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re Options You Have, the Better Your Choices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은 나아집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다루는 건 두려운 작업이다. 변수를 일일이 따지다 보면 의심이 싹트며 혼란이 빚어지기 마련이니까. 이혜민· 정현우 부부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 생활 탐구’ 프로젝트를 통해 요즘 부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혼 생활을 일궈가는 이야기를 모았다. 결혼에 얽힌 수많은 질문이 나무가 가지를 뻗듯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질문은 또 하나의 선택 기준을 만들어내며, 우리다운 방식을 선별하도록 돕는다. 이혜민·정현우 부부는 이 번거로운 작업을 통해 자신들만의 결혼에 대한 관점을 찾아나가고 있다.

15-03-02

42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어요.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이라는 제목의 책도 냈고요.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당시 상황이 궁금해요.
(혜민) 저희가 6년 연애를 하다가 더 오래 함께하고 싶어 결혼을 결심했는데, 시작부터 ‘결혼식’이라는 관문이 만만치 않았어요. 둘의 가치관이 반영되기보다 ‘스드메’ 같은 부수적인 것에 더 신경 써야 했거든요.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아니라 집안 어르신들의 잔치로 결혼식이 진행되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틀을 깨고 싶어서 카페를 대여하거나 전시회를 열어서 스몰 웨딩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다 탐탁지 않더라고요. 왠지 수긍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우리만의 방식을 고심하던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서 결혼식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처음엔 듣고 어이가 없었는데, 드넓은 들판에 둘이 걸어가는 걸 상상해보니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 행진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결혼식이란 게 남녀 둘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잖아요.
(현우) 맞아요. 제가 장남인데, 저희 아버지도 장남이세요. 장남의 장남이 결혼하니 가족 대행사였죠.(웃음) 그런데 그 전부터 제가 부모님을 조금씩 세뇌시켰어요. 원빈과 이나영,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결혼식 링크를 보내면서 “요즘 이런 식으로 결혼한대요!” 밑밥을 자주 깔았죠. 그러다 보니 제가 결혼식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 걷고 싶다고 하니까, ‘이놈은 원래 이런 놈이지’ 생각하시더라고요. 어느 정도 결혼식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 거라 감지하신 것 같아요.
(혜민) 저 같은 경우 아빠가 보수적이어서 최대한 계획을 상세히 짜서 말씀드렸어요. ‘결혼식을 생략하고 싶은 이유’, ‘여행은 어떤 식으로 할지’, ‘비용은 어느 정도 들지’ 부모님이 납득할 수 있도록 기획서를 작성해 건네드렸죠. 어떻게 하면 단번에 통과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맘으로 준비했는데, 아빠가 찬찬히 듣고 나서 “내 딸다운 기획이다” 말씀해주셨어요. 평생 아빠에게 들은 말 중 가장 기쁜 말이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이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겠다는 선언 같은 거잖아요. 그 이후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 생활 탐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혜민)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희가 순례길을 걸은 시즌에 눈비가 정말 많이 왔어요.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자잘한 다툼도 많이 했고, 그 과정 덕분에 관계가 더욱 단단해졌어요. 그런데 막상 돌아오니 결혼식과 결혼 생활은 또 별개인 거예요. 부부가 된 우리를 독립적 존재로 보기보다 오히려 간섭이 더 커졌거든요. “이제 결혼도 했으니 여행도 줄이고 돈도 모아서 집 사야지”, “아이는 언제 가질 거니?” 같은 질문을 너무 당연하게, 또 꾸준히 물어보시더라고요. 한번은 시댁에 갔는데 남편한테는 뭐 먹고 사는지 궁금해하시면서 제 근황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시는 거예요. 저를 남편의 서포터 역할로만 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심지어 저희 엄마도 “네가 집에서 일하니까 서방 잘 챙겨라” 하시는데, 저는 이런 기성세대 말투에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거든요. 이 견고한 장벽에 조그만 균열을 내고 싶었어요. 마침 남편이 디자이너고 저도 에디터니까 같이 프로젝트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 생활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현우) “결혼 이후 삶의 전환을 꿈꿀 수 없는가?”라는 의문을 던져본 거예요. 저희는 결혼하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걸 꿈꾸게 됐는데, 주변에서 자꾸 저희 생각을 철없는 걸로 치부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우리보다 앞서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도전과 위로가 될 것만 같았어요.

인터뷰이가 개인이 아니라 부부예요. 서로 비슷하기도 또 완전히 상반되기도 한 다양한 커플을 만났을 텐데요, 부부 인터뷰만의 특징이란 게 있나요?
(현우) 크게 지향점은 비슷하나 뉘앙스에서 오는 관점의 차이가 있어요. 성별이 다르다 보니 상황마다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사실 부부 인터뷰를 하는 목적도 우리처럼 부딪치고 고민하는 사례를 찾고 싶었던 건데, 실제로 우리보다 더 한 부부도 있더라고요. 다양한 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생활에 적용할 만한 힌트를 찾을 수 있었어요.
(혜민) ‘할 말 하는 며느리’ 박은지·이재룡 부부 인터뷰 같은 경우, 평소 남편 재룡 씨가 고부 갈등에 대해 별말씀을 안 하셨대요. 그런데 제가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그동안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새우 등 터진 것처럼 불편했다고 그제야 말씀하시더라고요. 은지 님은 “그랬어?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했잖아” 하며 당황 아닌 당황을 하시기도 했고요. 부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이렇게 핑퐁되는 지점이 많아요.

각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인터뷰가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인터뷰가 기억에 남나요?
(현우) 저는 집 없이 세계 여행을 하는 부부요. 지금도 여행을 하고 계시고요.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면서 동시에 여행하는 게 제 꿈에 가깝거든요. 이분들은 여행을 하면서 남편분은 사진을 찍고, 아내분은 글을 쓰세요. 사실 둘 다 전문가는 아닌데,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들만의 콘텐츠가 됐고, 그걸로도 벌이가 가능하게 되었대요. 그 이야기를 천천히 들으면서 ‘내가 동경하는 삶이 결코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구나,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도 언젠간 ‘여행하는 출판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도해보려고요. 가능할 것 같아요!
(혜민) 저는 오히려 현실적 이야기를 해준 부부가 기억에 남아요. 클럽을 빌려 페스티벌 형식의 ‘결혼 파티’를 하신 부부가 있는데, 이분들 같은 경우 결혼식 자체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줬어요. 저희는 기존 결혼식 문화가 싫어서 다른 방식을 택했는데, 이분들은 무엇이 어떤 식으로 잘못됐는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조금 더 시야가 넓어졌죠. 또 하나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부부가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 인터뷰도 인상 깊었어요. 성별이 다른 남녀가 평생 사는 데는 페미니즘에 대한 기본 소양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같은 입문서를 추천해주시기도 했고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부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는 출산에 대한 우리만의 기준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약간 충격적이거나 두 분이 생각한 테두리 밖에 있던 인터뷰도 있었나요?
(혜민) 제주도에서 100년이 지난 허름한 빈집을 직접 고쳐 사는 부부가 있어요. 인부를 부르지 않고 유튜브 보면서 보일러 까는 법과 미장하는 법을 배워서 신혼집을 직접 지으셨어요. 보통 신혼집을 상상하면 30평대 아파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이 부부는 우리가 생각한 기준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아예 다른 틀을 가지고 있던 거죠.
(현우) 이 부부를 만나기 전에는 새 아파트나 안정된 주거 환경으로 이사 갈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직접 고쳐 살 수 있는 곳도 고려해보게 된 거죠.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거예요. 집에 대한 정의도 좀 달라졌고요. 집을 자산의 척도로 생각하면 기준 자체가 높아 계속 불행한 생각만 들기 쉽잖아요. 모두가 비슷한 형태의 사각형 공간에 살려고 평생 돈 갚으며 사는 현실도 씁쓸하고요. 그런데 집을 애정과 취향을 담는 곳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물론 둘 다 되면 좋겠지만요.(웃음)

15-03-03

‘요즘 것들’이라고 정의하는 부류의 공통점이 뭔가요?
(혜민) 우선 섭외 전부터 우리 부부와 비슷한 연령층 위주로 알아봤어요.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2535 세대가 겪는 문제가 우리 부부의 고민과 밀접하게 연결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가장 중요한 절대 기준은 아니었어요. 전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부부가 ‘요즘 것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현우) 일단 ‘요즘 것들’ 부부 대부분은 기성 결혼 제도와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이들도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온 것과 마주할 때 어리둥절함이 분명 있어요. 우리 부모 세대는 가부장 문화에 익숙하면서 동시에 자녀를 그런 방식으로 키우지 않았거든요. 아들과 딸 성별에 상관없이 개인의 고유성과 개성을 존중받으며 자랐는데, 갑자기 결혼하고 나니 과거로 다시 돌아가라는 태도가 당혹스러운 거죠.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요즘 것들’ 부부가 겪는 갈등과 어려움에 대해서요.
(혜민) 불편함을 느끼는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라 더 혼란스러울 거예요. 물론 이에 저항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아예 인연을 끊고 살 수도 있지만, 이들도 그렇게 극단적인 걸 원하진 않는 거 같아요.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그들이 가족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가령 시아버지가 며느리한테 일 시키는 게 자연스러우면 “아버님, 저도 우리 집에서 귀하게 자랐어요” 말하는 게 시아버지를 결코 싫어해서가 아니라는 거죠. 말을 꺼내는 것도 엄청난 용기거든요. 오히려 말하지 않으면 마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결국 응어리가 될 거예요. 별 뜻 없이 내뱉은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고, 또 반문을 던지는 사람도 말을 좀 더 순화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거죠.

‘요즘 것들’ 부부가 짱친 혹은 소울메이트같이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현우) 전통적인 가부장제 기준에 따르면, 아버지가 서열상 가장 위에 있고 그다음 어머니와 자식들이 있잖아요. 다시 말해 가족인데도 서열이 명확한 거죠.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위계라는 게 허물어지고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쉽게 꺼내지 못했을 주제에 대해서도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요.
(혜민) 과거에는 아버지가 가장이라는 프레임이 지배적이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남자는 돈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일하는 역할로만 구분해 생각하지 않잖아요. 성별과 상관없이 가족의 짐을 분배하니까요. 이처럼 역할에 대한 경계가 옅어지면서 고부 관계, 육아, 살림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부부 관계도 좀 더 친구 같아지는 것 같아요.

그간 안고 있던 부부의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된 거 같나요?
(현우) 아뇨, 오히려 고민이 늘었어요.(웃음)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더 많아졌으니까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어렴풋하게 생각한 것들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훨씬 많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부터 더 우리 기준에 맞는 방식을 따라가면 될 거 같아요.

프로젝트 후 결혼 생활에 작거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현우) 우리가 달라진 것도 있지만, 주변 어른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저희도 몰랐는데, 위 세대의 어른들이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영상이나 책을 보셨더라고요. 본인들 이야기를 하니까 기분이 충분히 나쁠 수 있는데, 어느 순간 저희와 이야기할 때 눈치를 보고 말 한마디도 조심하시더라고요.
(혜민) 저희는 친정이 약간 가부장적이에요. 특히 아빠가 보수적이신데, 신혼 초 아빠는 저희 둘 다 아빠 친척 모임에 참석하길 원하셨어요. 처음엔 사정이 있어 못 가겠다고 핑계를 대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우리가 그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확실하게 말씀드렸어요. 그 이후로는 그 모임에 참석하라고 권하지 않으세요.

15-03-04

‘출산’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레 여쭤보고 싶어요. 계획 중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점을 가장 많이 고려할 것 같나요?
(혜민) 물리적으로 아이를 함께 돌볼 시간이 확보될 때 아이를 갖고 싶어요. 저는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가 산티아고를 40일 가까이 같이 걸었으니까 그 경험이 와닿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책도 못 냈을 거예요. 함께 동고동락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거든요. 부부가 아이를 낳고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한 명은 밖에서 일하고, 한 명은 독박 육아를 하는 구조 때문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대화할 시간도 줄어들고, 각자가 원하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니 서로 서운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가족이란 게 자기 역할만 한다고 잘 돌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서로 간에 돌봄이 필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를 위로할 때 가족 관계가 건강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현우) 저는 출산을 개인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의 전체 구조를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 돌볼 곳이 없어서 조부모님께 내 아이를 맡겨야 하고, 또 이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는 구조 자체가 불만이에요. 제 생각엔 부모 모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형성되면 출산으로 인한 부부 갈등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가령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까지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거나, 회사에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출퇴근 시간 신경 쓰지 않고 여성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하지만 사회가 바뀌기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아니에요. 우리 스스로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도 찾고 있어요. 가령 제가 퇴사하고 아이를 돌보려면 ‘900KM’를 키워야 한다는 거죠!(웃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해보고 싶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 사전에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우)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사전에 예방과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사건이 터지고, 어떤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거예요. 관계가 데면데면해질 수도 있고, 심하면 틀어질 수도 있다고 봐요. 그 전에 미리 각자의 입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혜민) 대부분 결혼을 결심하면 결혼식을 어떻게 할지,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어떤 가구를 들일지를 주로 고민해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혼 생활은 두 사람의 마음가짐으로만 되지 않아요. 외부 요소가 늘 둘의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거든요. 결혼 전부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건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만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봐요.

두 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란 무엇인가요?
(현우)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관계요. 희생되느냐 배려받느냐는 사실 한 끗 차이인데, 서로 유대감이 충분히 형성되었을 때 배려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봐요. 상대 입장에 대해 자발적으로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주변의 시선 혹은 사회적 압박에 의해 움직일 경우 희생될 가능성이 큰 거죠. 결국 이게 갈등을 유발하고요. 절대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희생이 아닌 배려가 나타날 거라고 봐요. 결코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혜민) ‘먹고사니즘’이라는 주제로 요즘 것들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해요. 세대마다 생의 주기가 변하면서 사고방식과 관점이 달라지곤 하는데, ‘일’에 대한 개념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탐구해보고 싶어요. 저희 같은 경우 남편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저는 우리의 꿈을 키우기 위해 ‘900KM’를 운영 중인데, 남들이 보기에는 남편이 메인, 저를 서브로 이해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기업이 안정적인 곳에서 수입원을 내고,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구조처럼 저희도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는 거예요.(웃음)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메인이 되고, 꿈 자체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마찬가지로 저희처럼 일의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또 여기서도 저희 부부가 적용할 만한 힌트를 얻고 싶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접하는 사람들이 어떤 점을 느꼈으면 좋겠나요?
(현우)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결혼식 방식부터 시작해 출산과 육아, 심지어 집을 살펴볼 때조차 짜인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혜민) 대단하거나 유명한 사람만이 ‘우리만의’ 방식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감히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용기의 문제인데, 이건 주위에 그런 선택을 돕는 레퍼런스가 많을 때 가능하다고 봐요. 저희가 그동안 만난 분들은 저항의 정도가 강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야만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걸 알릴 수 있거든요. 저희 프로젝트가 ‘요즘 세대 부부는 이런 시도도 하는구나’ 하는 유익한 레퍼런스가 되면 좋겠어요.

15-03-01

•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검색하면, 보다 생생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