과 | 자신감 향상, 유치원 발표회가 두렵지 않음

크리스마스 주말에는 아내의 큰집에서 파티가 열린다. 모든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근황을 묻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집집마다 준비한 공연을 이어가는데 이게 아주 별미다. 누군가는 마술, 또 누군가는 크리스마스캐럴 아카펠라, 또 누군가는 팬터마임 같은 걸 연기하는데, 모두 하기 싫어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다. 특히 사위 군단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기막힌 관람 포인트가 된다. 그래도 꾸준히 5년 이상 지속해온 행사라 적당히 적응하고 행복해하고 있다. 아이들이 좀 큰 이후로 우리 집 차례 때는 아이들을 전격적으로 앞으로 내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루돌프와 산타 옷을 입고 율동을 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휴, 여보 다행이다. 그치?

Tips
아이들에게 율동을 가르치는 데는 유튜브 영상이 가장 효과적. 특히 ‘핑크퐁’ 채널에는 공연에 적합한 쉽고 재미난 안무가 많다.

23. 보물찾기

김예찬, 38
아트 디렉터 | 탐색형, 직관형
좌우명 | ‘흐르는 강물처럼’
체력 소모 | 30% 소요 시간 | 1시간
효과 | 예술 활동, 재미, 스토리텔링, 공간 인지력 향상

우리 집은 주말이면 보물섬으로 변한다. 먼저 지도를 그린다. 집 도면 위에 각 방과 가전제품, 가구를 그려 넣어 방향이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음은 아이들과 함께 보물을 만든다. 두꺼운 스케치북에 다이아몬드나 보물 상자 모양의 그림을 그리고 오린다. 그런 다음 보물을 숨기고 그 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한다. 이제 보물찾기를 할 준비를 마쳤다. 지도를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는 아이들은 명탐정 코난이 된다. 이때 아빠가 갖춰야 할 덕목은 단 한 가지, 잘 숨기는 기술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숨기는 장소를 선택해야 하지만, 너무 쉽게 발견하면 몇 번의 보물찾기를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재치를 발휘해 의외의 장소를 찾아내는 실험 정신이 필요하다.

Tips
보물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아이들과 함께 보물을 만들어보는 활동으로 시작하자.

24. 신체 놀이

최정혁, 34
전자제품 AS 수리 기사 | 외향형, 직관형
좌우명 | ‘안 될 때에는 빠르게 포기하는 게 이득이다’
체력 소모 | 100% 소요 시간 | 30분
효과 | 신체 접촉, 공격성 완화, 즐거움

아빠의 과격한 놀이가 아이의 공격성을 낮추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놀이 이전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이 놀이는 모두가 합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숙지시켜야 한다. 송일국 씨가 삼둥이와 하는 베개 놀이를 보고 차용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내가 베개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돌면, 아이들이 그 베개를 뜨거운 감자라 생각하고 뛰어넘는다. 만일 뛰어넘지 못하거나 넘어지면 그대로 탈락인데, 넘어지거나 베개에 부딪쳐도 아이들은 울지 않고 깔깔 웃는다. 더 과격하게 놀기 위해 폭신한 바닥 매트를 깐다. 나의 베개를 들고 도는 속도는 아이들에게 맞춘다. 가끔은 레슬링을 하기도 하는데, 가장 먼저 방전되는 것은 바로 나다. 신체 놀이를 통해 내가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Tips
아빠와의 과격한 신체 놀이는 아이의 신체 발달과 감정 조절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25. 둘레길 걷기

이화종, 42
인터넷 서점 직원 / 계획형, 신중형
좌우명 | ‘밖으로 나가자! 자연이 우리를 기다린다!’
체력 소모 | 75% 소요 시간 | 4~5시간
효과 | 체력 향상, 일상 공유, 역사 공부

우린 주말마다 산을 넘고 강을 따라 길을 걷는다. 나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절친은 누구인지, 혹 맘에 안 드는 친구가 있진 않은지 시답잖은 질문으로 아들을 귀찮게 한다. 이에 아들도 질세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 연발 질문으로 맞선다. 서울 둘레길을 걷다 만나는 역사 문화 유적지 앞에선 내가 가진 얕은 지식을 총동원해 아들의 거침없는 질문 공격을 방어해야만 한다.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을 지나 우린 157km의 대장정을 완주했다. 물 한 모금 아껴가며 나눠 마신 무더운 여름날, 매서운 칼바람 맞으며 한강 다리를 건너던 그날들은 평생 우리만의 안줏거리가 되겠지.

“준아, 오늘도 수고했어!”

Tips
서울 둘레길은 총 8개 코스, 21 개 구간으로 이루어졌다. 스탬프 북에 28개 도장을 찍어야 완주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도 좋지만 비가 오는 날 비옷을 입고 함께 걷는 것도 참 좋다. 산길이 많은 둘레길 코스는 밑창이 두껍고 단단한 등산화를 신고, 등산용 아웃도어를 입는 것이 안전하다.

26. 아이스하키

장성택, 44
디지털 마케터 | 신중형, 외향형
좌우명 | ‘꿈을 키우는 것은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체력 소모 | 95% 소요 시간 | 이틀
효과 | 유대감과 자긍심·인내심 강화, 목표 의식 고취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어요” 하는 말에 ‘하키대디’의 서막이 열렸다. 초1때 일찌감치 본인의 진로를 정하고 꿈을 키우는 딸과 함께 아이스링크를 찾아다니는 것이 내 주말 일과의 전부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부모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 평일 2회, 주말 5회 대관이 되는 서울과 경기 전 링크장을 찾아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토요일 오전 9시쯤 집을 나서면 밤11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차디찬 링크장에서 사계절 내내 롱 패딩을 싸 가지고 다니며 아이의 수업을 지켜보는 마음. 아이의 실력에 따라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멘털을 붙잡아야만 한다. 주말은 고려대, 광운대, 광화문 링크장을 돌며 2타임 혹은 3타임 1시간 30분씩 정규팀 레슨과 운동을 병행한다. 이동 시간 틈틈이 차 안에서 숙제를 하고 가끔 링크장 근교 공원과 대학 캠퍼스 등에서 산책을 즐긴다. 아이의 꿈을 이루는 날까지 하키대디의 일상은 계속되겠지만, 커다란 아이스하키 장비를 입고 얼음판을 뒤뚱뒤뚱 걷던 짱쮸의 초1 때 모습을 떠올리며 주말을 견딘다.

Tips
아이스하키는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실내 스포츠로서 아이들에게 체력과 팀워크를 길러주는 최고의 스포츠다. 운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은 아이, 밥 안 먹는 아이라면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은 링크장 환경은 감기 잘 걸리는 아이, 비염 있는 아이에게도 좋다. 비용은 취미로 시킨다면 학원 한 곳 보내는 정도니 별 부담이 없다.

27. 가족 골프

신동주, 47
회사원 | 계획형, 자기주장형
좌우명 | ‘일일신우일신(새롭게 또 새롭게)’
체력 소모 | 100% 소요 시간 | 3시간
효과 | 집중력 향상, 성취감 경험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술을 마시는 데 소질이 없다. 그렇다고 그럴싸한 취미도 ‘없었다’. 10년 전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얻어먹으려고, 휴대폰 게임을 마음껏 하기 위해 골프 연습장을 따라다니던 아이들을 보며 문득 가족이 나의 골프 동반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골프 실력이 엇비슷해질 무렵엔 가족 골프 대회를 여는 거다. 얼마나 멋진가! 모자란 실력으로 가르치려니 인내심의 끈을 붙잡고 버텨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버텨가면서 아들은 제법 아빠를 위협(?)하는 실력자가 되어주었다. 이제야 가족 골프의 재미를 보려나 싶은 찰나, 아들이 사춘기를 맞았다. 다시 인고의 시간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딸을 데리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Tips
아이의 골프 장비는 주니어 클럽보다는 여성용을 사용하다가 성인용으로 바꾸는 것이 경제적이다. 골프에 입문하는 아이의 연령은 스포츠 룰을 이해하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열 살 정도가 좋다.

28. 일회용품 사용 점검하기

김현우, 41
환경 단체 사무원 | 내향형, 신중형
좌우명 | ‘가장 정직한 숫자는 0이다’
체력 소모 | 40% 소요 시간 | 15분
효과 | 환경보호, 사회성 향상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우리 집 규칙이다.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아이들이 낙서한 종이도 모두 이면지로 활용한다. 장을 볼 때는 장바구니를 반드시 챙겨 비닐봉지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모여서 이 같은 규칙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 양이 적을 때에는 만세나 헹가래를 해주는 우리만의 즐거운 행사다. 평소에는 의식적으로 동물 보호나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말하는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인간의 삶과 이것이 얼마나 밀접한지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자연을 찾아 떠나는 주말여행도 좋지만,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작은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본다.

Tips
아이가 분리수거에 참여하고 이런 과정을 이해하면 의식 없이 사용하고 버리는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불필요한 소비, 과대 포장을 줄이는 것도 환경보호의 한 방법임을 알려주자.

29. 레고 조각 찾기

권영민, 39
철학연구자 | 직관형, 이성적 사고형
좌우명 | ‘삶은 좌우명으로 좌우되지 않음을 좌우명으로 산다’
체력 소모 | 90% 소요 시간 | 10시간
효과 | 대화량 증가, 조립하면서 좋아하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

아이는 조립하는 건 좋아하지만, ‘레고 조각 찾기’ 는 좋아하지 않는다. 설명서대로 필요한 조각을 찾아주고 아이가 조립하는 것을 보고, 또 찾아주고 조립하는 과정을 10시간 가까이하면 일요일 저녁이 된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흘러도 시간의 의미는 다르다. 내겐 지루하지만, 아이는 지칠 줄 모르는 시간. 조각 찾기에 실수라도 있어 타박을 들으면 지루함은 욱함으로, 피곤함은 속상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아이가 등교하고 나면 그제야 레고 조립에 아직은 아빠가 필요하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흥얼댈 수 있는 노래와 이야기가 있어 좋다는 생각도 비로소 든다. 월요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깨달음 덕에 결국 감사하게 된다.

Tips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활동. 레고 테크닉 시리즈의 경우 짧게는 6시간, 길게는 30시간이 지속될 수 있다. 베개용 안마기를 지참하길 추천함.

31. 슬라임 만들기

박찬우, 37
그래픽 디자이너 | 외향형, 이성적 사고형
좌우명 |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과 돈, 낮잠이다’
체력 소모 | 99% 소요 시간 | 1시간
효과 | 실험 정신과 적극성 향상, 즐거움

초딩 사이에서 뜨거운 열풍인 슬라임. 우리 시절로 말하자면 ‘만득이’ 같은 놀이인데, 유튜브로만 보다 직접 만들어보니 나도 모르게 흠뻑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염기성 화학품과 유해 물질 때문에 슬라임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들을 위해 슬라임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주말이 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샴푸! 큰 대야에 식용색소와 샴푸를 붓고, 옥수수 전분을 넣어 잘 섞이도록 주걱으로 젓는다. 따뜻한 물을 한 숟가락 넣고 다시 저으며 마음에 드는 점도를 맞출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한다. 미끈거리며 액체처럼 흐르는 정도가 되면 액체 괴물 슬라임 완성! 아이들과 함께 ASMR 영상을 찍어보거나 바풍(바닥 풍선) 만들기 대회를 열곤 한다.

Tips
플라스틱 진주나 쌀알 등을 넣어서 크런치 슬라임을 만들 수도 있다. 식용색소는 쿠팡에서 파는 베이킹용 세트가 가장 저렴하다.

32. 스포츠데이

전창익, 41
의류 회사 MD | 계획형, 원칙주의형
좌우명 |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냐, 즐겁게 해야지’
체력 소모 | 100% 소요 시간 | 하루
효과 | 에너지 완벽 소모, 식욕 증진

“아빠, 오늘 스포츠데이예요!”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주말이면 여덟 살 아들이 먼저 내게 으름장을 놓는다. 체력도 좋고, 승부욕도 강한 아들은 어떻게 해서든 마흔인 나를 이기려 한다. 물론 아직 아들이 나를 이기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일취월장 실력이 늘어가는 걸 보면 조만간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야구, 피구, 배드민턴, 수영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놀지만, 문제는 이 모든 걸 하루에 한다는 것. 게다가 아들의 동네 친구들이 우리 시합에 합류하면 나는 땀을 두 배나 흘려야 한다. 아내는 이런 내가 안타까워 보이는지 ‘극한직업 재희아빠’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치만 괜찮다. 이 수고로 우리 부자의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면 뭐든. 되레 바라는 건 아들이 커서도 나와 같이 놀고 즐길 일이 많았으면....

Tips
놀이터에 이미 친구들이 많이 나와 있다면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줄 쌈짓돈을 챙겨 가길 권한다.

33. 라면 끓이기

이광호, 39
디자이너 | 직관형, 자기주장
좌우명 | ‘라면은 뜨거울 때 먹어야!’
체력 소모 | 30% 소요 시간 | 1시간
효과 | 주말 식사 한 끼 해결, 토요일 점심은 라면이라는 인식을 심어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라면 끓이기는 토요일 나의 임무다. 나는 토요일 점심마다 아이들을 위해 라면을 끓인다. 주말 여섯 끼니 중 한 끼 정도는 내가 해결해야 세 아이 육아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 라면은 한살림 감자라면에 떡을 넣어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원죄를 씻는다. 가끔 아이들의 요구 사항에 맞게 안성탕면이나 짜왕을 끓이기도 하지만, 수프양을 덜 넣어 염분을 줄인다. 사실 라면은 진라면이 진리다. 청양고추와 파가 필수다. 아내와 나를 위한 얼큰 라면, 아이들을 위한 순한 라면을 동시에 끓이고, 세 아이가 어지른 식탁을 정리하고, 냄비와 5인분의 그릇 설거지까지 마쳐야 미션 클리어다. 칭찬에 인색한 아내는 내가 끓인 라면만큼은 최고란다. 라면의 달인이 될 지경이다.

Tips
어른용 라면은 물을 정량에서 살짝 적게, 면이 덜 익었을 때 달걀을 넣고 절대 젓지 않는다. 달걀로 탁해진 국물은 참을 수 없다. 달걀이 익을 무렵 다진 청양고추, 파 순서로 함께 곁들인다는 기분으로 넣어야 상큼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34. 스티커 사진 찍기

박찬형, 42
보험회사 직원 | 외향형, 직관형
좌우명 | ‘모든 순간을 그 자체로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체력 소모 | 10% 소요 시간 | 2분
효과 | 냉장고 꾸미는 재미, 추억 쌓기, 친밀감 증진

우리 가족은 모두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렙 인싸다. 그래서 그런지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지만,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가 무척 좋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는 일요일, 동네 대형 마트로 셋이 함께 장을 보러 가는 편이다. 그때마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습관이자 계획처럼 스티커 사진을 찍는데, 매주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긴다. 마트 주변에 있는 스티커 사진기가 무척 다양해서 때마다 끌리는 것을 이용한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많던 것은 눈이 기형적으로 커지는 일본 스티커 사진기였고, 요즘엔 심플하게 네 컷 사진이 연속으로 나오는 일명 ‘인생 네 컷’을 즐겨 찍고 있다. 냉장고 문 앞에 다닥다닥 붙은 스티커 사진을 보다 보면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좋다.

Tips
소품을 이용해서 스티커 사진을 찍을 경우 금발 가면이 제일 선명하게 잘 나오는 것 같다. 다른 색 가발은 티가 잘 안 나는데 금발은 샛노랗게 나오기 때문이다.

35. 집 꾸미기

김희원, 42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 계획형, 원칙주의형
좌우명 | ‘생각은 햄릿처럼, 행동은 돈키호테처럼’
체력 소모 | 30% 소요 시간 | 1시간
효과 | 유대감 형성, 성취감 경험

나는 한 달 용돈 5만 원으로 집을 꾸미는 평범한 아빠다. 딸은 어릴 때부터 아빠의 취미를 봐온 터라 각종 공구와 페인트, 합판 등이 익숙하다. 한번은 부엌 식탁을 만들 때 일이다. 재단한 목재를 본드로 가접하고, 드릴로 뚫고, 나사못으로 고정하고, 사포로 문지르니 얼추 가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페인트칠. 딸아이가 홀연히 붓을 들고 와 페인트칠을 도와준다. 심지어 칸 안에 들어가 꼼꼼히 칠해주니 아주 맘에 드는 부사수다. 맘에 드는 옷 하나 사 입으라고 건네는 카드가 여느 아빠의 사랑법이라면, 난 딸과 시답잖은 장난을 치며 우리만의 공간을 완성할 때 스스로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훗날 딸아이가 손때 묻은 가구에서 그때의 추억을 발견하길 바라며 슬쩍 흔적을 남겨둔다. “세상에 하나뿐인 지수, 진심으로 사랑했고 사랑하며 사랑할 아빠 딸. 17년 1월 아빠.”

Tips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공구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한 달 5만 원 인테리어》를 참고하라.

36. 요괴 대백과

신민수, 40
시각 디자이너 | 내향형, 탐색형
좌우명 | ‘물 흐르는 대로’
체력 소모 | 10% 소요 시간 | 하루
효과 | 자발적 학습, 집중력 향상, 자신감 상승

한국의 옛 기록에 등장하는 우리 토종 괴물들을 소개하는 책 곽재식의 《한국괴물백과》의 출간 소식에 바로 주문을 눌렀다. 이 책의 주인은 바로 여덟 살 아들. 한 권의 책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의 엉덩이를 의자에 붙들어놓을 것이라는 내 기대는 적중했다. 주말 내내 655페이지에 달하는 괴물 그림과 이름, 그들의 기원과 특징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으니 말이다. 또래 친구들 대부분 읽고 쓰는 일곱 살 때도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이 좀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한글 익히기 책을 사러 들른 서점에서 아이는 요괴 대백과를 발견했다. ‘깽깽 우산’이 어떤 능력과 강점을 지닌 요괴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아이는 스스로 글을 익히고 책을 읽었다. 세계 요괴, 일본 요괴, 미확인 생물, 한국 괴물까지. 아이의 세계관 형성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이 생경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자발적 탐구를 시작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켜보려 한다. 그 옆에서 나도 주말엔 좀 쉬고.

Tips
아이가 요괴 박사로 입문하고자 한다면 코믹컴 출판사에서 나온 일러스트 백과 시리즈 중 《세계 요괴대백과》, 《일본 요괴대백과》 를, 이미 열광하는 아이라면 지브리 애니매이션 영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추천한다. 일본 요괴가 총망라해 도시에 등장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37. 이발하기

유정민, 48
육아휴직 | 계획형, 외향형
좌우명 | ‘놀 때는 모두가 동등하게!’
체력 소모 | 85% 소요 시간 | 1시간
효과 | 아내와 아이에게 자랑거리가 생김

아버지는 형과 나를 앉혀놓고는 주방 가위로 여기저기 땜빵을 남겨가며 머리를 잘라주시곤 했다.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 속 머리가 그 당시 참사(?)의 결과다.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기 시작한 것은 5년째. 기를 쓰고 좌석에서 탈출하고야 마는 아이를 붙잡아두는 것에 적지 않은 노동과 시간이 들지만, 아빠 이발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내와 아이에게 이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발의 시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트는 것. 바리캉으로 옆머리와 뒷머리의 기장을 맞추고 숱가위로 숱을 친 후 일반 가위로 윗머리의 기장을 잘라 마무리한다. 아빠표 베컴 스타일 머리가 완성된다. 아홉 살 아들에게 언젠가 여자 친구가 생겨 촌스럽다 타박하기 전까지 아빠 이발은 계속하고 싶다.

Tips
일반 가위, 숱가위, 바리캉, 보자기, 스펀지 5종 세트가 필요하다. 아빠와 아이 모두 욕조 안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뒷정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의자는 이케아 스테퍼를 활용하는데 앉은뱅이 의자보다 높아서 허리가 훨씬 편하다.

38. 대중목욕탕

김명수, 58
목사 | 현실주의형, 계획형
좌우명 | ‘영력, 지력, 체력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이되, 그중에 제일은 체력이라’
체력 소모 | 5% 소요 시간 | 1시간
효과 | 피로 해소, 일상 공유

아들만 ‘셋’이라고 하면 금, 은, 동메달도 아닌 목메달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항상 목메달만 달고 다니진 않는다. 주말이면 뿔뿔이 흩어진 독수리 삼 형제를 거느리고 목욕탕에 들어서는 순간, 목메달의 오명(?)을 벗고 금메달을 손에 거머쥔다. 무리를 이루며 온탕과 냉탕을 오갈 때 수컷들의 부러운 듯한 시선이 집중된다. 손길이 닿지 않는 등짝이 아들들의 손길에 의해 세신될 때마다 서먹거리던 부자의 거리감이 오간 데 없이 사라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된 채, 수증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탕에서 이야기꽃이 피어오른다. 진로 고민부터 결혼 고민까지 이야기꽃이 만개한다. 나는 이런 목욕탕이 좋다. 아들 셋, 목메달이어도 좋다.

Tips
아들과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니 어색하더라도 꼭 한번 시도해볼 것.

39. 도편추방제

조민식, 48
학원 강사 | 탐색형, 직관형
좌우명 | ‘놀 때는 모두가 동등하게!’
체력 소모 | 10% 소요 시간 | 40분
효과 | 발표 능력과 논리력 향상, 친밀감 증대

명랑하고 밝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고맙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집 밖으로만 맴도는 것 같아 쓸쓸해진다. 아이들은 휴일이면 종종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고 싶다거나,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럴 때는 우리 집의 오래된 규칙을 사용한다. 이름하여 도편추방제! 가족 모두가 투표해서 구성원의 외박이나 외출을 결정하는 것이다. 나뭇조각으로 만든 패로 투표를 하니 목편추방제 되겠다. 아내도 나도 추방되고 싶을 땐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과정은 이렇다. 투표 전 자신을 대변하는 시간을 갖는다. 왜 밖에서 놀고 싶은지, 무엇을 할 건지,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지 등 5분 스피치를 이어나간다. 고등학생인 두 딸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기고 싶다. “딸들아, 그래도 아빠는 다 지켜보고 있다!”

Tips
이 활동의 핵심은 5분 스피치. ‘외박’이라는 목표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조리 있게 말하는 법, 또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법을 훈련할 수 있다. 단, 모두가 추방되고 싶어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

40. 교환 일기 쓰기

김종원, 47
자영업 | 원칙주의형, 계획형
좌우명 | ‘안 멋있는 건 하기 싫어!’
체력 소모 | 60% 소요 시간 | 30분
효과 | 일상 공유, 추억 기록, 감정 교류

사춘기가 두렵다. 문 쾅 닫고 들어가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딸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슬퍼진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사춘기를 방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교환 일기 쓰기다. 무의미한 말장난으로 시작하던 게 이제는 꽤 줄글도 늘어났다. 순서는 나, 아내, 지원이. 지원이랑 다툰 날, 일기에는 엄마밖에 없다. 그럼 난 또 서운해져 괜히 아내 얘기만 쓴다. 화해를 해야만 다시 아빠가 등장한다. 시작한 지는 3개월이지만 교환 일기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 가족 간의 날카로운 부분이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언젠가 사춘기가 정통으로 오면 교환 일기장도 사라지겠지? 그땐 무엇을 해야 하나? 미리 궁리를 해놔야겠다. 사춘기야 최대한 오지 마라.

Tips
모닝글로리나 아트박스에 가면 일기장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문구용품이 많다. 여자아이의 흥미를 끌려면 이 방법이 제일이다. 마스킹테이프, 반짝이풀, 핑킹가위는 기본템.


  • 2019.07.02
  • Editor. Bold Journal
  • Illustrator. 강다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