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Unique Colors

너만이 가진 빛깔

‘educate’의 어원은 이렇다. ‘바깥으로(e) 이끌어(duc)내는(ate) 것’. 교육이란 특정한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내재된 것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열두 살 동화 작가 전이수가 성숙한 말과 생각으로 작품을 소개할 때 특별한 재능을 키워준 부모의 남다른 교육 비법이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수네 가족을 만나고 그 중심에 ‘기다림’이 있단 걸 알게 됐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 일을 마음껏 하도록 기다려주는 것, 과정을 충분히 고민하도록 기다려주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를 맞추는 것. 그렇게 이수는 그 누구도 아닌 전이수라는 커다란 나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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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어요. 그 계기가 궁금해요.
(기백) 이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어 대안학교로 진학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이수가 하더라고요. 교육 철학이 좋은 학교였지만 이수는 그 안에서 또 다른 방식의 규율로 제약받고 있는 것 같았어요. 당장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던 거죠. 물론 살아가면서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할 때가 있지만 어린아이가 하나의 커리큘럼을 따라야만 하고, 싫어도 그 공부를 해야만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렇게 이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한 끝에 집에서 엄마 아빠와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동생 우태도 함께 하고 있고요. 무엇이든 알고 싶을 때 배우면 될 뿐 배움에 규칙은 없으니까요.

두 분은 수업을 어떻게 분배했나요?
(기백) 저희 부부는 전공이 각자 달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나뉘었어요. 이수 엄마는 미술교육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철학적인 것,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을 아이들과 토론하면서 생각을 나눠요. 음, 생활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목으로는 글쓰기와 토론, 한문과 영어 등이에요. 그리고 저는 기계공학과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수학, 지구과학, 물리, 목공 등을 가르쳐줘요. 이수 엄마처럼 정확히 시간을 나눠서 하기보다 아이가 궁금한 걸 물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간단히 말해 ‘아빠한테 물어보기 시간’인 거죠.

엄마의 토론 시간이나 아빠의 목공 시간이 이색적이네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기백) 목공은 제가 잘해서 하는 건 아니고 이수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 아이가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건 최대한 알려주려고 하거든요. 배를 만들고 싶다거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그것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라고 말하죠. 그러면 나사도 필요하고 볼트도 있어야 한다면서 과정을 고민해요. 물론 아직 어려서 정확한 구상을 홀로 할 수는 없지만, 옆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도와주고 있어요.
(나윤)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수업은 감정에 대한 거예요. 특히 수많은 감정 중에서도 ‘화’에 대한 걸 많이 이야기해요. 아무리 다스려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감정이잖아요. 어른은 아이보다 절제력이 있지만 아이는 모든 걸 솔직하게 다 말하고 드러내요. 화라는 것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있어요. 자신만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거든요. 오늘은 화와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어떤 내용이었나요?
(나윤) 어떤 사람이 나한테 불쾌한 말을 건네거나 헐뜯으면 처음엔 화가 나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어리벙벙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이미 타이밍을 놓치고 아무 말도 못 해서 내가 졌다고 생각하죠. 뒤돌아서 좀 지나 그때 이렇게 되받아쳤어야 했는데, 하면서 더 후회하고 화를 내요. 이런 경우가 있는지 아이들한테 질문한 거죠. 그럼 아이들이 그런 경험이 어땠는지 각자 이야기해줘요. 사실 감정에서 이기고 지는 건 없는데, 사람들은 승패에 강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난 뒤 서로 느낀 점을 나누기도 하고요.

이수와 미술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나윤) 제가 관여하지 않고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는, 오롯이 이수만의 미술 수업을 해요. 그림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짓기 수업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것처럼요. 특히 미술은 더더욱 가르칠 게 없어요. 누가 봐도 이수다운 그림을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매일 그림 창작 시간을 갖고 있어요. 내가 바라보는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람들의 눈과 같을 수 없기에 자신만의 느낌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칠해보는 거예요. 거기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다면 성공한 거죠.

열두 살 이수의 그림을 보거나 말을 들으면 놀랄 때가 많아요. 일찍부터 아이의 잠재력이나 예술적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지 많은 부모가 궁금해할 것 같아요.
(나윤) 이수가 네 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했는데, 신기할 만큼 특이한 그림을 많이 그리더라고요. 다섯 살 때는 제 손등과 발등에 네임펜으로 이수가 바라본 동물들을 그린 적이 있어요. 악어와 사자, 독수리의 머리였죠. 그것을 보는 순간 “와!” 하고 놀랐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수가 자기 그림을 기억하지 못할 게 안타까웠어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다시 이 그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네임펜이 서서히 지워질 즈음 그 모양대로 타투를 했어요. 저도 처음으로 해본 타투였죠. 이후에 조금 더 자라서 이수가 말하기를, 손등에 그림을 그려도 혼내지 않고 그대로 지켜봐주는 엄마가 있어서 어디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이수가 어디에 뭘 그리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즐거워해요. 엄마인 제가 자신의 표현과 뜻을 지지해주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힘이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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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은 사실 부모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남의 아이는 몰라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는 말도 있잖아요.
(기백) 법륜 스님이 하신 말씀 중 이런 게 있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게 없으면 자식이 효자가 된다.” 사실 부모가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는 건 결국 자신이 그걸 바라기 때문이거든요.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하면 아이도 언젠가 알아서 겪을 일이라는 거예요. 부모는 아이가 언제든 궁금할 때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이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부모님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기백) 이수가 늘 자기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된 것은 아니었어요. 대안학교를 다니던 당시, 이수가 원하지 않는 수업이나 교육과정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여느 아이들처럼 힘들어하고 짜증도 내곤 했죠. 저희는 되든 안 되든 먼저 말을 해보라고 얘기했어요. 혹시 말로 하는 게 힘들면 글로 써서라도 얘기해보길 권했고요. 그래서 이수는 자기가 무엇이 힘들고, 왜 힘든지, 대신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글로 써서 자치회의 시간에 발표했어요.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학생과 선생님의 표결에 따라 그 수업을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죠. 아마 이런 경험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게 한 것 같아요. 혼자 참고 끌어안은 채 고민하기보다 표현하고 부딪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최소한 자기 생각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는 것도요.

이수를 두고 ‘미술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해요.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나윤) 아무리 생각해도 이수가 ‘천재’는 아니라서 그런 말에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얼마 전에 구구단을 외웠어요. 외우는 걸 싫어하지만 구구단을 외움으로써 살아가는 게 편할 거라는 아빠의 말에 시작한 거죠. 학교를 다녔다면 5 학년이었을 텐데 이제야 그런 걸 알게 되고,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아는 것도 많지 않은데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 부끄럽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작가니, 천재니, 영재니 이런 말을 하는 게 싫대요. 자기는 그냥 이수일 뿐이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수식어들을 싹 빼고 그냥 ‘이수’로 친근하게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수는 나무에 오르는 걸 무척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자연과 가까운 환경이 아이에게 주는 풍요는 도시와 어떻게 다를까요?
(기백) 제주의 하늘은 정말 푸르러요. 때로는 다양한 모습의 구름과 빛깔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물감을 쏟아부은 듯 붉게 물든 하늘빛에 가족의 얼굴도 다 같이 붉어진 모습을 보노라면 숨 막힐 듯한 도시의 빌딩 숲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도시의 높은 마천루를 오르고 거대한 쇼핑센터와 시끄러운 소음, 수많은 인파를 마주하는 것 또한 설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거든요. 어딘가에서 느끼는 싫증과 어려움은 늘 함께해요. 가능하다면 도시에서도 살아보고 자연에서도 살아보는 경험을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동화책 《새로운 가족》에는 셋째 유정이에 대한 이수의 다정한 시선이 잘 나타나 있어요. 유정이는 공개 입양한 가족이에요. 어떻게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기백) 결혼 전부터 아이를 입양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그러다 제주에 온 뒤 이수 엄마가 보육원으로 봉사 활동을 나가면서 유정이를 만난 거예요. 아이가 자꾸 눈에 밟히고 계속 생각난 거죠. 저한테 말하기를, 자기를 부르는 아이가 있는 것 같더래요.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요. 우리가 결혼 전에 입양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아마 지금이 그때인가 보다 싶어서 유정이를 데려오자고 했어요. 그래서 만나러 갔는데 몸이 너무 약하고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유정이는 지적장애가 있어서 다른 아이들만큼 못 따라갔을 거예요. 보육원 안에도 아이들끼리 내부 경쟁이 있다 보니 거기서 밀려 힘들었겠죠. 게다가 관리 카드에 보면 유정이는 입양 불가 도장이 찍혀 있었어요. 몇 살 이상이 되면 그대로 육지로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혈혈단신에 뭐가 뭔지도 모르고 혼자 살아갈 것을 상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빨리 데려왔어요. 아이들은 새 가족을 새로운 친구로 생각하면서 무척 좋아했고요.

형제가 네 명인 만큼 다툼도 많을 것 같아요. 형제간 흔히 발생하는 싸움에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가르치나요?
(기백) ‘역지사지’요. 상대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라고 해요.
(나윤) 어떤 상황에서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거죠. 습관처럼요. 그 사람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나만의 잣대를 대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오해가 커지잖아요. 함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서도 안 되고요.

‘전이수 갤러리 카페’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미혼모 센터와 ‘버마 난민 음악학교’를 위한 후원금으로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기백) 이수의 작품 중 크기가 큰 게 많아서 육지로 보내고 받는 일이 조금 힘들었어요. 그래서 조그만 공간을 만들어 그림을 걸어두고 보고 싶은 사람이 찾아와서 쉬어 가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미혼모 센터와 버마 난민 음악학교에 지원금으로 후원하고 있어요. 미혼모 센터의 경우 보육원을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미혼모의 자립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 거죠. 선한 영향력처럼요. 그런 영향을 주는 게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이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람들을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기백) 도토리 씨앗 안에 이미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있는 것처럼, 한 명의 아이 안에는 이미 한 명의 완성된 인간이 들어 있어요. 부모는 그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아주 기초적인 것을 알려주는 역할로 충분하고, 또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기초적인 것이란 바로 몇 가지 좋은 습관을 말해요. 바른 생활 습관과 자기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 태도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심 같은 것 말이에요. 물론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글자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겠지만, 이런 학습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스스로 배울 수 있고, 또 주변에 훌륭한 시스템도 많잖아요. 이런 ‘학습’을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나요?
(기백) 자기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쌓으려 하기보다는 많이 가진 만큼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어른으로요. 이런 성정을 갖고 자란다면 우리 사회 전체 행복의 총량이 점점 더 커질 거라고 믿어요. 부디 많은 부모가 내 아이만 잘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잘되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교육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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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배움은 무엇이었나요?
(이수)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계속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걱정되는 것이 있어요. 글과 말을 통해 다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가 직접 겪고 느껴서 깨달아야 하는 고통이 있다는 거예요. 그런 경험은 결국 나를 위해서겠지만, 그걸 잘 받아들이고 지혜를 얻어야 할 거예요. 엄마도 그런 경험을 통해 깨우치고 알게 된 것이 많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통해 진정으로 깨우치는 배움을 얻을 때 즐거워요.

몇 달 전 프랑스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도 배운 게 있나요?
(이수) 네, 프랑스에 가기 전에 그곳은 멋지고 예술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멋이 없었어요. 우선, 사람에 대한 멋이 없었어요. 이건 인정에 대한 이야기예요. 거지가 많고 사람들의 눈빛은 모두 자기를 향해 있었어요. 건물들 하나하나, 조각들 하나하나에 개성이 있고 멋이 있었지만 사람에 대한 멋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수의 글과 그림에서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느껴져요. 저는 언니랑 자주 싸우곤 하거든요.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마음이 뒤섞여서 괴로워요.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이수) 저도 동생들과 싸울 때가 있고, 동생들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아요. 하지만 그럴 땐 빨리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외로워서 그랬구나’, ‘힘들어서 그랬구나’ 하면서요. 그러면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생겨요. 그때 밝고 따뜻한 말을 건네면 그 어떤 어둡고 강하고 화난 말들도 이길 수 있어요.

어른에겐 부족한 게 많아요. 시간도 여유도 환기도 사랑도...이수도 어른들의 부족함을 본 적이 있나요?
(이수) 제가 생각할 때 어른들의 세상에는 조금 이상한 것이 많아요. 사람보다 핸드폰에 집중하고, 사람의 말보다 영상의 말을 더 신뢰해요. 소수의 말은 다수의 말에 묻히고 있고요. 남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해요. 그래서 책에 그 얘기를 담고 싶어서 《걸어가는 늑대들 2》를 쓰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수에게 가장 풍족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수) 저에게 풍족한 것은 학교를 가는 대신 홈스쿨링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육지의 다른 친구들은 싫다고 그만두고,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고마워요.

그림과 글쓰기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기도 해요. 마음속 소용돌이를 바깥으로 꺼내는 활동이니까요. 이수는 언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싶나요?
(이수) 그림은 제가 한글을 모를 때부터 해오고 표현하던 방식이어서 익숙해졌어요. 한글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글도 쓰게 되어 두 가지를 함께 하고 있어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어느 날 다른 게 더 하고 싶으면 또 그걸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어른에게 조언해줄 수 있나요?
(이수) 저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망설일 때가 많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가 후회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대신 글로 표현해요. 일기를 쓰는 것처럼요. 그리고 제가 받은 상처나 힘들었던 일은 더더욱 말하기 어려워요. 그 사람이 받아주지 않거나 기분 나빠할 수 있거든요. 그런 게 겁이 나요. 하지만 이런 것이 오래되면 제게 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요즘엔 조금씩 뱉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가 조언할 수 있는 건 그냥 용기를 내보라는 거예요.