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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린 그림책

My Green Picturebook

  • 2020.06.12
  • Editor. 조서형

지구 환경과 우리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언제쯤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진 않을까? 그림이 가득한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스며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와 나누고 싶은 초록빛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다섯 권을 추천받았다. 

지구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스미는 환경 이야기, 《내 친구 지구》

내 친구 ‘지구’는 주근깨가 콕콕 박힌 어두운 피부를 가졌다. 까맣고 긴 곱슬머리를 한 지구가 누우면 그 풍성한 머리카락 때문에 그늘이 드리운다. 그 장면이 참 좋았다. 지구는 많은 비를 내려 마을을 물에 잠기게도, 그 땅을 다시 잘 말려 주기도 한다. 여러 모습을 가진 지구는 자연을 지켜보고, 지켜주고, 보살피며 기다린다. 그런 지구의 모습을 아이들이, 그리고 내가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페이퍼 커팅과 책날개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 생김 자체에 흥미를 보인다. 빨리 읽기도, 찬찬히 들여다보기도, 중간에서부터 보기도 하며 여러 번 다시 읽는다. 그렇게 지구 친구와 놀며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이해해 나간다. 책을 읽고 아이에게 질문 한다거나 감상 포인트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대신 아이가 재미있었던 부분을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여 잘 들어준다. 지구처럼, 자연스럽게. 

포토그래퍼 하시시박의 추천
아들 시하와 딸 본비의 엄마. 급변하는 지구의 환경에 관한 생각과 메시지를 남편 봉태규와 함께 동화로 지어 사진집 《Full Moon Aurora》에 담았다.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언젠가 아프리카에 꼭 가보고 싶다.


눈앞에 숲이 솟아오르는 책,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책을 펼치면 숲이 솟아오른다. 새가 지저귀고 원숭이가 수풀을 헤치고 뛰어노는 평화로운 숲을 팝업 북으로 표현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나무는 쓰러지고, 숲은 좁아지고, 강물은 말라가며, 동물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금세 몰입하게 된다. 이내 자느라 도망가지 못하고 여태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를 걱정하게 된다. 포크레인은 왜 숲을 파헤칠까, 숲을 없애지 않고도 사람들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숲속에서 놀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해봐도 좋겠다. 책을 읽은 다음엔 나무늘보가 주인공인 또 다른 그림책을 이어 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숲속 동물들이 산들바람에 릴레이로 잠드는 귀엽고 유쾌한 책, 《완벽한 낮잠》은 어떨까?

그림책 전문 서점 ‘예지책방’의 추천 
그림책 교육 상담 연구소를 운영하는 엄마와 책방지기 딸이 운영하는 광주 신창동의 서점. ‘그림책 처음 학교’를 비롯해 나이를 불문하고 그림책 세상에 빠져들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거북이 코코의 눈으로 보는 멸종 위기, 《200살 거북이 이야기》

코코는 1816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거북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다이너마이트가 발명되던 때, 최초의 비행기가 날아오르던 때, 자유의 여신상과 에필탑이 세워지던 때까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몇 해 전 200살이 된 코코는 수많은 자연재해와 전쟁을 겪어내다 결국 병이 든다. 이야기는 다행히 마음 따뜻한 어린 형제에게 코코가 구조되면서 마무리된다. 이 다정한 그림책을 만든 사람은 10살과 8살의 형제 다니엘 김과 벤자민 김. 동물원에서 본 검은 코뿔소가 지구에 단 세 마리뿐인 멸종 위기 종이라는 설명을 듣고 책을 지었다. 미래에 지구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의 시선이 담긴 이 책의 수익금은 멸종 위기 거북이를 보호하는 데 쓰인다. 

‘타인의 취향’ 대표 한정덕의 추천
‘열린책들’과 ‘웅진씽크빅’, ‘시원스쿨’ 마케팅 담당자를 역임했다. 그 간의 경력을 살려 도서 콘셉트에 기반한 온/오프라인 기획을 실현하는 출판 마케팅 에이전트 ‘타인의 취향’을 만들었다. 


숨은그림찾기 속 환경 이야기, 《불가사리는 어디로 갔을까?

이 책은 해외여행을 가면 서점을 꼭 들르는 내가 태국을 여행하다 발견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 보여 주기 위해 구매했다. 페이지마다 물고기가 가득한 책을 처음 볼 때는 왜 제목에 불가사리가 들어갔는지 의아했다. 그림책 모임에서 몇 번을 다시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깨달았다. 움직임이 재바르지 못한 불가사리 관점에서 해양 오염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환경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인데 누군가를 위해 책을 골랐던 때를 반성했다. 아이와 함께 페이지마다 숨어있는 불가사리와 황동가리, 해파리를 찾아보자. 마지막 장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쓰레기로 살 곳을 잃어가는 바다 생물 이야기도 나눠 보면 좋겠다. 

그림책 모임 ‘시샘책방’ 운영자 시샘의 추천 
‘그림책 집사’이자 ‘방구석 작당가’란 닉네임을 가진 시샘은 낮엔 그림책을 읽고 밤엔 시를 쓴다. 그림책 모임을 열어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의 자기 발견을 돕고 있다. 


질문을 건네는 글 없는 그림책, 코끼리는 어디로 갔을까?》

브라질 열대 우림에 갔다가 인간에 의해 불타는 나무숲을 보게 된 적이 있다.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눈앞에서 맞닥뜨린 나는 ‘우리는 같은 배에 탔고, 함께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을 몇 년간 공들여 준비했다. 이 메시지를 담고 전하기 위해 나는 글자 대신 그림만을 사용했다. 나의 그림책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경보호’나 ‘자연재해’ 같은 딱딱한 단어로 교훈을 전달하는 것보다, 숲에 살고 있는 동물에 각자의 감정을 이입해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숲속 곳곳에 숨어있는 동물을 관찰력을 발휘해 찾다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난 동물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 게 될지 상상해 보길 권한다. 지구 환경 감수성을 느끼는 일은 당신이 다섯 살이든 쉰다섯 이든, 나이에 관계없으므로.

그림책 작가 바루의 추천
바루(Stephane Barroux)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에콜 보울 예술 대학에서 사진, 건축, 조소 공부를 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리노 인쇄를 활용한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하여, 현재 프랑스, 캐나다, 미국에서 동화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 2020.06.12
  • Editor. 조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