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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떤 집에 살고 싶어?

Where Your Dream Home Is

  • 2021.07.08
  • Editor. 조서형
  • Photographer. 이주연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는 일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지난 6월의 마지막 월요일, 볼드저널과 LG 전자 연구팀이 함께 한 워크숍이 열렸다. 살고 싶은 집이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 모던패밀리를 대표하는 6명의 엄마, 아빠가 모였다. 볼드저널 5호 ‘House’에 에세이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를 쓴 건축가 이재준 소장이 행사 진행을 도왔다.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는 곧,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아요.
일상의 공간인 집을 이야기하며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이재준 소장은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보아왔다. 건축주가 불편했던 경험을 새집에서 해결하려 하는 동안, 건축가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만족과 불만족을 처리하는 방식은 다르다. 불만은 비교에 기반하고, 만족은 독특함에서 시작된다. 그러니까 불만을 줄인다고 만족도가 대단히 높아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재준 소장이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공간 기획팀 ‘리마크프레스’에서는 살고 싶은 집을 자세히 상상하기 위해 어떤집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를 펼쳐보면 집 안, 집 밖, 가구, 기능, 설비, 구조, 감각, 7개의 큰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고 카테고리별로 요소들이 82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모더레이터의 진행에 따라 카테고리 중 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소를 순서대로 나열한다. 그다음에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카드를 펼쳐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다다르게 된다. 이날 카드 한 벌씩을 나눠 가진 모던패밀리의 대화 일부를 공유한다.

제 취향이 어디서 왔을까 떠올렸을 때, 아버지의 서재가 있었어요. 거기서 전축이나 만년필을 만지작대며 감성을 키웠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일 먼저 서재를 비웠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어른인 나의 취향이 강하게 남은 공간은 저에게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 밖을 인프라라고 생각했을 때, 집 근처에 산이 있어 좋아요. 아들과 등산 다니거든요. 아이가 갑자기 아프던 날을 생각하면 가까이에 큰 병원이 있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얼마 전엔 식탁을 거실로 옮겼는데, 덕분에 거실의 기능이 많아졌어요.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자연스럽게 거실에 모여 앉아 대화도 나누고요.

저는 앞으로도 도시를 벗어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수도권처럼 밀집된 곳이 좋아요. 그래서 집 밖보다 안이 중요해요. 지금은 집에 뚜렷하게 제 공간이라 할 곳이 없어요. 그럴수록 제 물건들을 올려두고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책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납작한 공간인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리드미컬하고 볼륨감이 있어요. 층이 나뉘면 자연스레 창도 높아지고 공간도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지금 집은 빌라인데 앞마당이 있어요. 요리할 때 쓸 허브를 키울 수도 있고, 우리 집에서 활동량이 가장 많은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와 두 달 된 아기 강아지도 좋아해요. 다음 살 집을 상상할 때 마당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아내가 요리를 매우 좋아해요. 저는 예쁜 그릇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거실에 큰 테이블과 온갖 그릇들을 보관하는 수납장을 뒀어요. 다음번 집에는 친구를 10명쯤 불러도 무리가 없는 식탁을 가져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조명을 샀어요. 방 전체를 밝히는 형광등 대신 일부만 밝히는 조명을 쓰니 공간 활용이 재밌어졌어요.

집 안과 밖이 분리되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걸음만 나가도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있으면 좋잖아요. 꼭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에 연결된 바깥 공간을 생각하며 마루와 테라스를 우선순위로 꼽았어요.


모던파더 이재준 소장님의 팁

➊ 오늘 이후로 테라스, 베란다, 발코니를 구분할 수 있을 거예요. 미디어에서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법적으로 세 가지 용어는 다릅니다. 테라스는 1층에만 있는 것이고, 발코니는 위에 지붕이 있어요. 우리나라 아파트의 99%는 발코니를 가지고 있지 베란다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베란다 확장이 아니라 발코니 확장이라는 말이 맞아요.

➋ 조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조명을 두면 집 안의 삶이 바뀝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형광등 불빛에서 삽니다. 조금 어두운 곳에서 사는 것이 약 먹는 것보다 눈 건강에 더 좋습니다. 집은 가능하면 조금 어둡게 해도 돼요.

➌ 주방과 식당을 구분하세요. 이는 곧 누구는 먹기만 하고 누구는 요리만 하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➍ 오늘 얘기한 내용은 주로 경험에서 나왔어요.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해보라고 했지만, 꿈같은 얘기는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내 생각을 펼치는 건 중요합니다. 카드마다 요소를 찾아 대입하다 보면 그게 바로 내 집에 가까워지는 중요한 고리가 됩니다.
연애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의 모든 게 다 좋다기보다, 나를 사로잡는 하나의 요소가 나머지를 모두 커버하는 거거든요. 나에게 우선순위에 있는 것을 가장 좋은 거로 채웠을 때, 그게 나한테 좋은 집이 되는 기본이 될 거예요.

➎ 집 얘기를 하다 보면 오늘처럼 낯선 사이에도 한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에도 불쑥 몰랐던 부분이 나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무작정 집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었지만, 어떤집 카드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끈 도구였으면 좋겠네요. 아내와 카드를 가지고 얘기해봐도 좋고, 의외로 아이들과 했을 때도 재밌는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가족들과 고심해 공간을 꾸린다면, 그 공간을 충분히 즐기며 살 수 있을 거에요. 무엇 때문에 우리 집이 소중한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텍스트, 테이블, 실내, 바닥이(가) 표시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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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8
  • Editor. 조서형
  • Photographer.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